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Box (222.♡.103.165)
2024년 4월 22일 PM 12:08 · 수정됨(13:41)
성경을 구성하는 개별 책이 정확히 어떤 식으로 기록되었는지는 아마 아무도 모를 겁니다. 욥기서는 다른 책과 달리 매우 특이한 내용이라서 기록 과정이 상당히 궁금해집니다. 그래서 너무 진지하지 않은 수준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았습니다. 다음 세 가지 집필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1) 저자가 비몽사몽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저절로 손이 움직여서 눈을 떠보니 욥기서가 기록되어 있었다.
-> 이 경우엔 더 쓸 말이 없습니다.
(2) 저자가 이런저런 형태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나름의 방식으로 엮고 적당히 윤색해서 완성했다.
-> 이 경우도 딱히 쓸 말이 없습니다.
(3) 저자가 욥기서에 나오는 내용을 실시간으로 보고 기록했다.
-> 이 경우가 제가 상상의 나래를 펼쳐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욥기서는 사탄이 야훼에게 내기를 걸면서 시작됩니다. 지상에 '욥'이라는 믿음이 깊은 사람이 있는데, 욥에게 재앙을 가져다주면 야훼를 욕할 것인지 아닌지 내기하는 것입니다. 이 스토리를 기록하려면 어떤 과학/기술 장비가 필요할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야훼와 사탄은 인간과 같이 4차원 시공간의 제약을 받는 존재일 수 없으니 아마 욥기서 저자는 4차원 시공간의 벽을 뛰어넘어 야훼와 사탄이 공존하는 세계로 점프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 할 겁니다. 애니 우주 전함 야마토에 나오는 워프 엔진을 능가하는 시공간 초월 엔진을 이용해서 야훼와 사탄이 있는 곳에 가야 합니다. 물론, 야훼가 욥기서 저자를 위해 이 모든 것을 대신 해주고 책상과 의자, 필기도구를 미리 준비해서 기록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갖춰주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경책 저자들이 이런 이상적인 상황에서 자신이 담당한 책을 기록했다는 증거는 현재까지 발견된 적이 없습니다.
야훼와 사탄이 히브리어로 대화할 리는 없고 아마 천상의 언어를 사용할 테니 영화 스타트렉에 나오는 것보다 훨씬 뛰어난 유니버설 실시간 번역기가 있어야 합니다. 약간의 기술적인 문제는 소리를 들으려면 음파를 전달할 매질(예: 공기)이 있어야 하는데, 야훼와 사탄이 공존하는 그곳에 공기가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이 문제는 야훼의 배려로 그곳에 공기를 채워 넣었다고 가정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어쩌면 천상의 대화를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실시간 번역하는 것까지 야훼가 다 해주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대화의 진행은 상당히 빠른 편이니 곧바로 모든 내용을 받아 적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따라서 대화를 녹음했다가 나중에 재생하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물론, 이번에도 음파를 전달할 매질(예: 공기)이 있다고 가정합니다. 욥기서 저자는 대화 녹음과 재생에 사용되는 IT 기기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게 어렵다면 욥기서 저자를 위해 야훼와 사탄이 모든 대화를 매우 느리게 진행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욥이 자신에게 닥친 재앙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실시간으로 관찰하려면 욥을 비롯한 인물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몰래카메라와 같은 장비가 필요할 것입니다. 욥기서 저자는 실시간으로 모니터(?)에 비치는 진행 상황을 보면서 욥기서를 써 내려갈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거 없어도 야훼의 능력으로 천상의 세계에서 실시간으로 세상을 관찰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몰래카메라, 모니터, 화상과 음성 데이터를 압축/저장/전송하는 기술 등이 필요 없어질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간단하게나마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니 욥기서 기록이 보통 일이 아닐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성경 기록 과정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자못 궁금해지네요. ㅎ
욥기서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야훼와 사탄이 사람을 두고 하는 내기가 일회성이 아니라 지금도 대상을 바꿔가면서 진행 중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 어쩌면 현재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순되는 일들에 관한 나름의 설명이라고 생각하면 오싹해지면서 한편으로는 고개가 끄덕여지는 면도 있습니다.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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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adger
24.04.22 · 223.♡.36.144
욥기가 그냥 옛날 이야기 같은 거면 상관없는데 진짜 있었던 일의 기록이라면 최소 관찰자가 새끼천사 내지는 새끼악마쯤은 되어야 가능하겠죠. -
BBlackBox
→ Badger 작성자
24.04.22 · 222.♡.103.165
제가 쓴 내용이 사실상 그런 것이죠. 말도 안 되는 수준의 기술 또는 능력이 없으면 실시간 기록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
꿈꿈꾸는식물
24.04.22 · 106.♡.197.79
안녕하세요? 교호 다니시는가요? -
BBlackBox
→ 꿈꾸는식물 작성자
24.04.22 · 222.♡.103.165
기독교인은 아닌데 관심은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교리상 모순이 많이 느껴지고 현재의 모습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
체체스맨
24.04.22 · 106.♡.131.98
사탄이라 적으면서 야훼는 하나님이라 적을 이유가 있나요? 사탄 - 야훼 이렇게 적으면 더 명확할 것 같습니다.
하나님=하느님 동일한 의미이고, 기독교 전파 이전 부터 우리나라 고서에 남아있습니다. 기독교의 포교 편의성을 위해 하나님이라는 말을 차용해감으로써, 하나님이나 하느님을 보통 명사화시켰지만, 사실 하나님, 하느님과 같은 단어 조합은 어느 나라에도 없는 말입니다.
굳이 단군 역사와 혼돈을 주지 않도록, 야훼(YHWH)나 여호와로 기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봅니다. -
BBlackBox
→ 체스맨 작성자
24.04.22 · 222.♡.103.165
말씀하신 내용이 합당하다고 느껴져서 수정했습니다. -
CCHANEL
24.04.22 · 124.♡.72.126
욥기는 애초에 문학작품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구약 연구하는 학자한테 들은 얘기라 정확한 건 아니지만 일단 그렇다고.. -
BBlackBox
→ CHANEL 작성자
24.04.22 · 222.♡.103.165
야훼와 사탄의 내기를 제외하고 욥이 겪은 일만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오히려 현실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재난은 착한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누구에게나 닥쳐오니까요. 그런 면에서 문학 작품으로 본다고 해도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하하라미
→ BlackBox
24.04.22 · 119.♡.152.67
샤넬님 말씀처럼
시편도 유대인의 시집
잠언은 유대인의 속담집
인 것 처럼 욥기로 유대 민족의 구전 동화를 성경으로 옮겨왔다고 하더군요
시점이 창세기의 초중반 정도로 추정한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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