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색 (222.♡.33.240)
2024년 4월 22일 PM 10:21 · 수정됨(22:57)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두어번 정도 이런 악성민원이 있었다라고 적은 적이 있는데 너무 지쳤거나 감정적일때만 적은 느낌이 있어.
그냥 오늘 있었던 일을 담담히 적어볼까 했는데 방금 인간같지도 않은 인간이 또 하나 왔다 갔네요. 이 사람 이야기 적으면 또 떠올리면서 기분만 상할 것 같고 오늘 오후즈음에 있었던 일을 적을까 합니다.
먼저 기기 사용법을 모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모든 걸 다알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자주 사용해야 하는 것들은 사용법은 좀 알고 계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에 글에서도 몇 번 적었지만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집안에 있는 것을 관리해주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아파트에 주기적으로 들어오는 민원중 하나가 세대 방문해서 tv리모컨에 외부입력 눌러주는 일입니다.
일단 관리소에 tv가 안나온다고 전화가 옵니다. 물론 관리소 일이 아닙니다. 이런건 관리소에서 하는 일이 아닙니다. 라고 하면 난리가 나니 방문을 하면 열에 여섯 일곱 정도는 외부 입력이 눌려 있어서 채널 위아래 버튼이 눌러도 동작을 안하니 tv가 안나온다고 전화를 한거죠.
눌러드리고 설명드리고 이게 눌려서 그렇다고 하면 대부분은 자신은 누른적 없다고 하십니다. 물론 그걸 의식적으로 누르시진 않았겠지만 잡다가 눌렸거나 앉으시다가 눌렸을 거예요. 라고 설명드려도 절대 아니라고 하십니다.
뭐 아니라고 하시는데 방법이 없으니 다음에 또 이런 화면이면 이 버튼 누르시면 되요. 외부 입력이라는 버튼이고 한글로 적혀 있죠? 앞으로 이거 누르시면 됩니다. 라고 설명 드리고 해결하면.. 짧으면 몇 주 길면 몇 달뒤에 tv가 안나온다고 전화 하십니다.
동일한 작업, 설명을 하죠.
이런 분들이 몇 분 정도 계시니 주기적으로 일이 있습니다
나머지 열에 둘정도는 채널을 지우셨거나 해서 특정 채널이 안나오는 겁니다. 물론 스스로 지우신거고 채널을 등록 해드리거나 채널 여러개가 지워져있으면 자동 채널 설정 해드리고 설명합니다. 물론 이런 분들도 계속 다시 전화가 오십니다.
또 열에 하나 정도는 리모컨 건전지가 없거나 케이블 신호에 문제가 있거나 tv가 실제로 고장이거나 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 경우는 나이대가 있으신 분들이 많긴 한데 tv로 한정하지 않으면 나이대와 상관없이 이런 일들이 자주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로비폰입니다. 아파트 1층 혹은 지하층 출입할때 비밀번호 누르고 들어가는 그거요.
대부분 사용법은 어느 아파트 어느 기기든 비슷합니다. 앞에 화면도 있고 뭐 누르라고 설명도 나오고 버튼 누르면 뭐 누르라고 순서대로 설명 다 나오죠.
안읽으시고 안열린다고 전화가 굉장히 많이 옵니다. 대부분은 사용법을 모르시는 거고 사용법을 배우거나 익히실 생각도 없으십니다.
모든 사람이 그렇진 않겠지만 민원오시는 분들은 거의 대부분 그렇습니다.
본론인데 오늘 오후에 어떤 할아버님이 화가 잔뜩 나셔서 버튼을 5번 6번 눌러야 열린다면서 저런걸 달아놨냐고 화를 내십니다.
대부분은 잘못 누르신거라고 생각하고 게다가 마스터키 등록하느라 아파트 내에 모든 기기를 다 돌면서 확인한게 3일도 되지 않았으니까 잘못누르신거라고 확신이 들지만 만에 하나라는게 있으니 같이 가서 확인 합니다.
가는동안 할아버님이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1
--
나이가 80이 넘었지만 내가 이런 기기를 잘 사용한다.
저게 뭐가 어렵냐. 저 간단한 것을 내가 잘못눌렀을리 없다. 내가 절대로 단 한번도 잘못 눌렀던 적이 없다.
안되는게 아니면 내가 계단 올라가는 것도 힘든데 왜 거기까지 갔겠느냐
--
이런 말을 하십니다.
로비폰 앞에 가서 제가 번호를 누릅니다. 물론 잘 작동하죠.
할아버님이 이상하다고 아까는 분명 안됐다고 하십니다.
1번으로 돌아갑니다.
제가 5번 정도 여는걸 보여드립니다. 그리고 직접 누르시는데 2번을 잘못눌러서 못여시고 3번째에 문을 여십니다. 물론 그건 못봤다고 생각하고
지금 잘 열리죠. 보통 전화오시는 분들이 계신데 확인해보면 잘못누르시는 경우가 많으세요.
1번으로 돌아갑니다.
제가 다시 문을 엽니다. 물론 이상 없이 한번에요.
할아버님이 다시 누르십니다. 이번에도 2번을 잘못누르시고 3번째에 문을 여십니다.
제가 한번에 문을 열면서 이번엔 말씀을 드립니다. 방금 잘못 누르셨죠. 잘못 누르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으세요. 아까도 잘못누르셨을 거예요.
1번으로 돌아갑니다.
다시 직접 누르시는데 이번엔 한번만 잘못누르시고 두번째 여십니다.
그리고 아까는 무슨 여자 목소리로 뭘 누르라고 음성이 나왔답니다.
문을 여는 과정에서는 다 눌렀을때 "문이 열렸습니다"라는 말만 마지막에 나옵니다.
그럼 분명히 호출이나 다른걸 누르셔서 안내음이 나온거겠죠.
설명을 드립니다.
1번으로 돌아갑니다.
이걸 다시 한 2번정도 반복합니다. 그리고 도저히 이야기를 안들으시니 일단 지금은 정상적으로 작동 하시죠? 확인 결과 현재는 이상은 없는 걸로 보여집니다. 만약 다시 문이 안열리면 전화주십시오 라고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1번으로 돌아갑니다.
사무실로 돌아가는데 문이 이상이 없을텐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니까 직원들이 어디 고장이냐고 묻네요. 이상 없다고 답해줬습니다.
심지어 로비폰 바로 위에는 코팅된 종이로 순서대로 이거 누르시면 된다고 적혀져 있습니다.
과정도 어렵지않습니다. #누르고 *누르고 비밀번호 4자리 누르고 #누르면 열립니다.
대부분 로비폰이 같을 겁니다. #만 누르고 비번을 누르거나 비밀번호 앞에 세대 호수가 들어가는 경우가 있거나 이정도 입니다.
그런데도 전화가 엄청 옵니다. 아무래도 연령대가 있으신 분들이 비율이 높지만 이 연령대가 높다는게 70대 80대가 아니에요. 한 50대 이상 정도를 표현하는 겁니다. 그리고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지도 않습니다. 20대 30대 분들도 문이 안열린다고 화내면서 들어오시는 경우 많습니다.
물론 도움이 필요한 일인 것은 맞지만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관리사무소에서 해주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도움을 받으셔야 하는 부분은 도움을 받아야 하는 문제니까 생각을 해보면 이걸 누구한테 도움을 받아야 하는게 맞는가 라고 생각하면 또 답이 없긴 합니다.
이런 일이 좁은 범위에서 가끔씩 일어난다면 그냥 선의로 도와드리고 기분도 좋지만
문제는 굉장히 넓은 범위의 일에 대해 그걸 당연히 요구하고 또 그런 분들도 많으면서 당장 해결해주지 않으면 화를 내시고 짜증을 내시고 저희가 할 수 없는 일이라 업체를 부르라고 하면 돈이 든다면서 너네가 하는게 뭐냐면서 폭언을 일삼으면서 그냥 일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선의로 해드린 일에 대해 그걸 그냥 당연히 여기는 상황이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거입니다.
자기가 요구한 일은 고작 이런 것도 안해준다고 표현하시지만 그건 일들이 수십 종류에 그런 분들이 수백분이라면 그건 더이상 고작은 아니거든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볍게 적으려고 했는데 또 글이 왕창 길어진 것 같네요.
댓글 (10)
- L
loveMom
24.04.22 · 211.♡.192.11
[https://s3.damoang.net/data/editor/2404/comment_3555377163_rYiIc7X3_6a6666c74dd7067bfb4d03d46aa300e2e26c8423.webp] - 하
하늘색
→ loveMom 작성자
24.04.22 · 222.♡.33.240
감사합니다. 이제 저정도는 무덤덤합니다. 화도 보통(?)으로 내셨고 특별히 기분나쁘게 화를 내시지도 않고 스스로 절대 아닐거라고 생각하신 거지 저희에게 억지를 부리면서 무엇인가를 요구하시지도 않았습니다.
비범하신 분들는 분명히 고장이라면서 잘 동작하는 걸 내가 그 당시에 못열었으니 분명히 고장이고 고장인걸 너네가 증명하고 왜 고장이 난지 설명을 하고 그걸 고쳐내라고 억지를 부리시거든요. - L
loveMom
→ 하늘색
24.04.22 · 211.♡.192.11
시설관리에서도 아파트같은 공동주택쪽이 민원이 많아 힘든듯요 - 하
하늘색
→ loveMom 작성자
24.04.22 · 222.♡.33.240
맞습니다. 저는 아파트에서만 있어서 다른 시설은 잘 모르지만 일단 악성 민원인 분이 계시면 이사를 가지 않는한 계속 오신다는게 정말 지칩니다.
아파트가 세대수도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니 매번 새로운 뉴페이스 분들도 나타나시구요. -
세세상그곳에
24.04.22 · 211.♡.46.151
에고 고생 많으셨어요.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편하고 안전하게 지낼수 있어요
새벽까지 편안한 밤 되시길~ - 하
하늘색
→ 세상그곳에 작성자
24.04.22 · 222.♡.33.240
감사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낮 오후에 있던게 다행입니다. 같은 일이라도 저녁에 좀 편안히 있을때 저러면 솔직히 같은 일이라도 지치거든요.
세상그곳에 님도 편안한 밤 되십시오. -
사사과한입
24.04.22 · 210.♡.186.195
이파트에 휴대폰 불루투스로 문 여는 키링이란 걸 설정했는데 너무 편합니다. 가까이 다가서면 알아서 열어줍니다. NFC 태그부다 훨씬 편합니다. 패스워드 입력이 별 것 아니지만 더 편한게 있으면 더 편한 것으로 바꾸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전에는 NFC 태그를 이어폰 케이스 밑이 붙이고 다녔습니다. 카드키를 별도로 가지고 다니는 것보다 편합니다면 키링이 가장 최고입니다. - 하
하늘색
→ 사과한입 작성자
24.04.22 · 222.♡.33.240
그 기능이 있는 로비폰이어서 설정 방법을 A3로 크게 붙여놓았지만 그걸 사용하시는 분들이 거의 안계십니다.
문을 여는 방법도 배우기 번거로워 하시는 분들이 많다보니 휴대폰으로 가능하다고 설명드려도 그냥 포기해버리시더라구요. - 달
달과6펜스
24.04.22 · 222.♡.64.130
수고가 많으십니다.
사람 상대하는일이
가장 힘든것 같습니다.
- 편안한 저녁 되세요. - - 하
하늘색
→ 달과6펜스 작성자
24.04.22 · 222.♡.33.240
예. 아파트마다 특성이 좀 다른 부분이 있는데 아무래도 노동강도가 높은 아파트보다는 민원이 힘든 아파트가 더 직원이 자주 바뀌더라구요. 저만 해도 민원때문에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때가 있습니다.
달과6펜스 님도 편안한 저녁되십시오.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