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고양이 (203.♡.235.186)
2025년 3월 26일 PM 01:06 · 수정됨(13:53)
가뜩이나 내란 스트레스가 극심한 와중에..
경북 북부(청송, 의성, 안동, 영양, 영덕)와 경남 산청 쪽의 산불은 더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정말 나라에 망조가 든건지... 하늘마저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우선 화마로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더불어.. 지금도 고생하고 계실 소방인력들의 노고에도 고마움을 표합니다...
고운사가 전소되었다는 사실을 듣고 슬퍼 글을 남깁니다..
이번에 전소된 의성 고운사도 제가 마음의 아지트로 삼고 아끼는 절 중 하나였습니다..
의성이란 동네 자체가 은근히 볼거리가 많은 동네인데.. 금성면의 탑리 전탑을 비롯해, 조문국 사적지..
단촌면의 고운사를 비롯한 오랜 옛날의 유적도 유적이지만..
사람들은 안동만 양반동네인줄 알지 의성도 안동 못지 않은 양반동네라는 걸 잘 모르지요..
의성은 어디를 가든 지나치는 마을마을마다 범상치 하는 조선시대 고택이며 누정들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고운사하면 떠오르는 건물은 함께 전소되었다고 하는 가운루입니다..
보통 절의 강당처럼 평지나 계곡 가에 세운 것이 아니라, 깊은 계곡 위로 다리를 놓은 것 같이 계곡 양안을 걸쳐놓은 강당이고, 실제로 계곡 양쪽을 잇는 다리 역할도 하죠..
계곡 아래에서 부터 올라오는 나무를 잇대어 단 높은 기둥이 인상적인데, 일본 교토의 기요미즈테라(靑水寺)처럼 꽉 짜맞춘 것처럼 정교해보이지는 않는데. 성긴듯 하면서도 안정적이어서 오히려 멋스러움이 있죠...
강당의 바닥 나무널도 저마다 제각각인 크기로 짜맞춘 건데.. 오래되어 수분이 바짝 마른 목재 특유의 가볍고도 단단한 느낌이 좋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쌓인 건물 아래로 계곡물은 늘 처음처럼 흐르고, 온갖 잎들과 꽃들은 새로 피어나고 지는 것을 보는 시간은 너무 행복해 한참을 그곳에 머무르곤 했습니다...
가운루를 통해 절 앞 마당으로 나가게 되면 약간 당혹스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왼편에 오밀조밀하게 모인 불전 및 요사채 공간과.. 오른편에 횅한 마당위에 외따로 선 대웅전..
뭔가 한참 이상하다 싶었는데.. 이건 처음 방문 이후에 자료를 찾아보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원래 고운사는 계곡을 사이에 두고 양쪽 기슭 좁은 공간에 각각 건물들이 자리잡은 절이었는데..
언젠가 계곡을 메워버리면서 횅한 마당이 자리잡게 되었다고 하죠..
그 이후로는 고운사를 찾을 때마다 계곡이 메워지기 전 옛 모습을 생각하면서
훨씬 멋있었을 예전 모습을 떠올리곤 했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적인 절이었는데..
우리의 민주주의도.. 화마가 스치고 간 공간들도..
부디 남은 것들만이라도 잘 지켜지기를..
고생해서 지켜내려하는 사람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가슴 아픈 건 안동의 하회마을이나 병산서원 같은 유명 문화재들도 문화재 들이지만..
경북북부 지역은 어디가나 왠만한 마을이면 마을마다 고택 들이 있고, 누정 들이 있어서..
하나하나 저마다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데.. 이런 곳들이 한번 무너지고 나면 돌이킬 수 없을 거라는 것이 너무 가슴아픕니다..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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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므냐넌
25.03.26 · 106.♡.27.232
하필 고운사라니.. 2년전에 회사업무가 너무 극심하게 스트레스가 심해서 템플스테이 예약해서 잠깐 머문적이 있었는데 너무 마음이 아프네요.. -
게게으른고양이
→ 므냐넌 작성자
25.03.26 · 203.♡.235.186
좋은 곳에서 템플스테이를 하셨군요.. 교구본사이면서도 다른 교구본사들처럼 요란스럽지 않으면서, 우리나라 많은 사찰 들 중에서도 정말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사찰 중 하나 였는데.. 너무 안타깝습니다.ㅠㅠ - S
someshine
25.03.26 · 61.♡.87.225
한국을 잘 다닐 기회가 없어서 유명한 관광지 정도만 알다가 몇 년 전부터 조금씩 돌아다녀봤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포항도 가보고 경북 지역 소수서원 등 서원들과 부석사 봉정사 안동 안정사 및
하회마을 등을 다녀 온 적이 있습니다.
교과서에 나온 부석사를 처음 보는 것도 신기했지만 과연 나올만 한 절이더군요.
발길 닿는 모든 곳이 산세며 한국 태고의 고즈넉함과 그윽함을 가진 곳이었습니다.
고운사도 아마 그러한 느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 소식이 정말 안타깝고 아직 가보지도 못한 곳인데 정말 아쉽네요.
유형 무형의 것들을 잃는 다는 것은 참 가슴 아픈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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