홍성아재 (112.♡.175.67)
2025년 2월 15일 AM 01:47 · 수정됨(09:48)
아래 어떤 회원분이 일본의 쌀 부족 문제를 적어 주셨는데, 그 글을 보고 쌀로 찾은 중국 내 위안부 할머니들이 떠올라 몇 자 적어 봅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다들 잘 알고 계실테니 이런저런 얘기를 하지 않겠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일본군위안부는 우리나라 분만 있는 게 아니고 중국 여성, 네덜란드 여성 등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일본군이 동남아시아, 중국 남부 등에서 퇴각하면서 한국인 종군위안부 여성들 중 일부는 죽었고(상당수가 죽었죠), 일부는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한국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하거나 돌아갈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중국으로 옮겨가 사신 분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1년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군위안부 존재를 최초로 알린 이후 국내 귀환 할머니들이 속속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으셨지만 중국 내 위안부의 존재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중국 정부를 통해 구체적인 생존자를 알게 됐습니다.
우리나라는 위안부 문제를 정대협, 나눔의집 같은 민간단체가 주도해 대처했지만 중국은 정부가 나서 중국인과 한국인 위안부 출신을 찾고 관리했습니다. 중국은 일본과의 전후 배상 문제에 위안부 문제를 포함 시키려고 엄하게 명단을 관리했습니다.
그때 서산 출신으로 아주 어릴 때 끌려가셨다가 중국 우한에 정착하신 하군자 할머니(본명은 하상숙)의 총명함으로 우한 지역 주변에 계시던 한국인 위안부 할머니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하군자 할머니는 한국을 떠나 50년 가까이를 중국에서 살면서 한국인을 전혀 만난 적이 없었지만 한국말을 잊지 않고 심지어 아주 유창하게 하셨습니다. 글도 아시구요.
하군자 할머니는 자신의 과거가 부끄러워 한국으로 송환을 거부하고 중국으로 가셨는데,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나고 나니까 한국인이 그립고 자기 같이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이 중국에 있지 않을까 싶어 찾아다니기 시작했답니다. 당시엔 한중 수교 전이라 한국인 왕래도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우한, 우한이 속한 호북성만 하더라도 거의 우리나라보다 큰 지역인데 거기서 어떻게 한국인을 찾을까 고민하다가 만주족, 한국인, 일본인만이 쌀 중에 자포니카 종을 먹는다는 사실에 주목했답니다. 중국인들은 자포니카종을 먹지 않고 우리가 말하는 안남미 즉 인디카 종을 주로 먹습니다. 할머니도 중국인 남편과 전처 소생 딸 셋이 있어 인디카로 밥을 지었지만, 할머니는 따로 자포니카를 구해다 드셨대요.
그래서 쌀가게를 돌아다니며 자포니카 먹는 집이 어디냐고 물으셨답니다. 자포니카를 찾는 집이 그리 많지 않아 사람들을 특정할 수 있었다고 해요. 그렇게 한 집 한 집 찾아다니며 한국인을 찾았고, 우한 지역 주변에 거주하는 한국인 출신 위안부 할머니를 다 찾아서 중국 정부에 보고를 하셨다고 합니다. 참 대단한 분이었습니다. 어떻게 먹는 쌀로 한국인 찾을 생각을 하셨을까요?
말씀을 나눠보면서 이 분이 진짜 10대 중후반에 한국을 떠나 50년 넘게 중국에서 사신 분이 맞나 싶을 정도로 한국말로 잘하셔서 놀랐습니다. 중국에 존재하던 다른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은 하군자 할머니보다 더 나이 먹어 한국을 떠났지만 모두 한국말을 까먹어 한 마디도 한국말을 하실 줄 몰랐습니다.
하군자 할머니는 일본군위안부로 끌려가지 않고 한국에 남아서 공부나 사업을 하셨다면 크게 성공하셨을 분이었습니다.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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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알
25.02.15 · 141.♡.165.59
사소한것을 놓치지 않고 단서로 삼아 행동에까지 옮기신 능력이라든지, 50여년 동안이나 우리말이나 한글을 잊지않고 기억할 수 있었던 능력을 보면, 만약 위안부로 끌려가지 않으시고 우리나라에 남아계셨으면 우리나라 근대에 지대한 업적을 남길 여성 학자가 되셨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 T
TallFescue
25.02.15 · 108.♡.116.74
저런 분이 한국에 계셨으면 독립후 훌륭한 어머니나 인재로 대한민국에 기여하실 분이었죠
왜놈 빨아서 법관된 버러지보다 훨씬 위대한 분입니다 -
쾌쾌검
25.02.15 · 24.♡.11.15
뭉클한 스토리네요. 중국은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관리해줬군요. -
노노마드5
25.02.15 · 121.♡.25.67
찾아보니 2017년 돌아가셨네요 그래도 한국에 돌아와서 작고 하셨어요. 우리 역사가 너무 가슴 아픕니다. -
마마카로니
25.02.15 · 60.♡.222.169
“말씀을 나눠보면서 이 분이 진짜 10대 중후반에 한국을 떠나 50년 넘게 중국에서 사신 분이 맞나 싶을 정도로 한국말로 잘하셔서 놀랐습니다”로 미루어
봐서, 전해 들은 이야기가 아니라
직접 말씀을 나누셨군요!!
홍성아재님은 예를 들어 방송계 일을 하셨거나 전쟁피해자 관련한 작업을 하셨었나 예상해봅니다.
소중한 증언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따따콩
25.02.15 · 117.♡.1.182
많은분들이 보고 기억해줬으면 좋겠습니다 -
코코크카카
25.02.15 · 14.♡.64.132
지금 정대협은 공격받고 그러는 거 보면 우리나라정부가 할 일이 뭔지 알텐데... 다음 정부에서는 하면 좋겠어요 -
은은비령
25.02.15 · 175.♡.75.77
쌀의 종류로 사람을 찾을수 있다는 생각을 해내셨다는게 정말 신기하고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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