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아재 (112.♡.175.67)
2025년 3월 3일 AM 01:04 · 수정됨(03. 05. 17:13)
존암사 관련 뉴스를 보니까 저희 어머니 죽음을 떠올리게 되네요.
저희 어머니는 2015년에 75세로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10년 전부터 신체 마비 증상을 겪고 계셨습니다. 처음엔 하반신 마비가 왔고 돌아가실 즈음에는 상반신 마비까지 온 상태였어요. 그 마비 증상의 원인과 해결책을 알기 위해 서울대병원, 연세대병원, 홍성에 있는 지역병원에서 거의 2천만 원 가량을 쓰셨습니다.
서울대병원에서 원인을 알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음에도 또 연세대병원에서 수백만원을 들여 또 진단을 받고 싶어 하시길래 말렸어요. 서울대에서 이미 모든 검사를 다 해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머니 의지도 강했고, 아버지도 자식들 폐 안끼치고 당신들이 모아둔 돈으로 하는 거고 어머니한테 그 정도는 해주고 싶다고 하시면서 강행하셨습니다. 그러나 연세대병원에서도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하더군요. 어머니는 무척 실망하셨습니다. 어머니 가족 중에는 그런 증상을 겪은 분이 안계세요. 가족력이라고 볼 수는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후천적인 장애를 얻으셨기 때문에 더욱 힘들어 하셨어요. 거기다 마비가 진행되던 시기에 저도 여러가지 어려운 일을 겪었기 때문에 심적으로도 힘들어 하셨습니다. 어머니에겐 제게 무척 소중한 존재여서 굳이 저랑 같이 지낼 필요가 없었음에도 누나들 지원을 뿌리치고 아버지, 어머니가 저랑 같이 사셨습니다. 그래서 더욱 힘드셨을 거에요. 특히 상반신 마비가 와서 식사도 제 손으로 못 하시고 아버지 도움을 받으니 매우 속상해 하셨습니다. 매우 상냥하고 부드러운 성격이었던 어머니가 무척 날카로워지셨어요.
그러다 2015년 어느 날 저를 부르시더니 그러시더군요. 죽고 싶다고. 이렇게 삶을 연장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인간답게 살 수 없다면 죽고 싶다구요. 유언처럼 두 가지를 당부하셨습니다. 제가 당시 아주 오래된 중고차를 사서 몰고 다녔는데 안전성 문제로 걱정이 많이 되셨나 봐요. 차를 새로 사고, 무엇보다 더이상의 방황을 끝내고 이제 뭔가 정착을 하라고 신신당부 하시더군요.
그리고나서 2주 후에 곡기를 끊으셨어요. 누나나 동생에게는 그냥 몸이 안좋다고 하셨지만 이미 어머니가 제게 하신 말씀이 있어 저는 어머니가 단단히 각오를 하고 일을 진행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병원에 들어가서 진료를 받으시다 10여 일 후에 돌아가셨습니다. 돌아가시기 전 날 자식들과 사랑한다는 인사 다 나누고 주무시다 돌아가셨습니다.
누나, 동생은 울고불고 그랬지만 전 눈물이 나오지 않았어요. 어머니가 생전에 너무 고통스러워 하셨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인간답게 살지 못할 바에는 죽고싶다는 어머니 말씀이 제 귀에 맴돌았어요. 자라면서 어머니가 그렇게 의지가 단단한 분이신 줄 몰랐습니다. 존엄사가 우리나라에서 허용되고 스위스에서 가능하다는 사실을 아셨다면 그걸 택하셨을 겁니다.
댓글 (21)
-
예예지
25.03.03 · 117.♡.2.112
저는 타인이 아닌 본인 스스로 결정하는 안락사는 합법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질병이나 사고 문제든 경제적 문제든 어차피 국가가 그 어떤 도움도 안 줄거면 무슨 권리로 불법이라 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
Wwera
→ 예지
25.03.03 · 61.♡.112.206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는 연명치료는 진짜 문제인거같습니다.
법을 바꿀필요가 있는거같습니다 -
가가랑비
→ 예지
25.03.03 · 58.♡.137.93
순수한 자의지인지, 강요된 자의지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인 갈로 압니다.
자식들이 안락사를 강요하면,
마음이 약한 부모님들은 자신의 의지라고 말하며
안락사를 선택하실 겁니다.
저는 안락사를 찬성하지만, 제도에 어떻게 반영할지는
무척 어려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 서
서박사
→ 가랑비
25.03.03 · 123.♡.161.128
그런문제는 제도적인 장치로 해결이 되지 않을까요? 자식들이 안락사를 강요한다고 해서 의사들의 소견없이는 안락사 진행이 안될건데 단순히 그런 문제로 생각하기엔 그냥 입법을 안하는거라고 봐야 싶네요. 제도적으로 충분히 만들수 있을건데 민감한 문제라 4년짜리 들한테는 좋은 표는 아니겠죠. -
AAlibaba
25.03.03 · 118.♡.251.14
고령화 사회에 들어가면서
존엄사가 도입되어야 합니다.
어머님 좋은 곳으로 가셨기를 기도합니다. -
DDRJang
25.03.03 · 125.♡.5.214
병원에서 진짜 의료기기와 의약품에 의존해서 겨우 생명만 유지되는 몇몇 어르신들 모습 보면, 과연 이 분들이 의식이 있을때 이런 모습으로 마지막의 모습이 기억되기를 원하셨을까? 싶은 모습을 한 분들이 있죠.
뼈만 앙상하고, 여기저기 뭔가 붙어있고 링거 줄에, 가족들과 작별인사는 기대 조차 할 수 없고... 이게 과연 살아가는 것일까? 이게 정말 옳은 방향일까?라는 의문을 많이 가질 수 밖에 없는 그런 모습을 한 분들을 꽤 많이 보게 되죠.
제도적으로 많은 고민이 필요하고 부작용이나 악용 사례에 대한 우려도 이해는 하지만, 현실을 보면 분명 필요한 제도고 더 늦지 않게 논의를 시작해야 하지 않나 싶죠. -
번번쩍번쩍아콘
25.03.03 · 39.♡.28.98
병 관련으로는 안락사 혹은 존엄사가 허용되면 좋겠습니다.
예를들어 말기암 환자가 마약성 진통제로 단순 연명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
...
적다보니까 여러 부작용이나 나쁜 생각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그러네요. -
Eeject
25.03.03 · 211.♡.203.129
어머님의 마지막 마음이 어떠셨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 집니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셨기를 바랍니다 제가 스위스 여행하던 때가 2014년 같군요 그때 마침 한국에서 불치병으로 안락사를 하러 오신 분이 게시다는 걸 어느 매체기사로 봤었네요 당시 50대초반이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한 국가를 방문한 목적이 여행인 사람과 세상을 떠나기 위해 온 사람으로 극명히 다른 상황에 대해 아직도 문득 생각이 나고는 합니다 누구나 잘 살고 잘 떠날 수 있는 것에 대해 쓰신 글 잘 읽었고 합당한 사회제도에 대해서 더 생각해봐야 겠네요 -
런런던쫄면
25.03.03 · 112.♡.182.227
학부 토론에서 euthanasia 란 단어를 처음 접했죠. 그때는 어려서 '굳이 왜?'라는 생각만 들더군요. 그냥 토론을 위한 구색만 맞추고 끝났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이건 인간이기에 필요한 제도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비용이 꽤 듭니다. 그리고 돈만 낸다고 끝이 아니라. 치료나 개선이 불가능 하다는 한국의사의 소견서와 이를 백업 할 영상자료도 스위스 업체에 제출해야 하고 현지 전문의료진이 제출한 소견서와 백업자료들도 다 면밀히 살펴 봅니다. 한마디로 꽤 어렵고 복잡합니다. -
풍풍사재하
25.03.03 · 112.♡.16.113
안락사 어려운 문제죠
특히 자살률 높은 우리나라에서는요
안락사가 살인인가? 자살인가에만 논란 있는 것이 아닌
불치병으로 인한 인간 다운 삶 추구하지 못해
안락사 허용시
불치병을
꼭 신체적 얻은 불치병만 한정 지을 수 있을지
논란도 일어날 것으로 생각됩니다
고칠 수 없는
마음의 병, 정신적 병 또한
불치병으로 인정될 때는 더욱 논란이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