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매니아 (203.♡.173.51)
2025년 3월 13일 AM 10:47 · 수정됨(13:09)
안녕하세요.
셀빅으로 PDA를 처음 접했던 구도심의 초기 회원이었던 유령입니다.
나이가 들어 결혼을 하고 이제 아이가 고1이 되었네요. 쌍둥이 딸입니다.
모두가 우리나라의 사교육은 너무 심하다.
그러나 힘들지만 다들 시키니 안시킬 수 가 없다고 이야기를 하곤 하죠.
심지어 선행 안시키면 학교에서 따라갈 수 없다거나
수행평가는 부모가 안해주면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해왔구요.
동호회에서 운동도 하고 취미도 즐기면서
공부할때에는 학교에서 열심히 하는 학창 생활이
아이들에게 더 좋을거라고 생각하지만 누군가 사교육 선행 돌리고 그 아이들이
더 잘하고 그러다보니 다들 따라서 모두가 힘들어지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그걸 깨려면 그렇게 사교육 안시키고도 잘 키운 사례가 나와야겠죠.
그런 사명감까지는 아니지만 아무튼 저와 와이프의 일치된 자녀 교육관으로
선행 사교육이나 공부하라는 지도? 강요 한마디 없이 고1까지 키워왔습니다.
이제 막 고1 되어서 담임 선생님 상담하는데 딸들이 아빠와의 친밀도를 최상으로 적었다고 하고,이제 수학이 재미있어진다는 둘째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러나 잘하는건 아니라고 강조하는 ㅎㅎ) 아직 진행중이지만 저의 교육기를 공유해보고 싶어 글을 써봅니다.
저희 아이들은 초등학교때에는 태권도 미술 피아노 이외에는 학원이 다니질 않았습니다.
대신 저랑 신나게 캠핑을 다니며 놀았죠.
금요일 오후에 출발해서 2박 3일 캠핑을 즐겼는데 1년에 30번 이상 다녀왔어요.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친밀감도 깊어지고
지금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 아이돌, 취미도 잘 알고 친한 친구들이 누구인지도 압니다. 학교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썰도 풀어주죠.
따로 국영수 교육은 안시키고 유일하게 같이 한 건 책읽기였습니다.
슬로리딩 이라고 EBS 프로그램 보고 따라한건데 책 한권을 정해서 각자 한번씩 읽고
시간날때마다 (보통 주1회 정도) 모여서 함께 같이 소리내어서 책을 두세페이지 정도 읽고 그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걸 다 읽을때 까지 합니다.
빠르게 하면 몇달이면 되었겠지만 거의 1년 걸리긴 했네요.
평소에도 게임하고 쇼츠나 영상 생각없이 보는 모습은 안보여주고
집에 TV도 없고 소파에서 저나 와이프나 책을 즐겨 읽습니다.
그러다보면 아이들도 자연스레 옆에서 책을 읽거나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거나
이야기하면서 노는게 평소의 일상입니다.
학교 가라고 아침에 깨우지도 않고 공부하라고 시키지도 않고
숙제 했는지 안했는지 물어보지도 않았습니다.
알아서 하라구요. 그랬더니 정말로 알아서 다 합니다.
하다가 모르는거 물어보면 봐주는 정도였습니다.
중학교 2학년이 되어서야 아이들이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해서 영어랑 수학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네요. 적응이 힘들려나 싶었는데 다행히 잘 따라 가더군요.
숙제도 알아서 시간내서 합니다. 뭐라고 안해도 알아서 숙제하고 놀고, 놀다가도 숙제는 다시 잘 하더군요.
저녁때 게임하느라 못하면 새벽에 일어나서 알아서 숙제하고 학교갑니다.
오히려 너무 일찍 일어나는바람에 다시 자라고 재우는 정도였네요.
언젠가 누군가 (아마도 친척? 친구?) 다른 사람들 만났을 때
아이들에게 열심히 공부해야 좋은 대학 가고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부모님한테 효도해라 라고 하시길래
나중에 아이들에게 따로 이야기했습니다.
아빠가 생각하기로는 공부는 대학 가기 위해서나 누굴 위해서 하는게 아니라,
우리보다 먼저 오래 살아왔던 사람들이 경험해오고 쌓아온 지혜, 지식을 배우는 건 그 자체로도 재미있고, 오랜 세월 인류가 쌓아온 지식들의 기초에 대해서 교과서를 통해 익혀 나감으로서, 앞으로 삶을 풍요롭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지식과 지혜를 갖추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고 말해줬습니다.
그리고 아빠는 지금도 새로운 걸 배우는게 정말 즐겁다고
너희들도 새로운 걸 알아가는 거에 대한 즐거움을 느끼고 그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이야기해왔죠.
지금도 농담반 진담반으로 학원을 놀이터라고 부릅니다.
수학학원 다녀온다고 하지 않고 수학놀이터 재미있게 다녀왔냐고..
몇시간 공부하는게 힘들기도 하겠지만 꾸준히 잘 하고 있는걸로 보이고
잘 안해왔지만 하다보니 조금씩 늘고 재미를 느끼다가 스스로 요즘 수학이 재미있어졌어 하는 이야기를 하는 둘째를 보며, 지금 당장 잘하지는 못하더라도
앞으로 흥미 잃지 않고 재미있게 해나가다보면 조금씩 나아지겠지 하는 생각이 드네요.
가장 어려운 이야기이지만 공부하라고 시키지 말고 같이 책 읽고
이야기하고 놀아주는 친구같은 부모가 되어주면 좋구요
어차피 하기 싫은거 억지로 시키고 학원보내도 안할거에요.
왜 집에서 안하는 아이들이 학원만 가면 열심히 할거라 생각하고 보내나요.
공부에 대한 재미를 느끼게 도와주고 공부 뿐 아니라 취미도 잘 즐기고
무엇보다 바른 생각을 갖도록 지켜봐주는게 부모의 역할인가 싶습니다.
남은 고등학생 기간도 교육관 바뀌지 않고 선행 같은거 전혀 안시키고 해보려 합니다.
댓글 (17)
-
숀숀화이트팤
25.03.13 · 125.♡.111.106
- 사
사과매니아
→ 숀화이트팤 작성자
25.03.13 · 203.♡.173.51
공감합니다. 아이들도 잘 따라와줬기에 가능한거죠. 그것도 아이들마다 다를거구요. - 채
채리새우
25.03.13 · 61.♡.78.215
저와 같은 교육관을 가지고 계시네요. 저는 아내와의 의견이 달라 앙님처럼 일관된 태도로 아이를 대하지 못하고 이도 저도 아닌 교육을 하게 되었습니다. - 사
사과매니아
→ 채리새우 작성자
25.03.13 · 203.♡.173.51
다행?히도 와이프랑 의견이 완전 일치하여 굳건합니다.
주위에서 아이들 선행 사교육 안시킨다고 하니 얼마나 가나 보자 하던데
와이프랑 일치하고 굳건한 신념이 있고 아이들도 잘 믿음에 부합하다보니 유지중이네요.
다르더라도 채리새우 님께서 아이들에게 힘을 많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권권콩이아빠
25.03.13 · 221.♡.79.43
글 지우지 말아주세여~ 저도 참고하고싶습니다 ㅎㅎ -
Mmyrandy
25.03.13 · 121.♡.33.204
아이와의 교육문제는 제일 중요한게 배우자와 생각이 동일해야 합니다. 저희 부부도 다행히 비슷해서~ ^^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아이라면 분명 알아서 잘 할꺼에요.
아니라면 부모 두 분 중 한분께서 잘 이끌어주시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곽곽공
25.03.13 · 220.♡.159.119
저희도 첫째는 교과 학원은 전혀 안보내고...공부 이야기를 많이 안했는데....
진짜로 고3까지 공부를 아예 안하더라고요....... -
아아기고양이
25.03.13 · 223.♡.74.151
제 애는 아니고 초4 조카가 취미로 하는 운동만 다니고 교과 관련 사교육은 안 받고 엘리하이 학습지만 조금 하고 방과후로 바둑, 체스, 한자를 배우고, 주말에 도서관 잠깐 다녀오고 저랑 각종 체험이랑 미술관, 과학관, 음악회, 공원 등지에 다닙니다.
지금까지야 쉬웠으니까 별 상관 없었겠지만 이제 슬슬 공부를 시작해야하는데 운동 다니느라 시간이 별로 없고 부모도 사교육을 딱히 원치 않아서 그냥 내버려두고 있던데 얘는 어찌 클 지 궁금합니다.^^
근데 유치원~초등학생때 일부러 운동 위주로(여러 종목) 열심히 시키는 부모님들이 계시더라구요. 체력 뿐만 아니라 인성에 도움이 된다고 그러시는 걸로 보였어요. 공부는 중학교때부터 해도 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구요. - 사
사과매니아
→ 아기고양이 작성자
25.03.13 · 203.♡.173.51
맞아요 저도 초등학교때는 공부라기보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인성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태권도 미술 피아노만 했는데 다른 건 중단했어도 태권도는 아직도 다닙니다. 고1 딸인데 4품..
와이프도 저도 운동 좋아하다보니 (잘하는 건 아님) -
아아기고양이
→ 사과매니아
25.03.13 · 223.♡.74.151
우와, 따님 태권도 4품 넘 멋져요!!
사실 조카에게 운동을 권한 건 저인데요. 저는 어려서부터 몸꽝이라 체육시간도 운동하는 것도 다 싫어했어요.;; 초4때까지 키 크다고 엄청 놀림 받았는데 운동은 진짜 너무 못 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근데 조카가 남자앤데 몸꽝으로 보여서 운동 권했다가 재작년부터 시즌 중에는 동호인 대회에도 동행하는데 어려서부터 운동하는 애들 보면 특히 여자애들 보면 넘 멋져요. 저도 다시 태어나면 어려서부터 운동을 취미로 갖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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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님은 그 궁합이 아주 잘 맞는 이상적인 경우네요.
이게 참...뭐랄까 사실 이상적인 훌륭한 교육 방침입니다만,
애 바이 애가 너무 심해요.
이런 교육방침에 되는 애가 있고 안되는 애가 있거든요.
참 자식 교육은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