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bottle (140.♡.29.2)
2025년 3월 20일 AM 11:40
공항에 너무 일찍 와 시간이 붕 떠서 유시민옹의 항소이유서를 천천히 읽어봤습니다. 시국때문인지 나이를 조금 더 먹어서인지 예전에 읽었을때와 사뭇 다르게 느껴지네요.
우리 사회는 계속 진보하고 정의로워졌다고 생각해왔는데 센치해져서인지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군부독재때와 비교해 경찰과 군은 조금 더 국민에게 가까워 진 것 같다고 느껴집니다.
군부독재는 검찰독재로 바뀌었으니 검찰은 더 썩어버렸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하고,
언론은 역행을 해도 너무 했죠.
법원은... 잘 모르겠네요. 5천만 국민의 안위와 행복이 이러한 8명의 손에 놓여있는게 안심되지 않는 것은 그들 집단이 그동안 신뢰롭지 못했기 때문이겠죠.
마지막으로 그 당시 학생이 했던 역할은 이제 더 넓은 계층의 국민들이 나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성세대와 2030 여성들이 그 일을 하고 있고 학생들 자체는 뒷걸음질하지 않았나 싶네요.
이렇게 따져보다보니 우리 사회가 더 정의로워진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음… 어쩌면 대다수의 국민은 더 정의로워졌고, 기득권들은 더 공고해지고 더 악해진건가 싶네요.
항소이유서 중 유독 눈이 더 가던 몇 문단을 가져와봤습니다.
부디 하루라도 더 빨리 좋은 소식을 듣게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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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이 신성한 것은 그것이 법정이기 때문이 결코 아니며, 그곳에서만은 허위의 아름다운 가면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때로는 추악해 보일지라도 진실의 참모습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오늘날의 사법부가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正義)를 세우며, 또 그 정의가 강자(强者)의 지배를 의미하지 않는다면, 1심의 재판 과정에서 매장당한 진실이 다시금 생명을 부여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본 피고인은 믿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아마도 이 사건으로 인하여 그렇지 않아도 쉽게 허물어버리기 어려울 만큼 높아져 있는 현재의 불신과 적대감의 장벽 위에 분노의 가시넝쿨이 또 더하여지는 것을 보아야 할 것이고, 언젠가는 더욱 격렬한 형태로 폭발할 유사한 사태를 반드시 만나게 될 것입니다.
지난 5년 간 현 정권에 반대했다 하여 온갖 죄목으로 투옥되었던 1,500여 명의 양심수들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이 ‘신성한 법정’에서 ‘정의로운 재판관’들에 의해 유죄선고를 받았습니다. 야수적인 유신독재 치하에서도 역시 그만큼 많은 분들이 전대미문의 악법 ‘긴급조치’를 지키지 않았다 하여 옥살이를 하였습니다.
긴급조치 위반사건의 보도 또한 긴급조치 위반이었으므로 아무도 그 일을 말할 수조차 없었습니다. 변론을 하던 변호사도 그 변론 때문에 구속당했습니다. 지금에 와서 긴급조치가 정의로운 법이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그리고 그때 투옥되신 분들이 ‘반사회적 불순분자’ 또는 ‘이적행위자’였다고 말하는 이도 거의 없지만, 그분들을 ‘죄수’로 만든 법정은 지금도 여전히 ‘신성하다’고 하며, 그분들을 기소하고 그분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검찰과 법관들 역시 ‘정의구현’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누군가가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사법부가 정의를 외면해 왔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법정이 민주주의의 처형장으로 사용되어 왔다”는 뜻일 것입니다. 누군가가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사법부가 정의를 세워왔다”고 말한다면, 그리고 그가 진정 진지한 인간이라면, 그는 틀림없이 “정의란 독재자의 의지이다”고 굳게 믿는 인간일 것입니다.
본 피고인은 그곳에 민주주의가 살해당하면서 흘린 피의 냄새가 짙게 배어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곳에서만은 진실의 참모습을 만날 수 있다는 의미에서의 신성한 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싶습니다.
본 피고인은 자신에게 유죄를 선고하는 재판관이 ‘자신의 지위가 흔들리지 않는 한도 내에서만 정의에 관심을 갖는’ 그런 정도가 아니라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우는’ 현명한 재판관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진실을 밝히는 일이야말로 정의가 설 토대를 건설하는 일이라 믿습니다
댓글 (1)
- C
cvi_
25.03.20 · 211.♡.133.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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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명분정도로 보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