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머니 (61.♡.186.175)
2025년 3월 12일 PM 03:32 · 수정됨(17:12)
최근 읽은 책 중에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라는 책이 있습니다. 아마 읽어보신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책의 내용을 읽다 보면 몇 년 전에 쓰인 책인데 이번 윤석렬 사태를 예언하듯이 썼습니다. 사실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한 후 벌인 일들을 설명하는 과정이지만, 주어만 바꾸면 완벽하게 똑같은 상황입니다.
책의 핵심은 어째서 공화당이 민주주의 반하는 정당이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입니다.
1930년 대공황 때 민주당에게 패배하게 된 것이 공화당은 자신들의 지지 기반였던 도시 노동자들로부터 외면당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공화당은 지지 기반을 넓히려는 차원에서 미국 남부를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미국 남부는 민주당의 텃밭이었고, 다들 아시다시피 원래 민주당(특히 딕시)은 노예제에 찬성하는 남부 한정 지역적 정당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대공황을 계기로 전국적 정당으로 성장하게 되자, 과거에 비해 남부를 좀 덜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습니다.
반면 공화당은 이 틈을 파고들어 남부 백인들의 민심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의 산업화가 가속화되면서 도시는 급성장한 반면, 시골은 여전히 옛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민자들이 기회를 찾아 도시로 몰리면서 도시는 다민족, 다인종 사회가 되었고, 시골은 여전히 예전부터 살던 사람들(주로 백인) 위주의 사회로 남았습니다. 다시 말해 도시는 진보적이자 개방적으로, 시골은 보수적이자 폐쇄적으로 바뀐 것입니다.

위 그림에서 보듯이 현재 민주당을 지지하는 주는 대부분 인종적 다변화가 이뤄진 대도시가 몰려 있는 인구가 많은 주이고, 공화당을 지지하는 주는 대체로 인구가 적은 시골이거나 백인 위주의 남부 지역입니다.
인구 구성이 이러한 변화를 야기한 것입니다.
미국은 선거인단 제도와 상원의원제도(주당 무조건 2명의 상원의원) 때문에 인구가 적은 시골 주가 인구 수 대비 더 많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골 주들의 지지를 등에 업은 공화당은 민주당에 비해 상원을 더 쉽게 장악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더불어 몇몇 경선주에서만 이기면 대선에서도 이기기 쉽습니다. 시골 주에서 늘 패배하는 민주당은 몇몇 경선주만 빼앗겨도 바로 대선에서 패합니다.
어이없는 것은 이러한 불리한 정치적 구조를 만든 게 다름 아닌 남부 지역, 즉 민주당의 옛 텃밭이라는 점입니다. 노예제도 유지를 위해 적은 인구의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건국 당시 넣었던 조항들이 지금은 민주당의 발을 잡는 독소조항이 된 셈입니다.
아무튼 이제 시골 주는 공화당의 텃밭이고, 공화당은 이 텃밭의 권리를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여기서 표 하나를 더 보겠습니다.
위 표는 주별 메디케어 수혜자의 비율입니다. 상위 10개 주 중 붉은 책으로 표시한 주, 즉 공화당 지지 주가 6개나 됩니다. 따라서 머스크는 어떨 지 몰라도 공화당 입장에서 메디케어를 축소하는 것은 자기 발등 찍는 꼴이라 절대 용납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럼 어째서 메디케이드는 공화당이 부정적인지 바로 감이 옵니다.
메디케이드의 수혜를 받는 사람들이 민주당이 지지하는 주들, 즉 도시화된 주에 더 많이 몰려 있는 것이 나타납니다.
도시의 빈민계층은 대체로 이민자들일 가능성이 높고, 이는 공화당의 지지자들인 남부 백인들이 싫어하는 계층입니다.
다시 처음 말씀드린 책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책의 저자는 공화당이 시골 주에 "포획"당했다고 표현합니다. 쉽게 상원 자리와 대통령 자리를 얻을 수 있는데, 무리하게 저변을 넓힐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내부로 더 파고들어 극우화되는 것이 당연한 방향성이라고 합니다.
이제 이를 우리나라에 적용해보겠습니다.
현재 국힘당의 전신은 독재 정권이었지만 어찌 됐든 과거에는 전국 정당이라 부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입지가 줄어들어 지금은 TK당(책의 표현을 빌리면 보수적 시골 지역)으로 퇴락했습니다.
책의 저자는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 바로 "정당이 패배를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폭력을 쓰지 않는 것" 두 가지라고 하였습니다. 패배를 받아들여야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변신을 꾀할 것이고, 폭력을 쓰지 않아야 민주주의가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미 미국 공화당과 우리나라 국힘당은 이 둘을 모두 어겼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둘 다 시골 지역에 포획되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권력을 쥘 수 있기에 전국 정당으로 돌아오기 필요한 아젠다를 제시할 필요를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필요를 잃어버리면 능력도 상실합니다.
능력은 안 따르는데 권력을 잡고 싶은 사람이 하는 것은 하나뿐입니다. 바로 폭력입니다.
지지자들의 폭력성을 유도하는데, 이때 절대 자신들은 손에 피를 묻히지 않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겉으로만 충실한 민주주의자"입니다.
진짜 충실한 민주주의자는 민주주의의 원칙에 반하는 자들(선거 결과를 부정하고 폭력을 쓰는 자들)과는 절대 손을 잡지 않고 강력하게 비난합니다.
겉으로만 충실한 민주주의자는 민주주의의 원칙에 반하는 자들과 영합하거나 또는 겉으로 영합하지는 않아도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합니다. 언제든 손을 잡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들이 진짜 민주주의를 망치는 주범들입니다.
이미 국힘 쪽은 무수히 많은 국회의원과 시장들이 그런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민주당이라고 너무 안심할 일은 아닙니다. 그런 태도를 보이는 자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선거결과 부정과 폭력에 대해 단호하고 강력하게 비난하지 않는 자들, 이들을 잘 봐야 합니다.
어쩌다 보니 좀 길게 썼는데, 머스크의 메디케어 축소 시도는 실패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메디케이드가 더 줄여지지 않을까 싶어집니다. 미국은 갈수록 빈부격차가 더 심해지고, 복지가 축소됨에 따라 사회에 분노하는 자들이 가득 차겠죠. 그 분노의 방향이 어디로 향할 지가 무섭습니다.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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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uler
25.03.12 · 221.♡.188.10
그래서 수박놈들이 나라에 더 유해한 인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
빅빅머니
→ ruler 작성자
25.03.12 · 61.♡.186.175
맞습니다. 그들은 민주주의를 원하는 게 아니라 그냥 권력을 원할 따름입니다. -
개개복치는몰라몰라
25.03.12 · 211.♡.158.235
"이유는 간단합니다. 둘 다 시골 지역에 포획되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권력을 쥘 수 있기에 전국 정당으로 돌아오기 필요한 아젠다를 제시할 필요를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필요를 잃어버리면 능력도 상실합니다.
능력은 안 따르는데 권력을 잡고 싶은 사람이 하는 것은 하나뿐입니다. 바로 폭력입니다.
지지자들의 폭력성을 유도하는데, 이때 절대 자신들은 손에 피를 묻히지 않습니다."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
칼칼쓰뎅
25.03.12 · 210.♡.41.89
어차피 트럼프는 뒤가 없지않을까요? 이미 재선상황이니... 그냥 이번만 신경쓰면 되겠죠.
정치권 집안도 아니고요 ㅎㅎ 돈도많고. - 하
하얀비요일
25.03.12 · 115.♡.105.70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이라고 어렴풋이 느끼기는 했는데
저런 내막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
무무텐
25.03.12 · 211.♡.206.113
경상도쪽에 많은 의석수가 있는 거는 반드시 조정이 필요하겠네요. -
왕왕사슴™
25.03.12 · 61.♡.208.129
중요한 시기 혜안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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