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포도왕포도 (104.♡.68.24)
2025년 2월 21일 PM 09:22
민주당은 보수 정당인가?
1. 포괄 정당으로서 89년까지 미국 민주당
저는 '민주당이 보수다'라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땐, 농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민주당이 진짜 보수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민주당 밖에서 상식적인 보수주의자나 중도 보수 연하는 사람들을 흡수하기 위한 좋은 방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분들에겐 실상보단 딱지가 중요한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이런 명제가 확산되자 저는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이 보수주의를 표방하다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다양성을 상실하는 건 아닌가 하는 기우를 품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할 겸, 빨갱이 답게 악마의 대변인이니 '앙' 내 야당이니 레드팀이니 하는 역할도 수행해 볼 겸, '민주당이 보수다'라는 명제에 관해 글을 적어 보자 합니다.
먼저, 오해를 피하기 위해 제 투표 이력과 정치 성향부터 밝히고자 합니다. 저는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이래, 대통령 선거와 지역구 국회 의원 선거와 지방 선거에서 모두 민주당 계열 후보에게 투표해 왔습니다. 비례 의원은 정의당 계열 정당에 투표하였으나, 정의당에서 노동자 정당으로 정체성이 약되고 극단적 여권 운동 세력이 합세하자, 민주당에 표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저는 제 비례 대표 표를 더불어민주연합과 조국혁신당 중 어디에 주어야 하는지 매우 고민했습니다. 제 정치적 성향은 사회 민주주의와 사회 자유주의에 경도되어 있고, 오늘날 사회에서 두 사상이 분리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저 스스로를 사회 민주주의자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따지자면, 진보 세력을 포함한 더불어민주연합에 표를 주는 게 당연하겠지만, 저는 두 정당 중 사이에서 꽤 오래 고민을 했습니다. 그 이유는 더불어민주연합에 표를 주자니 당선 가능권에 들어온 후보 중 제가 내켜하지 않은 현상을 초래할 만한 인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조국혁신당에 표를 주자니, 현 정권 타도 이후 그리고 검찰 개혁 이후의 또는 조국 대표님의 부재 이후 조국혁신당의 방향성 그리고 협력할 수밖에 없지만 분열이 예고되어 있다고 생각되는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관계가 걱정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조국 대표님을 그 인생과 사상으로 신뢰합니다. 지난 총선 당시 저는 그의 책을 통해 비추어 본 바, 조국 대표님이 있는 한 조국혁신당은 정치적, 경제적 영역에서 사회 자유주의에 해당하는 의제를 선도하고 그러한 정책을 추진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법안 통과를 위해 필수적인 민주당과의 관계도 시민 사회와 진보 진영에서 조국 대표님이 가진 인망과 관계에 의해 담보될 수 있으리라 여겼습니다. 하지만 제가 우려하는 점은 조국 대표님이 없는 조국혁신당이었습니다. 당시 조국 대표님은 부당한 재판을 받고 있었습니다. 만약의 사태로 인해 조국 대표님이 부재할 경우, 저로서는 조국혁신당의 향배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습니다. 당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다른 당과 협력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조국 대표님이 없다면, 특정 세력에 의한 당권 탈취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우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검찰 개혁을 위해 수용한 검찰 인사들이 당권을 탈취하지 않을까 하는 미친 걱정도 했습니다. 조국혁신당이 더불어민주당과 차별화를 위해 극단화되는 건 아닌가 하는 염려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민주당이 노동권 보장에 앞장서기 시작하자, 민주당과의 차별화를 위해 성급히 극단적 여권 운동 세력을 수용하다가 전통적 노동 운동 지지자들을 외면하고 당 자체도 유권자에게 외면 받게 된 정의당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원의 역량과 그 지원에 힘입어 당시 당내 반민주 세력의 배제에 성공했던 더불어민주당을 지원하고자 더불어민주연합에 표를 주었습니다.
신앙고백을 했으니, 이제 본제를 이야기해 보죠. '민주당이 보수다'라는 명제의 진리치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무엇이고 보수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광복 이래 대한민국에서 그 당명에 "민주당"이 포함된 정당은 무수히 많습니다. 이러한 정당들은 이름은 비슷하다고 하더라도 성향은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예를 들어, 송진우가 당수였던 1945년의 한국민주당은 지주와 자본가 그리고 기회주의적 독립 운동가가 결합해 탄생한 정당이지만, 1987년 김대중 대통령님이 창당하신 평화민주당(이하, 평민당)은 "중산층, 근로자, 농어민 그리고 우리 모두"를 위한 민주 정당입니다. 그렇기에 서로 다른 성향의 여러 민주당을 그 명칭만으로 묶을 수는 없고, 그렇기에 "민주당"을 좀 더 분명히 정의하지 않고는 명제의 진리치를 판단할 수 없습니다.
지금 현재 "민주당"이라 불리는 당은 더불어민주당입니다. 그리고 이재명 대표님께서 더불어민주당이 중도 보수라고 말씀하신 후로 '민주당은 보수다'라는 명제가 화두에 오른 점을 고려하면, 명제의 "민주당"은 더불어민주당이라 봄도 온당합니다. 그렇다면 명제를 '더불어민주당은 보수다'로 고치고 판단에 나서면 될까요? 저는 이 명제를 판단하기에 앞서 일종의 계보적 접근을 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민주당이 중도 보수라는 발언은 비단 오늘날만이 아니고, 그 연원을 평민당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재미있게도 이재명 대표님의 민주당 중도 보수 발언에 대해 뭐 같은 언론이 매표 전략이라고 뭐라고 하는 바는 평민당 때도 같았습니다.
"평민당 김대중 총재는 당의 노선과 색깔을 여러 번 밝힌 바는 있다. 「온건 개혁」 「중도」 등등의 말들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의 민주당 같이 중도 보수와 중도 진보를 동시에 포괄하는 정당이라는 말도 비친적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말들은 그야말로 「말」일 뿐이지, 온갖 정치적-사회적 갈등을 빚고 있는우리의 복잡한 상황 속에서 평민당이 과연 등을 어디로 향해 서있는가 하는 것을 분명하게 드러내주지는 못한다. 한마디로 평민당은 국민을 헷갈리게 만드는 일은 이제 하지맡아야 한다. 이런가 하면 저렇고, 저런가 하면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하는 말이다."
상기 인용문은 1989년 6월 30일자 조선일보의 「평민당은 좌정하라」라는 사설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조선일보의 뭐 같은 성향을 잘 보여 주는 이 사설에서 사실만 추리자면, 당시 평민당 총재였던 김대중 대통령님께서 '평민당은 미국의 민주당과 같은 중도 보수와 중도 진보를 포괄하는 정당'이라 말씀하셨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 말씀으로부터 우리의 계보적 여정을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미국 민주당의 사례로부터 평민당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더불어 민주당의 전략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초 미국 민주당은 남부 지주 세력을 대변하는 정당이었으나, 20세기 전반기 경제 안정과 발전을 달성한 우드로 윌슨과 프랭클린 D. 루즈벨트를 거치며 남부 백인뿐만이 아니라, 중산층, 노동자와 농민, 이민자, 진보적 지식인을 아우르는 폭넓은 지지 기반인 뉴딜 연맹을 형성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 기반은 루즈벨트부터 존슨까지 아이젠하워가 당선된 두 번의 대통령 선거를 제외하고 미국 민주당이 대권을 잡게 한 원동력이 됩니다.
1960년대에 케네디와 존슨 대통령을 기점으로 미국 민주당의 지지 기반은 변화되고 약화됩니다. 베트남 전쟁으로 대표되는 민주당의 냉전 외교 실패는 자명했고, 이 실패로 인해 국내 개혁을 위한 자금이 끊임없이 전비로 전용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가난과 차별의 구축을 목표로 내세운 '위대한 사회' 정책을 실시한 린든 B. 존슨 행정부는 의료/교육 보장과 민권 확대의 측면에서는 성과를 냈지만 경제 성장 부분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1964년 민권법과 1965년 투표권법으로 대표되는 시민권 확대는 여성과 유색인종과 이민자의 민주당 지지를 장기적으로 강화하는 데 역할을 했지만, 남부 백인의 지지를 상실하는 원인이 됩니다. 길어지는 베트남 전쟁으로 인해 미국 민주당에 대한 지지 기반에 균열이 심화됩니다. 청년층과 진보적 시민의 지지가 철회되었고, 게다가 마틴 루터 킹 주니어와 로버트 F. 케니디의 암살로 인해 미국 민주당 지지 세력 사이의 연합이 약화되었습니다.
상술한 미국 민주당 지지 기반의 분열과 1960년대 미국 공화당의 남부 전략을 통한 민주당 지지자 흡수, 전쟁으로 인한 미국내 강력 범죄 격화, 민권 운동과 '폭동'의 증가로 인한 미국 사회의 불안으로 인한 중산층 이탈에 힘입어 196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리처드 닉슨이 승리합니다. '법과 질서'와 '침묵하는 다수'를 표어로 내세우던 닉슨의 재임기를 거쳐 사회적 안정을 중시하고 사회문화적으로 보수적인 미국 중산층, 지식인과 언론인 등의 지적 엘리트에 대한 반감을 가진 시민들이 미국 민주당 지지층에서 빠져 나갑니다.
1970년대와 1980년대 미국 민주당은 닉슨, 레이건, 부시에 차례로 패배하며, 지미 카터를 제외하곤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합니다. 민주당은 이 암흑기를 거치며 루즈벨트 이래의 전통적 민주당 지지 기반에서 여성, 유색인종을 비롯한 소수 민족과 소수 인종, 성소수자, 도시의 진보적 중산층 등으로 구성된 오늘날 미국 민주당의 지지 기반을 강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인기가 있었던 카터는 60년대와 70년대 미국 민주당에서 눈을 돌렸던 기독교계의 지지와 그리고 워터게이트 사건을 통해 자폭한 닉슨 덕분에 197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게 됩니다. 카터는 주요 정부 직책에 여성과 소수 민족을 다수 채용하였습니다. 닉슨은 1973년 낙태권을 보장한 미국 연방 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결에 대해 간접적인 반대를 표하고 직접적인 의견을 내진 않았지만,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극단적인 경우에 한하여만 낙태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카터는 민주당의 대통령으로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수용했습니다. 또한 카터는 성소수자에 대한 연방 정부의 고용 차별 정책에 관해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백악관에 성소수자 인권 운동가를 초대하기도 하는 등 성소수자 공동체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카터의 정책은 본인의 신념이 아니라 민주당의 정책에 따른 바였으며, 그의 지지층인 기독교계의 민주당 지지 이탈을 초래했습니다. 이러한 카터의 결정은 60년대부터 모든 인간의 기본적 시민권 보장을 목표로 민주당 내에서 이루어진 시민권 운동 확대 정책과 이에 병행한 지지 기반 재편의 단면을 보여 줍니다.
그러나 60년대부터 70년대에 걸친 지지층 재편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지층의 약화는 계속되었습니다. 70년대를 거쳐 공화당 정권과 기업의 조직적 방해로 루즈벨트 이래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인 노동 조합이 약화되었습니다. 게다가 카터 행정부는 2차 석유 파동으로 인한 경기 침체와 주 이란 미국 대사관 인질 사건으로 지지층 이탈을 초래했고 미국 민주당은 1980년대에도 대선에 승리할 만한 지지층 확보에 실패합니다. 민주당 지지자 중 카터 말기의 경제 후퇴를 경험한 노동자들, 새로운 정체성과 문화 현상에 대한 반감을 가진 사회적 보수주의자들, 외교적 강경파들이 민주당에서 이탈해서 레이건을 지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을 레이건 민주당원이라고 합니다.
1980년과 1984년의 연이은 대선 패배로 민주당 일파가 정체성 변화를 기획합니다. 존슨 행정부와 카터 행정부에서 일한 바 있는 민주당 인사인 앨 프롬은 1985년 민주당 지도자 회의 결성을 주도하고 연이은 미국 민주당의 대선 패배를 루즈벨트 이래의 민주당 지지자 연합인 뉴딜 연합의 해체로 보고 이 연합의 재건을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결성 당시 민주당 지도자 회의는 미국 민주당 주류는 아니었습니다. 1988년을 기해 민주당 지도자 회의에 연방 상원 의원 앨 고어과 조 바이든, 아칸소 주지사 빌 클리턴이 참여하였고, 이를 통해 신 민주당원이라고 하는 미국 민주당 내 새로운 주류 세력이 형성됩니다. 신 민주당원은 종래 민주당의 민권 정책은 유지 또는 완화하되, 세금 감면이나 작은 정부 지향과 같은 공화당적 정책으로 경제와 재정 문제에 있어 공화당에게 빼앗긴 주도권을 되찾고자 했습니다. 1989년 미국 민주당은 카터 이래 삼연패를 해결하기 위해 정체성 변화를 시도하였고, 좋은 말로 표현하자면 중도화, 나쁘게 말하면 경제적으로 우경화되었습니다. '제3의 길'이라는 틀이 형성되기 시작된 거죠.
미국 민주당의 지지 세력의 변화와 그 재구성 흐름을 간략하게 살펴봄으로써, 김대중 대통령님께서 말씀하신 미국 민주당의 포괄성 대해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미국 민주당은 세월에 따라 그 지지층의 구성에 큰 변화가 있었지만, 중산층, 노동자, 농민, 이민자, 지식인, 여성, 소주 민족, 소수 인종, 성소수자라는 여러 공동체로부터 지지를 받았던 포괄 정당이니 말입니다. 평민당도 중도 우파와 중도 좌파 등 모두가 잘 살기 위해 중산층, 노동자, 농민 모두를 아우르는 포괄 정당을 지향했습니다.
여기에서 드는 의문 그렇다면 중도는 뭐고 좌파는 뭐고 우파는 뭐냐는 것입니다. 미국 민주당은 1960년대 이래 시민권을 중심으로 한 '진보적' 의제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 왔습니다. 그렇지만 당시나 지금이나 미국 민주당을 중도 자 빼고 좌파니 진보니 부르는 사람을 없을 겁니다. 평민당도 진보 의제에 호의적이었지만 좌파 정당도 아니고 진보 정당도 아니었습니다. 이는 87년 김대중 당시 평화민주당 창당준비위원장님의 발언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1987년 10월 31일자 경향일보의 「4파전돼도 당선 확신」이라는 기사는 당시 김대중 평화민주당 창당준비위원장이 관훈클럽초청토론회에서 사회민주주의와 '혁신 정당'의 이념을 사회 정의적 측면에서 지지하나 자유 시장 경제의 지지자로서 '혁신 정당'을 할 생각을 없다고 밝히셨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평민당은 그렇다면 보수 정당일까요? 당시 보수 정당으로 불리던 정당은 민주정의당이었습니다. 제5공화국의 여당이자 노태우 정부의 여당인 민정당이죠. 평민당은 민정당 같지는 않습니다. 초록동색이라면 제5공 시절 김대중 대통령님께서 그렇게 탄압 받진 않았겠죠.
그래서 다음은 보수, 중도, 진보의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각각에 해당하는 정당과 그 기반이 된 사상을 다시 계보적으로 살펴 보는 거죠. 그러면 문제의 명제에 대해 판단하기 위한 자료가 얼추 갖추어 질 겁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당 보충 하러 가 보겠습니다. 즐거운 금요일 저녁 그리고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댓글 (0)
-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