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182.♡.58.27)
2025년 4월 3일 PM 08:12 · 수정됨(21:30)
젊어서는 반공 플랜카드를 앞세운 관제 궐기대회에 나가야 했고,
이웃집 아저씨도 알고 보면 간첩이라는 반공 표어가 난무할때, 혹시 빨갱이로 몰릴까봐 불안해 떨었던 세대들.
그래도 열심히 일하니 가난을 극복했다는 자부심으로 가득찼던 세대들.
그 자부심과 성취감을 위안삼아 독재의 공포를 애써 눈감고 살았던 세대들.
이제 몸은 늙었고, 자식들은 떠나가는데,
언제 닥칠지 모르는 불안한 죽음의 그림자. 행여 내가 치매 걸리면 자식들 짐 되지 않을까.
그래도 남은 것은 자기 청춘을 인정 받고 싶다는 간절한 몸부림.
껍질만 남은 청춘을 추억하고, 자식 세대들에게는 인정받고 싶다는 채워지지 않는 욕심
늙은 부모 잘 살았다고 말해달라는 간절한 몸부림.
자식세대들에게 인정받는 방법은 이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게 아닌데, 아닌데.. 하면서, 괜한 오기가 생긴다.
인정을 받고 싶다는 욕망과 나는 잘못 살지 않았어라는 누추한 자존심이 겹치면서.
김대중은 빨갱이다. 이재명도 빨갱이다. 난 아직 죽지 않았다. 젊은 것들이 뭐 알아.
앙상한 자존심과 분노가 노구를 일으킨다.
빨갱이로 몰리지 않으려면, 반공 플랜카드 밑에서 반공을 외쳐야 목숨을 부지했던 젊었던 엄마 아빠.
왜 청춘으로 돌아가는 낡은 문은 그 야만의 짓을 되풀이 해야 겨우 열리는 걸까.
이제 머리가 바싹 말라버린 파뿌리가 되어.. 현관문 열고 나가시는 야윈 어깨와 앙상한 팔목.
오늘도 광장에 나가서 빨갱이 타도를 외치시네.
미워해도 미워할 수 없는 늙은 부모. 무엇이 저 분을 저렇게 치열하게 만들었을까.
엄마.아빠 광화문에 나가셔도... 제발 옷 따뜻하게 입고 가세요.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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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냉동실발굴단
25.04.03 · 223.♡.7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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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LUEWTR
→ 냉동실발굴단
25.04.03 · 106.♡.11.126
시스님의 의지가느껴집니다.가정에 평화가있기를!! -
아아디오스
25.04.03 · 129.♡.186.152
한 편의 슬프지만 진실이 담겨있는 시군요.
마음을 움직이는 글에 추천 드립니다. -
하하늘기억
25.04.03 · 58.♡.125.114
명문입니다.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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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지가 때려잡자는 빨갱이가 바로 당신의 유일한 아들, 접니다. 어디 당신 외아들 때려잡아죽이자는 집회에 용감하게 나가보시구려. 아부지가 윤석열 살려내면 아버지 외아들은 칵 죽소. 아부지 손녀들은 고아되는거요.' 해뒀습니다.
이후로 온 집안이 평화롭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자식 때려잡자는데는 안가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