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셰도우 (180.♡.185.178)
2025년 4월 16일 PM 07:41
세월호 추모시집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 에 실려 있는 휘민 시인의 시 입니다.
11주기를 맞아 꺼내 읽다가 올려봅니다.
마침표를 찍을 수 없는 시
휘민
잔인한 계절에는 유월에도 눈이 내린다
새하얀 눈은 책갈피 사이에도 소복이 쌓여
이 계절의 독서는 좀처럼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다
그냥
수학여행을 떠난 너희들은 끝내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다
너희들이 손가락 부러져라 닫힌 철문을 긁고 있을 때
승객을 버린 선장은 제일 먼저 구조되어 젖은 돈을 말렸다
엄마들이 번호표를 들고 항구에서 너희들을 기다릴 때
공무원들은 사망자 명단 앞에서 인증샷을 찍었다
뒤늦게 대책본부를 방문한 그들의 보스는
무릎 꿇고 절규하는 모정을 외면한 채 책임자 색출만 지시했고
해경은 구조를 기다리는 뜨거운 목숨들을 주검으로 인양했다
누군가는 진실을 감추기에 급급했고
누군가는 없는 죄도 만들려 안달이었다
그사이 사고는 참사가 되었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모두가 아픈데 그들만 아프지 않았다
우리가 이성을 욕망하는 순간에도 세월은 시시각각 얼굴을 바꾸었다
실종자 수는 그대로 사망자 수가 되었고 탑승자 수는 자주 번복되었다
그사이 너희들은 학생증을 목에 건 채
서로의 몸을 끈으로 묶은 채 몸으로 건져 올려졌다
자식에게 나이키 신발을 사줄 수 없었던 부모는
달이 바뀌어도 남도의 낯선 항구를 떠날 수 없었다
그날 이후
우리는 가슴에 노란 리본을 매달고 미안함에 울었다
살아남은 아이들은 가만히 있으라는데도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아무리 외쳐도 아무리 울부짖어도
한번 꼬꾸라진 세월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2014년 4월 16일에서 멈춘 채 야만의 시간을 표류하고 있었다
햇빛 한 줌 들지 않는 어두운 바닷속에
후득후득 차가운 눈발이 들이친다
우리가 넘기려 했던 책장에도 시린 눈꽃이 떨어진다
우리의 생가슴을 열어 소금 결정이 된 어희들을 뿌린다
쉼표조차 함부로 쓸 수 없는 시
마침표를 찍을 수 없는 시
그것이 바로 너희들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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