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leAde (221.♡.128.222)
2025년 2월 22일 AM 10:37 · 수정됨(10:50)
1.
냉전이 종식 된 후인 90년대, 그리고 오바마 정부가 활동했던 2010년 중반까지,
미국의 미디어, 특히 영화와 드라마들은 경찰국가 미국의 위상과 위대함을 보여주었습니다.
냉전 시대에는 프로파간다 영상물이 잘 팔렸습니다. 미국 (+ 영국) 만만세 혹은 쏘련은 우리의 적! 쏘련을 주깁시다!! 같은 것들요.
명확한 적국이 특정되어 있었으며, 세상은 신, 천사, 악마가 나오는 신화시대와 같이...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헐리우드에서는 미국이 제국주의적인 여러가지 특징들을 따라가고 있음을 경고하는 작품들도 많이 나왔지만
대체로 국가 공권력, 첩보조직이 한 개인의 삶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를 보여주는데 초점을 두었지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같은 작품이 생각나네요.)
그러나 세월이 지날수록 대중매체에서 표현하는 미국은 예전의 천하를 호령하던 모습이 점점 퇴색되어만 갑니다.
드라마 홈랜드 시즌 4와 5 정도가 생각나네요.
미국은 최첨단 시스템을 총동원하여 자신들의 전쟁터를 미시적인 레벨에서 통제하고 있다고 자랑하고, 또 그렇게 믿고 있지만
정말 중요한 전쟁은 최첨단 시스템이 닿지 않는 곳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에피소드들이었습니다.
미국은 세계에서 유일한 초강대국이지만, 작정하고 덤비면서 전략을 수립하고 겁없이 실행하는 외부의 적에게
중요한 전략적 위치를 내어주는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2.
그리고, 이번에 로버트 드니로 배우님이 주연한 드라마 제로데이입니다.
제로데이에서는 정치적으로 미국의 목표로 하는 다양성이 어느정도 실현된 것으로 묘사됩니다.
백악관에 있는 현 대통령은 '흑인' '여성' 이며,
전기의 대통령인 로버트 드니로가 연기하는 '멀린' 대통령과의 관계가 매우 두터운 것으로 묘사되는 것을 볼 때,
(여러가지 스캔들이 있었음에도) 정권의 연장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듯이 보입니다.
하지만, 큰 문제가 터졌을때, 드라마 제목과 같은 제로데이 사이버 공격이 미국 영토 전체를 덮쳤을 때에
미국의 정치, 군사, 첩보조직은 상당한 무능함과 무력함을 들어냅니다.
세계 전체를 수호하여야 하는 경찰국가 미국이라는 위상과는 전혀 딴판의 모습이 펼쳐지는 것입니다.
3.
미국이라는 경찰국가, 초강대국, 21세기 유일의 제국을 약화시키는 원인은 다양합니다.
입법부를 구성하는 의원들은 국가의 안위가 아닌 자신들의 이득을 먼저 계산하고 있으며
행정부의 최고 수장인 대통령은 진상 조사를 라면물 올려놓고 바로 끓여오라는 듯, 지금 당장 대중들에게 말할 수 있는 간편한 진실을 원합니다.
기존 기성 미디어들은 자신들의 광고수입을 위해 선정적인 보도를 지속하였으며,
그 결과로, 사람들은 기성 미디어보다 더 자극적이고 편파적인 '대안 언론 매체'를 탐닉합니다.
(여기서 대안 언론 매체는 ㄱㅅㅇ 같은 느낌으로 묘사되고요. 대안 언론 매체의 사장 겸 진행자는 자신의 애들에게 텔레비전을 보여주지 않으려 한다는게 코미디였습니다.)
21세기의 유일무이한 제국인 미국은 무너지고 있으며, 외부의 공격에 처참하게 무너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미국 사회를 점령합니다.
그 누구도 미국이 '제로데이 공격'에 슬기롭게 대처하고 국가 기능을 재건하리라는 말을 하지 못합니다.
4.
드라마 제로데이는 지금 이 순간 미국이 처한 걱정거리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더이상 초강대국 미국은 존재하지 않으며, 국가적인 재난 혹은 외부세력의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믿음이 희박해졌음을 보여줍니다.
사람들은 대안 언론 매체를 맹신하고, 사회적 불안을 과격 시위로 표출하고, 미국 연방정부는 미합중국을 묶어줄 수 있는 정치적 메시지를 발신하지도 못합니다.
일부 세력들은 제로데이 공격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쉬운 결론'을 내고 '전체주의 국가 미국'을 구성해야 된다는 주장을 합니다.
만약 실제 위기가 왔을 때, 미국은 지금과 같은 '다양성'과 '헌법 정신'을 보전할 수 있을지를 심각하게 걱정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미국 사회는 사건의 진상을 '진실되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걱정하는 듯 하였습니다.
5.
드라마는 전체적으로 잘 만들어졌습니다.
국가 세력의 이해관계와 각 인물들의 행동, 선택과정을 소상하고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6화라는 짧은 분량에서 보여줄 것은 다 보여주었습니다.
다만, 연방정부가 위기 대응을 너무 '착하게'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드라마에서 나오는 사건이 벌어졌다면, 연방정부는 계엄령을 발령하고, 100만 명 단위로 조사 및 사찰을 하고, 1만 명 단위로 체포 및 구금 및 심문을 하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연방정부군과 주방위군이 출동해서 CNN, NBC, FOX 같은 방송국 점거하고, 주요 행정 거점에 병력을 파견했을 것 같은데... 그러지는 않습니다.
완전히 미쳐 돌아가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드라마에서는 그래도 자국민들을 취조하는 과정을 생각보다 착하게 진행합니다. (;;;)
6.
경찰국가 미국이라는 부분만 지우고 보면, 드라마는 오늘날의 한국 상황과 겹치는 지점이 많습니다.
특히, 자칭 보수우파 세력과 대안 언론 매체의 뻘소리는 '저거 한국 아냐' 하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드라마처럼 국가 전체를 대상으로 한 공격이 들어온다면... 우리는 그것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상상을 해보게 됩니다. (지금 상태로라면, 아마 안될거예요... oTL...)
총평.
저의 평정은 10점 만점에 7.5점입니다.
매우 깔끔하게 만들어진 시나리오.
로버트 드니로 배우님의 연기.
6화 분량에서 최종적이고 완결적인 결말.
아쉬운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MSG를 미첨가한 듯한 밋밋함
정부 대처가 생각보다 착함
댓글 (3)
- B
BKTheAntique
25.02.22 · 211.♡.28.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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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ppleAde
→ BKTheAntique 작성자
25.02.22 · 221.♡.128.222
만족스러운 시청이 되길 바랄께요. ㅎㅎ) - B
BKTheAntique
→ AppleAde
25.02.22 · 211.♡.28.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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