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개신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FV4030

Lv.1 FV4030 (210.♡.27.130)

2025년 3월 20일 PM 12:05 · 수정됨(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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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오늘날 한국 개신교회가 영 맛이 가버린 근원적 문제 중 하나기도 합니다. 그건 믿음에 대한 확신의 상실이죠. 제가 만든 말이 아니라, 헤르만 바빙크라는 저명한 네덜란드 현대 신학자가 말한 겁니다. 

개신교는 원래 확신의 종교입니다. 사람들이 이신칭의로 많이 축약해서 말하기도 하는데, 마르틴 루터부터 칼뱅에 이르기까지 이신칭의가 중심이 된 복음에 대한 확신은 16C 종교개혁자들의 공통된 특징이었어요. 

그런데 17C에 들어가면 그 확신이 흔들립니다. 확신은 주입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발견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는데, 그게 잘 안 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그 확신을 대체한 게 '교리'였습니다. 그런데 교리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확신을 대체할 수는 없는 것이었거든요.

그래서 이런 교리 중심의 신앙에 회의감을 가진 사람들은 감성적이고 개인주의적 신비주의 계열 개신교 그룹을 이루게 됩니다. 18C에 들어서면 존 웨슬리 같은 사람이 감리교 운동을 벌이는데요, 이들은 일종의 성령체험, 특히 거듭남(born again)을 강조합니다. 이게 영국-미국 대각성 운동과 맞물려서 잘 되었어요. 그런데, 감정이나 성령체험 같은 경험은 확신을 주는 것은 아니었어요. 사람이 늘 컨디션이 좋은 건 아니잖아요. 감정이나 경험은 오래갈 수 없었던 거죠.

그래서 19C에 들어가면 슐라이어마허라든지 슈바이처 박사라든지, 이런 이들이 자유주의 신학을 도입해서 합리성으로 이 부분을 해결하려는 시도를 합니다. 여기에서 신학이 맞니 틀리니 하는 건 의미가 없구요, 중요한 건 이건 확신을 줄만한 게 아니라는 거죠. 합리성은 20C에 들어가면 양차대전으로 완전 개발살이 나니 말이죠.

한국 개신교회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해요. 처음 한국교회 시작점에서 평양 중심으로 교세를 넓히기 시작하고, 3.1운동이나 독립운동도 참여하며 에너지를 있었지만, 집요한 일제의 공격과 포섭으로 한국 개신교회는 확신이라는 날개가 꺾여버립니다. 해방 이후 교회는 또 급격하게 양적으로 확대되면서 확신이 복음에 대한 확신보다는 '신도 수'에서의 확신으로 점점 변질되었어요. 그러니깐, 교회에 들어온 사람들이 점점 에너지가 없고, 개신교 가정에서 난 아이들 입장에서는 교회는 확신을 외치는데, 확신을 발견할 수 없으니깐, 대체물을 찾기 시작한 거죠. 

그 확신의 대체물이 무엇이었냐. 온갖 오대양 사건들을 일으킨 사이비들, 그리고 90년대는 휴거론, 21세기 들어와서는 신천지 이런데 빠지는 것입니다. 이게 논리상으로는 더 그럴싸해보였거든요. 암튼 이 태생적 문제를 개신교회가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비슷한 일이 계속 벌어진다 봅니다. 이미 전광훈, 전한길, 손명보 이런 작자들이 득세하지 않습니까? 이들의 태극기, 성조기, 스탑 더 스틸은 이 확신의 그럴싸한 대체물이거든요. 개신교인들은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댓글 (44)

  • 까마긔

    까마긔 Lv.1

    25.03.20 · 117.♡.14.57

    무교인 입장에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종류의 이야기라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왜 개신교 계통의 사이비들이 득세하는지 이해가 되네요. 개신교에서 이야기하는 확신이라는 무언가를 상실했는데, 사이비들이 당장의 구원을 줄 것처럼 현혹하니까 길을 잃은 개신교인들이 거기로 발을 들이는 경우가 많은 거군요.
  • FV4030

    FV4030 Lv.1 → 까마긔 작성자

    25.03.20 · 106.♡.74.148

    네 말씀대로 입니다. 레퍼토리가 반복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죠
  • 노마드

    노마드 Lv.1

    25.03.20 · 14.♡.21.194

    근복적으로 불교를 제외한 대부분의 종교는 파시즘과 구조가 거의 같은 면이 있습니다.
    사회 통치를 위해 종교가 사용되었고 지금도 지구 전체로 보면 반 이상이 아직 종교를 국가의 지배 도구로 사용 하고 있습니다.
    기독교도 조금만 변형되면 파시즘과 일체가 되기에 지금 전광훈, 세이브코리아 등 기독교세력이 극우로 선동하는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돌이킬수 없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확고이 심어가고 있는거 같아 씁쓸합니다.
  • FV4030

    FV4030 Lv.1 → 노마드 작성자

    25.03.20 · 106.♡.74.148

    사실 개신교 코어만 수정한 게 북한의 주체사상이죠. 어떤 느낌인지 감이 오실 겁니다.
  • 유비현덕

    유비현덕 Lv.1

    25.03.20 · 106.♡.68.220

    사실 순복음교회 마저도 처음엔 조용기목사가 병을 치료하는 능력이 있는 걸로 흥행했었더랬죠...나중엔 언제그랬냐는 듯했지만...
  • FV4030

    FV4030 Lv.1 → 유비현덕 작성자

    25.03.20 · 106.♡.74.148

    눈에 보이는 성과물로 얻는 믿음과 확신은 오래 못가죠.
  • 안녕클리앙

    안녕클리앙 Lv.1

    25.03.20 · 218.♡.136.29

    좋은 분석글입니다
    믿는다고 하는데 뭘 믿는지 모르는 게 지금 개신교의 모습이죠
  • 블루모카

    블루모카 Lv.1

    25.03.20 · 121.♡.170.120

    어차피 믿음이라는게…
    트럼프가 실존하는지 어떻게 믿져?
    지구가 둥글다는 걸 못 믿는 사람들도 많져.
    그사람들은 지구가 둥글다고 하는 사람들을 광신도나 속았다고 이해 못한다고 하겠져.
    문재인 금궤 2톤도 믿고.

    우리가 진짜 인간인지는 어찌 믿져?
    혹시 npc인가?
  • FV4030

    FV4030 Lv.1 → 블루모카 작성자

    25.03.20 · 106.♡.74.148

    믿음이란 게 사람에 대한 신뢰랑 크게 다른 건 아닙니다. 예수라는 이를 신뢰하니 그 말도 믿는 거죠. 그런데 그 코어가 딴 걸로 뒤바뀌면 이상해집니다.
  • aicasse

    aicasse Lv.1 → 블루모카

    25.03.20 · 203.♡.190.49

    근데 이런 종류의 논법은 종교에 대한 믿음을 정당화해줄 수는 있지만,
    반대로 _모든_ 종교에 대한 _개인적인_ 믿음의 정당성으로 나아가게 되죠.
    누구는 알라를, 누구는 야훼를, 누구는 제우스를, 누구는 날으는 스파게티 괴물을 믿어도 아무 문제 없습니다.
    심지어 그것이 신학적 존재론이 아니라 지구가 둥글다거나 하는 과학적 사실에 대해서도,
    아무거나 상관없다라는 입장이 되어 버립니다. 아니 내가 믿는다는데, 어쩔티비?
    호교론적인 관점에서는 매우 방어적인 입장인데, 반대로 모든 것을 방어하게 되죠.
    뭐, 재미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입장이 절대 진리를 숭상하는 기독교와는 대체로 잘 맞지 않죠.

    제가 기독교인이 아니다 보니, 딱히 그래서 제우스를 믿으면 안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계에 대해 어떤 가정이든 동일하게 받아들일
    만하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지나친 허무주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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