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기간제 초등특수교사입니다.
MJLee

Lv.1 MJLee (118.♡.15.184)

2025년 4월 15일 AM 10:31 · 수정됨(13:49)

조회 1,782 공감 0

아내는 기간제 초등특수교사입니다.


현재 초등특수교육은 '통합교육'이라는 것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배경을 말하자면,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하 장애학생으로 통칭)은 통합 학급(그냥 일반 학급, 비장애 학생들과 섞인 구성이라 '통합'이라 지칭)에 배치되는게 기본이며, 이에 따라 장애학생은 일반 담임 교사 아래 배치됩니다.

당연히 이래갖곤 제대로 된 교육이 될 리 없으니 특수교사가 지원됩니다. 말하자면 '도움반' 정도의 느낌이죠.


장애학생의 수준에 따라 특수반에 배치되는 시간과 통합반에 배치되는 시간을 미리 짜놓습니다.

어떤 장애학생은 모든 수업을 통합반에서 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장애학생은 모든 수업을 특수반에서 보낼 수도 있죠.


물론 교육청은 전문성이 하나도 없는 학부모 의견을 다 반영해주기 때문에 전문가 교사들의 의견은 절반도 반영되지 못합니다.


이거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서 배경 설명을 먼저 해둡니다.

--------------------------------

뭐부터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는데....

뭐랄까요, 전반적인 교육 환경이 너무나 후지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장애학생에게나 특수교사에게나 지나치게 가혹합니다.


지역마다 특수학교는 혐오시설이라며 설립을 반대하니 특수학교 수는 현저히 모자르고, 교육 예산도 당연히 장애학생에게 우선으로 배정될리 없으니 지원이고 뭐고 제대로 되질 않습니다.

그러니 특수학교서 시간을 보내는 것조차 버거운 중증 장애학생들이 통합교육을 받으러 일반 학교로 배치됩니다.

아내가 근무하는 학급의 경우 경증 장애학생이 1-2명 정도인 것 같고, 나머지 3명이 중증 장애학생입니다.

학생 1: 2학년 남학생. 중증 지적 장애+중증 자폐. 기분조절 안됨. 의사소통은 거의 안되고 운동 능력이 좋아 어디로 튈지 모름. 가끔씩 공격행동+자해행동을 하며 예측 못하게 갑자기 울거나 웃거나 소리를 질러댐. 이 정도면 근데 굉장히 양호한 편.

학생 2: 1학년 여학생. 경증 지적 장애+자폐. 대화는 되는 수준. 자신의 마음에 안드는 일이 있으면 온갖 문제 행동을 함. 밥먹을 때 줄을 서는게 마음에 안들면 계속 소리를 지르며 운다던가, 밥 메뉴가 마음에 안들면 식판을 엎고 밥을 사방팔방에 던짐.

학생 3: 1학년 여학생. 중증 지적 장애+중증 자폐. 의사소통은 아주 약간 가능. 또래 대비 굉장히 몸집이 크고 뚱뚱하고 운동 능력이 좋음. 시도 때도 없는 공격행동+자해행동. 예측 못하게 옆 학생을 할퀸다던가, 마음에 안드는 상황이 발생하면 몸부림을 치며 교사 및 보조교사에게 폭력과 공격을 행함. 근데 '이 마음에 안드는 상황'이란게 '그 모든 것'임. 본인이 좋아하는 놀이가 아니면 폭력과 공격, 자해가 바로 튀어나옴. 자해가 너무 심해 현재 헬멧을 주문제작해 장착한 상황. 물론 헬멧 착용도 마음에 안드는 상황인지라 씌워놓으면 난리가 남. 헬멧때문에 머리를 벽이나 바닥에 박아도 소용없는 것을 알아 온갖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새로운 형태의 폭력 및 자해행동을 시도.


이 상황에서 인력은 특수교사 1(제 아내), 보조인력 1이 전부입니다. 상태 대충 보시면 아시겠지만 학급간 이동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상태며 시도때도 없이 복도와 계단에서 온갖 난리가 납니다.

당연히 수업이 제대로 될리가 없습니다. 수업 내내 보조인력 한 사람이 온전히 붙어도 통제가 될까말까 한 학생인데...

일상다반사로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학급 담임교사는 도저히 안되겠다며 학생을 특수학급으로 보내버립니다.


일반교사와 애들 입장에서도 고역일겁니다. 수업진행은 해야하고, 그 아이들도 1-2학년 어린애들일 뿐인데 수업 내내 괴성을 지르고 울고불며 난리치며 물건 집어던지고 폭력행동까지 하니 도저히 견딜 수가 없지요.

그러면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아내에게 난데없이 괴성을 지르는 학생이 하나가 추가됩니다. 당연히 아내도 준비한 수업을 제대로 못하게 되며 여기에 수업받고 있던 기존 학생까지 영향받아서 추가적인 난리가 납니다.

이런 상황이 하루이틀도 아니고 학기 내내 이어집니다.


여기에 특수교사는 서류작업이 정말 많습니다.

일반교사는 한 수업에 하나의 수업계획이 나옵니다만, 특수교사는 학생 하나 당 개별화된 수업 계획이 나와야 합니다.

15명을 앞에 두고 수업하는 일반교사의 수업계획은 하나이지만 아내는 5명의 학생을 두고 5개의 수업 계획을 짜야만 합니다.

매일, 시간 단위로 사건사고가 벌어지기 때문에 아내는 그걸 상세히 일지로 전부 남겨놔야 합니다.

이건 아내의 방어권을 위해 필수이기도 합니다. 시도때도 없이 아동학대로 고소당할 수 있는게 특수교사라서요. 조금의 빈틈이나 여지를 줘서는 안됩니다.

이렇게 서류작업이 많은데 사건사고는 계속 있으니 학생들이 모두 하교한 후에야 쌓인 업무를 처리할 수 있습니다.


특수학생의 학부모는 당연히 민원이나 상담이 많습니다. 심한 경우 한두시간 이상 전화를 붙잡고 놔주질 않습니다. 물론 그 내용은 모두 상담일지에 기록해서 남겨둬야만 합니다.


여기에 요즘 늘봄이란게 생겼다지요. 부모입장에서 특수학생을 일찍 받고 싶겠습니까. 당연히 조금이라도 남에게 맡기고 싶겠지요. 아내의 학생들은 그래서 온갖 난리를 치며 방과 후 늘봄 교실로 이동합니다.

근데 늘봄 교사는 자기 일을 안할려 합니다. 자기 학급에서 사고 터지는건 싫고 소리지르며 난리치는걸 견딜 수 없으니 아내의 서류작업 중 도저히 못견디겠다며 특수학생을 데려가라 합니다.


결국 아내는 황금같이 소중한 오후시간에도 아무런 업무를 하지 못하고 산더미같은 일거리들을 갖고 집에 옵니다.

그렇게 8-9시, 늦게는 10시까지 서류업무를 하고 간신히 잠에 들죠.


공익근무요원 신청은 왜 안하느냐?

놀랍게도 특수교육에 관한 모든 일은 학교 전체에서 따돌림의 대상입니다. 공익근무요원의 신청, 피복, 급여, 휴가 등의 관리는 행정실이 맡질 않고 특수교사에게 떠넘깁니다. 특수교사 지원인력이니 특수교사가 알아서 하란겁니다.

여기에 교육청의 이기심도 한몫 하는데요, 말도 안되는 행정업무 분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 '우린 권한없고 머리아프고 행정인력들의 항의를 받아들이기 싫으니 현장서 알아서 조율하라'는 식입니다. 결국 인력 많고 끗발 좋은 행정실이 늘 이깁니다. 관행이 그렇다는 논리죠. 학교마다 특수교사는 1-2명이고 행정실은 늘 다수라서 힘싸움이 성립되질 않습니다.


거기에 공익근무요원이 제대로 된 인간이 오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운없이 건달같은 인간이 걸리면 관리업무가 몇 배로 늘어나고 심지어 학생 및 교사의 안전까지 위협받습니다.

교육청은 이런 상황에서 인력 배분의 우선권을 갖고 있어서 a급 인재들은 교육청 업무지원으로 우선 빼놓고 폐급 인력들 위주로 현장에 배치합니다.

그러니 일선 특수교사들은 어지간한 한계 상황이 아니라면 공익근무요원을 받지 않으려고 합니다.


오늘부로 아내는 임신 25주입니다. 이제 배가 제법 나왔지요. 오늘 하루도 아내는 학생의 폭력 행동에 대비해 늘 배를 먼저 막으며 얼굴에 손바닥과 주먹을 맞고 머리를 잡아채일겁니다.

스트레스가 심하니 배뭉침도 덩달아 심합니다.


저번주엔가 교육청서 연락이 왔다더군요.

2학년 중증 학생 1명 더 배치할 수도 있다. 학군지는 여기가 아니지만 학부모가 여길 원하고 학생들 수가 여유있어서 이 학교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방법이 없습니다.

제가 그렇게 그만 두라고 말하지만, 아내는 '학기 중에 그만두면 학교에 폐가 될 뿐더러 교장교감들끼리 신상 공유되어서 앞으로 기간제 교사로 취업길이 막힌다'고 합니다.

제가 투잡 쓰리잡을 뛰어서라도 아내로 하여금 당장 일을 그만두게 해야겠습니다만, 아직 아내는 의지가 확고하네요.


남편으로서 답답해서 그냥 글이라도 남겨봅니다.

댓글 (9)

  • 아리니아빠

    아리니아빠 Lv.1

    25.04.15 · 114.♡.133.165

    MJLee님 아내 분 같은 선생님이 계셔서 제 딸도 무사히 초등학교 졸업하고 올해 특수학교로 진학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말 나온김에 올해 스승의 날에는 딸 아이 도움반 선생님들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드려야겠네요
  • 사도시몬

    사도시몬 Lv.1

    25.04.15 · 211.♡.101.125

    행정실은 인력 많고 끗발 좋은 곳이 아닙니다.

    교원이 갑이면, 교육공무직원은 을이고 행정실은 병 정도 되겠네요.
  • 버블

    버블 Lv.1 → 사도시몬

    25.04.15 · 118.♡.206.45

    케바케 아닐까요. 제가 경험한 바로는 행정실은 언제나 갑이었습니다...
  • 사도시몬

    사도시몬 Lv.1 → 버블

    25.04.15 · 211.♡.101.125

    요즘 급식으로 말많은 학교입니다.

    재학생이 748명, 교원이 78명, 일반직으로 나와 있는 교육행정직이 5명, 교육공무직 20명, 기타 5명입니다.

    https://djdunsan-ghs.djsch.kr/sub/info.do?m=0104&s=daejeondunsan-ghhs
  • 버블

    버블 Lv.1 → 사도시몬

    25.04.15 · 118.♡.206.45

    네...저는 중고등학교는 잘 모릅니다. 저도 고인물입니다만...제가 경험한 행정실은 언제나 갑이었어요...ㅠ
  • JINYNEKO

    JINYNEKO Lv.1 → 사도시몬

    25.04.15 · 14.♡.4.12

    교육경력 22년차인데 아직까지 행정실이 을이나 병인 학교는 경험한 적이 없습니다.
  • 이빨 Lv.1

    25.04.15 · 39.♡.153.214

    먹먹하네요. 마음고생이 심하시겠습니다.
    일정 기간 근무한 기간제 교사는 다 정규직으로 전환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대우라도 안정적이어야 그나마 나아질 희망이 보이지 않을까요.
  • sooo

    sooo Lv.1

    25.04.15 · 211.♡.196.87

    우리는 왜 타인에 대해서 공감을 못할까요??
    언제라도 본인이 장애인이 될 수 있는데 말이죠

    2023년 말 기준 우리나라 등록장애인 수는 2,641,896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5.1%를 차지합니다

    우리나라 장애인의 약 88.1%가 후천적 원인(질환 58.1%, 사고 29.9%)으로 장애를 갖게 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선천적 장애인은 11.9%에 불과합니다. 즉, 장애인 10명 중 8~9명은 후천적 장애인입니다.
  • baboda

    baboda Lv.1

    25.04.15 · 110.♡.205.61

    참 쉽지 않은 일입니다.
    아내분의 노고에 감사드릴 뿐입니다.
    신체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