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짱채고 (106.♡.188.58)
2025년 3월 28일 PM 02:19 · 수정됨(15:45)
16년을 같이 산 개가 있습니다
원래는 부모님이 키우시던 개인데
나이가 들면서 눈도 안 보이고 귀도 안 들리는데
이걸 같이 나이가 들어가는 부모님께서 봐주시기엔 한계가 명확해서
7 년 전 독립한 제가 데려왔습니다
그렇게 벌써 3년을 같이 살았는데
이제는 뒷다리에 힘이 없어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일으켜 세워도 잘 걷지도 못하고 다시 넘어지기를 반복합니다
속병이 있는 건 아니라 밥도 잘 먹고 배변활동도 열심히 하는데
일어나지를 못하니 밤이고 낮이고 새벽이고 할 거 없이
일어나고 싶으면 낑낑거리고 짖습니다
그럼 제가 자다말고 일어나서 용변 보게 하거나 물 마시게 하고
돌아다니는거 보다가 개가 다시 누워야 저도 눕습니다
몇 달 째 이 짓을 하고 있는데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지치고 힘이 드네요
근데 문제는 이게 끝이 보이지 않는 일이라는 것과
집에 이제 태어난지 3개월 된 아이가 있다는 겁니다
애가 자든 말든 자기 일어나고 싶으면 짖고 으르렁거리니
(사실 안 보이고 안 들리니 애가 있는지도 모를 겁니다)
애가 자다가 깨서 울고 그러면 저는 개 보러 가고
아내는 애보러 가고
이게 사람 사는 건가 싶습니다
삶의 질이 너무 떨어집니다
평일이고 주말이고 깨지 않고 제대로 자본게 대체 언제가 마지막인지 모르겠습니다
한동안 한방병원도 다니고 이거저거 하면서 조금 좋아지는가 싶더니
최근 다시 주저앉고 못일어나는걸 보니
이렇게 살아가는게 맞나
주인 손길 없이는 이젠 용변도 못 보는 처지가 됐는데
주인인 저나 아내는 낮에는 일 나가거나 애 보느라
밤에는 애 보랴 자랴, 저는 야간 투잡 뛰러 나가랴
개를 돌봐줄 시간이 없습니다
없는 시간 쪼개가며 자는데 그 잠마저도 제대로 못 자고
하루 평균 4~5시간 자니 미칠 노릇입니다
다시 부모님 집에 보내자니
아버지는 야간일 하시느라 주간에 주무셔야 하고
주간엔 어머니도 일 나가십니다
그리고 그 집에는 지금 제가 봐주는 개가 낳은 새끼가 하나 있는데
이 새끼도 벌써 13살이고 질투가 심해서인지
지 엄마를 못잡아먹어서 안달입니다
그 집에 보내면 지금 이 개는 아마 몇 달 안에 말라죽겠죠
정말 딱 하나
지금 이 개를 전담해서 봐줄 사람이 하나만 있으면 되는데 그게 없습니다
이렇게 몇 달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안락사를 해야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알고 있습니다
인간의 욕심이고 이기적이라는 거
그런데 저도 제 가정이 생기고 제 새끼가 태어났는데
새벽마다 개 때문에 깨서 잠도 못자고 온가족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
가장으로서 너무 많은 책임감을 느낍니다
요양원 비슷한 것도 알아봤는데
비용도 비용이지만 일단 이 정도 늙고 병든 개는 안 봐주더군요
사람도 동물도 늙고 병들면 서럽긴 매한가지네요
오늘도 전 출근해있고 아내는 집에서 애와 개를 보는데
넘어진 개 일으켜주다가 개한테 또 물렸답니다
이 개가 어렸을 때부터 성격이 영 안 좋았는데
이거 때문에 더 밉보이는 것도 있습니다
어떻게든 끌고 가고 싶어도
자기를 위해 안마도 해주고 휠체어도 태워주고
약도 먹이는 주인을 맨날 물어재끼니....
답이 없네요 참
댓글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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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불나방
25.03.28 · 1.♡.4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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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희어늬
25.03.28 · 211.♡.80.208
생명이란게 참 어렵네요.
모쪼록 좋은 방법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
HHJLee1120
25.03.28 · 165.♡.5.150
에구 치매견인가봐요ㅜㅜ 고생많으십니다. 만성수면부족 넘 힘들죠ㅜㅜ -
Ddh22
25.03.28 · 175.♡.141.19
어쩔수 없죠....
그래서 한번 보낸 경험이 있으면,다시는 잘 들이시지 않는것 같아요. -
JJunppa
25.03.28 · 222.♡.27.239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
MMrBread
25.03.28 · 14.♡.108.161
동물병원에 데리고 면담 먼저 해보고 결정하세요
저도 노견을 키우고 있어서 상황이 이해는 갑니다. -
윤윤서랑
25.03.28 · 61.♡.118.225
저도 개 키우고 있는 입장이지만 몇달 먼저 보내준다고 큰 차이 있을까 싶습니다. 사람이 우선이지요. -
RRealtime
25.03.28 · 75.♡.158.112
16살이면 오래 잘 돌보셨네요. -
하하바니
25.03.28 · 112.♡.154.139
저도 3마리 키우다가 18년,17년 된 두아이 먼저 무지개 다리 건너고, 16년 되었던 한아이가 주저앉고 배변도 다 묻히고..그러다 쇼크가 오고 자꾸 냉장고 뒤에 숨고 하울링만 계속하다가 동물병원에 데리고 갔었어요. 최대한 보내주기 싫어서 수액도 맞추고 할거 다했는데..의사 쌤께서 조심스럽게 하시는 말씀이 이렇게 데리고 있는다고 꼭 좋은건 아니라며 그걸 권해도 되겠냐고 하셨어요. 저는 너무 죄책감도 들고 마음도 아파서 쉽게 결정하지 못했었는데..힘없이 축 쳐져있는 아이를 보면서 어쩌면 내 욕심에 얘를 더 힘들게 하는걸수도 있다고 생각들어 그렇게 보내줬습니다..다시 그때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지만 좋은 결정을 했다고 생각해요. 나보단 더 힘들 아이를 먼저 생각하셔도 될거에요. 힘내세요 ㅠㅠ - 꿜
꿜리
25.03.28 · 183.♡.166.26
참 어렵네요...그래도 수의사님과 상담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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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의학으로 주어진 수명이상을 사니 문제점들이 나오는것같습니다.
함께한 추억과 가족같은 반려견이기에 어려운결정이지만, 놔주고 아름답게 기억해도 좋을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