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로빈슨 (124.♡.249.204)
2025년 2월 20일 PM 10:37 · 수정됨(23:32)
소니 콩코드 망하게 된 원인을 여러 미디어에서 쫓아가면서,
관련 내부자들의 폭로가 터졌는데
그 가운데 주목할만한 내용이
콩코드를 개발하는 개발팀 내에서 '유독한 조직문화' (toxic positivity) 가 퍼져 있었다죠.
콩코드 개발사 파이어워크 스튜디오는 데스티니의 개발사 '번지' 출신의
베테랑 개발자 출신들로 구성이 되어 있었다고 하는데,
쉽게 말해서 자기네들은 너무 뛰어난 사람들이고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어서
도저히 망할 수 없다 라는 거의 무한 확신의 문화가 퍼져 있었다죠.
게다가 소니 CEO 차원에서의 엄청난 지원까지 받아가면서 일을 진행시키면서
'모레에 머리를 파묻고 있는 정신 상태'(head-in-the-sand mentality) 로까지 이어졌다는
폭로까지 나왔죠. ( 건전한 비판이나 문제 의식을 전혀 받아들이고 확인하지 않으려는 정신 상태 )
소니 콩코드 사태를 지켜 보면서, 최근에 우리 부서 내에서도 그런 의식 상태가 저 뿐만 아니라
구성원 전반적으로 퍼져 있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왜냐면 부서에 엄청 소위 말해서 슈퍼 스타 같은 개발자 리더가 한 두명이 있고
이 사람들이 종횡무진 활약하면서 조직을 이끌고 있거든요.
근데 제가 보기에는, 그 사람들을 시기하는 건 절대 아니고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지만
추앙받고 권력을 쥐게 되면 오만해지는 건 인지 상정인데,
그 사람들이 그런 모습을 띄어가는 게 약간 씩 보이긴 합니다.
그 슈퍼 스타 리더들이 조직을 이끌어 나가면서, 권력이 막강해지면서
우리 조직 역시 '유독한 긍정문화'가 퍼지는 모습 역시 제 눈에는 보입니다.
건전한 비판이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그 슈퍼 스타들의 권위에 조직원들이 주눅이 들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 하는 모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거든요.
저 역시 얼마 전에, 그 슈퍼 스타들 중 한 명이 짠 코드에서 버그를 발견했는데
딱 봐도 버그지만, 제 스스로 속으로 '저렇게 잘 하는 사람들이 이런 버그를 내겠어?' 라는
검열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자유롭게 의견 개진해서 버그라고 보고를 하면 되는 걸
제 스스로 몇 번을 검증하면서 괜한 시간 낭비한 경험까지 있습니다.
또 충분히 있을 법한 의견 개진이나 문의를, 그 슈퍼스타들이 합리적이지 않은 이유로
혹은 불성실한 태도로 배척당하는 모습도 약간씩 보이기 시작했거든요.
그리고 저 슈퍼 스타들 몇 명이 만들어가는 일처리 방식 역시 조직으로 확산이 되면서
그 방식이 정답도 아니고 또 그 방식이 때로는 다른 방식을 추구하는 구성원들에게는 맞지 않는
방식인데도 일방적으로 강요당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 역시 듭니다.
일례로, 원래 회사의 특성이 그러하긴 하지만
그 슈퍼스타들이 자신들의 권력과 권위를 이용해서, 회사 내의 정보를 상당히 독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회사가 쓸데없는 일처리를 늘리는 관료주의에 빠져서는 안 되겠지만,
정보의 독점을 막는 프로세스가 분명히 존재하거든요.
근데 우리 조직은 그러한 프로세스가 있더라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고 ( 일례로 공식 문서화와 문서의 공유 )
슈퍼 스타들이 종횡 무진 활약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독점해서 그런 프로세스를 대신하고 있거든요.
당연히 그렇게 하지 말자 다른 방식으로 해보자 하는 의견 개진 역시 그들의 권위에 짓눌려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요. 그 슈퍼 스타들의 바로 위 약간 무능하면서 이제는 상당히 나이브해진
관리자들은 그 슈퍼스타들이 알아서 일처리해주는 방식에 익숙해지고 그게 또 자기네들 손 안 대고
코푸는 방식이어서 좋지 않은 방식이라는 문제 의식이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냥 내버려 두고 있습니다.
또 우려스러운 건, 그렇게 슈퍼스타들 몇명이 자신들의 확신에 차서 권위를 부여받고
권력을 누리게 되면, 결국 조직원들이 멍청해지거든요.
'본회퍼의 어리석음 이론'이라는 개념을 찾아보시면 아시겠지만
결국 무한 권력을 누리는 권력자 밑에서의 사회에서
조직원들은 멍청해진다는 이론입니다.
이게 저를 포함해서 우리 조직에 서서히 퍼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저도 저런 권력 밑에서 순응하면서 좀비처럼 살아가다 보니 참 멍청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한 두번 하는 게 아닙니다.
회사란 게 원래 다 저렇게 돌아가는 것이고, 조직내의 구성원들이 다 열의에 차서 성실하게 일을 한다는
보장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된다고 해도 이상적으로 톱니 바퀴 돌아가듯이 착착 아귀가 맞아서
조직이 돌아간다는 게 이상에 가깝긴 하지만
지금 상황은 약간은 불만도 있고 우려스럽습니다.
당장 저 인간들 다 빠지고 나면 어떻게 되려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든 그 사람들 없다고 조직이 당장 망하는 건 아니겠지만
그 상황이 온다면 그 슈퍼 스타들 위의 관리자들은 역시 자기 책임 회피와 무한 보신주의에 빠져서
또 실무진들을 갈아넣으면 대혼란이 오겠죠. 그 생각하니 정신이 아득해지네요
댓글 (6)
-
이이리온
25.02.20 · 210.♡.150.124
- 로
로스로빈슨
→ 이리온 작성자
25.02.20 · 124.♡.249.204
아닙니다 우리 부서가 특정 몇명이 과시적으로 일을 하고 정보를 독점하고 그들에게 의존하면서, 서로 소통도 잘 안 되고, 역할이나 책임도 불분명하게 돌아가서 이야기한 내용이에요 -
CCaTo
25.02.20 · 172.♡.54.224
우리나라 메모리 회사들 개발 하는 사람들 마인드는
‘야 이게 필드로 나간다고?’, ‘야야 드랍이다 드랍’ 이죠 ㅋㅋ
안될거야 마인드. 근데 나중에 어떻게든 되어있습니다? -
IIKnowNothing
25.02.20 · 175.♡.83.45
슈퍼스타병 걸리면 답이 없죠..
그런 의미에서 업무평가 시스템이라는것도 상당히 문제가 많다고 봅니다
분명 일 잘하는건 맞지만, 회사 일이라는게 100% 혼자만의 힘으로 일군게 아닐진데
몇번 a~s급 평가 받기 시작하면 기고만장 엔딩 혹은 부담감 엔딩으로 직행하기 쉽죠 -
심심이
25.02.20 · 121.♡.233.113
어??저거 어디서 많이 본 이야긴데요?ㅋㅋㅋㅋㅋㅋㅋ
어떤 게임 회사에 소위 유명하다는 개발자분 (전 솔직히 몰랐습니다만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유명하답니다. 진짜 모르겠던데)
말도 너무 잘하고, 그 팀도 다들 엄청 똑똑해 보이고
발표 할 때 결과물들이 너무 엄청나 보이고 그래서 아 대단한 사람들이네 했습니다.
그런데 그쪽 기획팀에 계신분이랑 제가 연이 좀 있어서. 저에게 이런저런거 개발 이야기를 물어 보길래.
그쪽에 그분들 되게 잘하시는데 왜 그걸 나한테 물어보냐? 라고 했더니.
맨날 물어보면 동문서답에 이상한 것만 결과 내온다고 하더군요.
가끔은 자기들 엿 멕이려고 저러는 건지 의심이 될 정도로 삽을 만들자고 했는데. 칼을 만들고는 칼로도 땅 팔수 있다 식의 소리를 한다고... ㅡㅡ;;;;
자리 가보면 자기 블로그, 커뮤니티 사이트 맨날 띄어 놓고 있다고 해서 그렇게 욕을 욕을.. -
홍홍천브람스
25.02.20 · 112.♡.106.194
글쎄요.. 최소한 제가 있는곳은 한명이 튄다 싶으면 우르르 몰려와서 다굴쳐서 묻어버리는 문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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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직얘긴가 싶어서 쫄리네요.. 우린 설레발 치는게 나라서..;; 뻘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