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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21일 PM 07:51 · 수정됨(04. 22. 07:25)
저는 빅5가 아닌 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의료기사입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의사증원에 대한 찬성/반대 입장을 나타내려는 의도로 작성한 것은 아닙니다.
의사증원 시도로 인한 의료파행이 두달 넘게 지속되고 있습니다. 저도 이렇게 길어질줄은 몰랐습니다.
의료현장에서, 특히 대학병원이라고 표현되는 수련병원에서의 인력구조 문제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수련병원에서의 의사인력구조의 문제가 지금 발생하고 있는 의료문제와 의사정원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시는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간단하게 의사 수련과정에 대해서 적어보자면
의대졸업 후 전문의 수련을 받고자 하는 의사는
인턴으로 수련병원에 취업해서 1년의 인턴생활을 하고,
전공의로서 3~4년에 해당 진료과에서 전공의 수련을 받고 난 다음
전문의 시험을 봐서 군대를 가거나 전문의로서 수련병원에서 추가적으로 펠로우를 하거나, 취직을 하거나, 개업을 하거나 합니다.
인턴 1년동안은 온갖 잡무들(잡무라고 표현하는 것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겠습니다)을 하면서 기본적인 병원의 구조, 술기, 시스템을 배우고 가고 싶은 과를 탐색하고 합니다.
잡무라고 표현했던 업무내용은, 의사들이 "의사업무"이라고 정해놓은 업무를 합니다.
예를 들어 드레싱이나 각종 관의 삽입과 교체, 제거같은 기초적인 술기부터,
인턴이 속해있는 진료과의 진료 스케쥴에 맞춰서 환자의 주치의로서(환자를 실제 진료하고 치료방침을 정하는 것은 교수가 하고, 주치의는 실제로 환자와 만나고 처치하는 역할을 말합니다.) 각종 처방 발행도 수행하기도 하고,
동의서 받기와 보호자 설명 같은 업무도 합니다.
제가 근무하는 병원에서는 '인턴잡'이라고 표현하는데, 여기서도 의사영역의 범위와 경계는 의사들이 정해놓았습니다.
문제는 만성적인 인력부족으로 '인턴잡'이란 간단한 술기, 절차들도 제때 시행이 되지 않는 점입니다.
의사의 고유 영역이라고 정해놓은 업무들, 그러나 갓 의사도 할 수 있는 업무들이 인력부족으로 인해 제때 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수련병원이 아닌, 즉 인턴이 없는 병원에서는 의사들이 하지 않는 업무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사들은 의사증원 필요없다고 하죠.
다음으로, 인턴이 끝나고 전공의가 되면
진료과별로 차이는 있겠습니다만 본인이 속해있는 진료과에서 주로 주치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여러 교수님 환자들을 진료하고 응급실에서 해당 진료과 환자로 연락이 온 경우 그 분야 교수님에게 연락하기 전에 1차적으로 해당 진료과의 진료를 수행합니다.
한명의 환자를 담당 교수의 지시를 받아 전공의가 주치의로서 진료하는 구조입니다.
이 구조 또한 문제인데,
결국 환자의 치료방침은 교수들이 정하는데, 교수가 24시간 환자를 볼 수가 없으니 전공의에게 맡겨버리는 구조인겁니다.
그것도 배우는 입장의 학생에게 맡기는 일이니만큼 마음편하게 맡겨버리는 구조가 될 수도 있는겁니다.
박단 전공의협의회장(?))이 병원 교수를 착취사슬의 중간관리자라고 표현한 것이 이런 문제 때문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환자를 24시간 볼 수 없으니 전문의끼리 교대해서 진료해야 하지 않는가 생각하는데
환자 치료에 대한 생각과 방법이 의사 개개인마다 달라서 전문의끼리 교대를 하기가 어려운 구조입니다.
전공의에게는 편하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지만, 다른 전문의에게 자기 환자에게 이렇게 해달라고 하기가 어렵고, 또 전문의도 됐는데 교수한테 이런저런 지시 받아서 일할 의사가 없습니다. 본인도 전문의인데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입원전담전문의니 하는 제도를 도입하려고 하고 있지만 글쎄요..
전공의법 등으로 전공의 근무시간이 줄고, 전문의는 전공의 업무 안하려고 하니 응급실 뺑뺑이 이런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원인은 의사 스스로 정해놓은 업무범위와 진료시스템에 있습니다.
이 문제를 국가나 다른곳에서 해결해줄 수는 없습니다. 철옹성같은 의사의 업무범위니까요.
의사단체에서는 돈 많이 주면 해결된다고 하는데 이미 그걸 용인해줄 단계는 넘었다고 봅니다.
수가 올려줄 돈(결국은 사회적 비용입니다.) 의사 증원으로 나눠서 주겠다는겁니다.
결론은 의사 증원 철회를 요구할 거라면,
그에 맞는 해결 방안을 의사 스스로 만들어서 제시해야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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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리안
24.04.21 · 117.♡.25.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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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인피타르
24.04.21 · 1.♡.231.104
저 의사라는 집단들이 지금 바라는건 좀더 바늘구멍이 되어서 자기들이 돈쉽게 벌어먹고 싶은 지금을 더 강화시키는거 아닌가요?? -
Lluhahn
24.04.21 · 172.♡.94.44
확실한 것은 현 정부에서는 아무도 수습하려는 의지나 능력이 없다는 겁니다. 여당에서 진행시킨 총선용 이슈거리 하나였을 뿐… 대신 여파가 너무 크고 계속 진행중이라는 것 뿐입니다 -
줗줗은날왔으면
24.04.21 · 222.♡.196.171
우리 나라 의료체계의 근본 문제는 박리다매를 조장하는 수가 체계와 공공병상 부족입니다.
복지부와 공단/심평원의 1차 목표가 적절한 의료제공이 문제가 아니라 건보재정 보존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일본과 (자본주의 천국) 미국도 공공병상이 20%가 넘습니다.
영국 캐나다 등은 99-100%고요.
우리 나라는 대충 5-10% 내외입니다.
그러니 메르스나 코로나 터졌을 때 병상 못 구해서 민간병원에 음압실 공사비 줘 가면서 병상 확보하느라 난리를 치죠.
수가는 대충 나누면 기술료(인건비)와 재료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재료비는 환자한테 받아서 회사로 고스란히 나가는 돈이라 병원에게 이득도 손해도 아니긴 한데 심평원에서 의학적 근거를 무시하고 정해놓은 치료범위를 벗어나는 재료를 쓸 경우 손해는 병원이 보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공단에서 돈을 주지 않는 각종 소모품도 많이 있어요.
결과적으로 재료비는 적자를 보게 되어 있습니다.
(건보공단에서 운영하는 일산병원 자료로 원가 보전율이 80%입니다.)
그리고 그 적자분을 인건비로 때워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수가가 낮아서 진료비가 싸서 환자들이 병원에 쉽게 방문하기 때문에 진료를 많이 볼 수밖에 없습니다.
대학병원의 인력 중 인턴과 전공의가 30~40%를 차지하는 상황도 그래야 병원이 굴러가도록 만들어놨기 때문입니다.
전문의 600명, 인턴/전공의 400명으로 굴러가는 병원에 전문의 1000명을 넣으면 병원이 굴러갈 거 같나요?
인턴/전공의의 근무시간이 전문의의 최소한 2배이고 업무량도 2~3배이기 때문에 전부 전문의로 굴리려면 1500명은 필요할 겁니다.
그래서 현재 수가로는 대학병원을 전문의 위주로 굴리고 인턴/전공의는 교육 위주로 돌릴 수가 없습니다.
전공의 늘리자는 건 대학병원에서 당장 싼 값에 굴릴 의사를 늘리자는 것이지, 그 늘어난 전공의들이 전문의를 딴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런 고려를 하지 않는 얘기입니다.
여기에 개인의원이나 2차병원에서 충분히 진료할 수 있는 경증환자도 3차 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으로 몰리는, 엉망인 의료전달체계도 문제입니다.
의사가 모자란 부분은 소위 필수의료과들이고, 소아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외상, 응급 등등이 있죠.
이분들 중 상당수가 자기 전공 말고 일반 의원을 하든지 피부미용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가 ㅈㄹ맞은 수가와 빈번한 의료소송 때문입니다.
분만은 현대 의료가 발달하고 나서야 사망률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위험한 과정이고 의사가 최선을 다해도 확률적으로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나라 복지부와 사법 체계에서는 여기에 결과론적 잣대를 들이대고, 분만 사고가 생기면 억대 이상의 보상을 하는 걸 당연시해 왔어요.
가뜩이나 분만 수가도 싸고 출산률도 낮아져서 병원 유지하기 힘든데 소송 한번 걸리면 병원 망합니다.
그러니 누가 산부인과를 가고 누가 분만을 하겠습니까.
저는 의사집단과 더불어 욕을 먹어야 하는 건 복지부라고 봅니다.
'복지'라는 말이 들어가 있어 말랑말랑한 인상을 주지만 기재부 못지 않은 마피아 집단입니다.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로는 대놓고 의사에 대한 불신을 조정했고, 국가 의료체계에 대한 아무런 비전도 없으며, 국민한테 걷어서 의료체계로 전달하는 건보재정을 가지고 너무 많은 권한을 행사하면서 공공의료에는 쥐뿔만한 투자를 할 뿐입니다.
민주당 정권에서는 복지부동이면서 국짐 정권에서는 아주 기세등등하죠.
노무현대통령 국정연설에 의료적자 1조라는 허위사실을 끼워넣고서는 범인 색출에 실패한 조직이 복지부입니다.
인구는 이미 감소하기 시작했고 의사는 가만히 놔둬도 현재 10만명에서 15년 후에는 14만명이 됩니다.
그런데 용산에서 3000명을 5000명으로 늘리라고 했다고 앞서서 칼춤을 추니 당하는 입장에서는 기가 막힙니다.
의료원, 시립병원 등 공공병상이 30%만 되어도 지금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렇게 공공병상을 늘리지 못하는 이유는 건보료를 한참 올려야 하기 때문이고 복지부는 자기들이 욕 먹을 짓은 절대로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턴/전공의 파업 때문에 대학병원이 마비되는 사태가 반복되는 것도 복지부가 욕 먹기 싫어서 수가 체계를 건드리지 않고, 그래서 대학병원 인력 구조가 변하기 않기 때문이고요.
그러니 의사 욕하는 것의 반의반만이라도 복지부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합니다.
일어나지 않을 일이지만, 복지부에서 소아과와 산부인과 의사를 공무원으로 고용해서 인구와 면적을 고려해 지방 소도시까지 소아과와 분만 병원을 공공병원으로 개설하는 걸 보면 복지부에서 필수의료 운운하는게 진심이라고 믿을 수 있겠습니다.
지금 하는 일들은 건보재정의 순증 없이 각과간 상대점수 조정으로 이 과 돈을 빼앗아 저 과에 얹어주는 장난질입니다.
멍멍이같은 복지부에 더 멍멍이같은 국짐 정권이 만나니 민주당 정권이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 벌어지는군요.
보고 있으면 정말 미칠 거 같습니다. - A
AMPM
→ 줗은날왔으면 작성자
24.04.22 · 175.♡.45.147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결국 수가인상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시네요.
전공의 400명을 전문의 900명으로 대체가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900명은 커녕 1200명을 넣어도 전공의가 하던일은 안할거 같습니다.
근본적으로, 월급, 경력, 할줄아는것도 더 많은데 일을 더 조금하는게 당연하다는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의 특출난 능력으로 그렇게 한다면 이해하지만, 면허라는 국가에서 부여한 권한을 가지고 그렇게 하겠다면 당연히 국가와 사회에서 개입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제 글의 요지는 수련의가 하던 일 전문의들이 하기 싫으면 내려 놓으라는겁니다.
이미 개인병원과 수련병원이 아닌 병원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요.
증원하더라도 결국 필수의료가 엉망인 점은 그대로라는건 공감합니다.
그러나 엉망인 필수의료를 손보려면 결국 의사들이 결단을 해야 합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
그냥 이대로 살게해주세요 아닌가요.
그외의 의견은 난 사직 난 군대 이러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