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동안 금주했습니다. (736/1000)

Lv.1 녹차중독 (220.♡.164.106)

2025년 4월 17일 AM 11:17 · 수정됨(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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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내미 들때문에 시작한 금주가 2년을 넘겼습니다.


기억해 보면 반평생은 참고 금주한 것 같은데, 고작 2년이네요.

뭔가 대단한 변화가 있으면 좋겠지만, 의외로 일상과 건강에도 그다지 큰 장점은 없습니다.


금주 자체로는 술로 문제가 생겼던 사람이 아닌 이상, 큰 효과는 없는 것 같습니다.

최근의 변화를 보자면, 이제는 술에 대단한 관심이 없어졌습니다.

거듭거듭 말하자면, 금주는 별거 없습니다.


금주하고 수영을 시작했습니다.

건강해진 건 수영의 성과이고, 금주의 성과는 수영 수업을 덜 빠지게 해준 거겠지요.


그래 봐야 큰 성과는 아닙니다.

건강검진을 해보면 수치는 미미하고, 밖으로 내어 입던 와이셔츠 끝단을 바지 속에 넣어 입습니다.


전에는 워크숍이나 술자리 약속, 가족 행사가 있으면

‘혹시라도 술을 마시게 되지 않을까?’, ‘조금이라도 마셔야 하나?’, ‘어떻게 잘 넘길까?’ 고민도 했습니다.

새로 나온 위스키나 할인하는 술(이건 아직도 관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에도 큰 의미를 두지 않게 되었습니다.


유튜브 ‘술익는 마을’이나 ‘주류학개론’ 등은 꼼꼼히 재미로 챙겨 보는 중입니다.

비록 술을 안 마시더라도, 술 이야기는 여전히 재미있습니다.


좋은 술 마신다고 화요나 위스키를 찾기 전에,

그 전에 마시던 술들은 내 삶에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소주를 들이부었던 기억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사람에게 평생 마실 술의 양이 정해져 있다면, 초반에 너무 많이 소진한 것 같다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소주가 나쁜 술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한 가지 술에만 너무 오래 집중한 건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전에도 말했지만, 저는 아이들에게

20대에 소주, 맥주만 피해도 성공한 거라고 이야기해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대학교에서도 과거 우리 세대처럼 술을 마시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대견해 보이기도 하고,

뭔가 조금은 미안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좋은 술 문화를 미리 정착해 주었더라면, 더 잘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되어 있었을지도 모르니까요.


과거 지인이었던 대학생이 사망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너무 착하고 열심히 살던 학생이었는데, 정말 안타깝고 속상했습니다.

저녁에 연락받고 급히 택시로 달려가면서 내내 멍한 정신이었습니다.

영안실 앞 가족들의 참혹한 표정들, 그 힘든 모습들은 평생 생각날 것 같았습니다.


건강이 많이 안 좋았던 걸로 기억하지만,

술이 무관하진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당시에는 술 권하는 과음 문화가 당연시되던 시절이었고,

술은 그냥 술이었고, 남은 사람들은 그냥 없는 듯 살아가는 거였죠.


한창 술 마시며 살 때는 잊고 있었지만,

오히려 금주를 하고 나니 그때의 기억들이 더 선명하게 떠올랐습니다.

술 마실 때마다 “이놈의 술” 하면서 화를 냈어야 했는데.


오늘도 그냥, 술 없이 하루를 지나 보냅니다.

별일 없이 조용히, 그게 참 다행인 것 같습니다.

댓글 (17)

  • 생각바다

    생각바다 Lv.1

    25.04.17 · 221.♡.70.160

    별일 없이 조용히.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
    평온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 녹차중독 Lv.1 → 생각바다 작성자

    25.04.17 · 220.♡.164.106

    감사합니다. 생각바다님도 평온한 하루가 되시기를
  • 따르릉퇴근길

    따르릉퇴근길 Lv.1

    25.04.17 · 121.♡.101.129

    부럽습니다... ㅜㅜ
  • 녹차중독 Lv.1 → 따르릉퇴근길 작성자

    25.04.17 · 220.♡.164.106

    엇 뭐 있나요. 제가 별루 그럴게 없습니다.
  • 마이바흐

    마이바흐 Lv.1

    25.04.17 · 210.♡.20.243

    저도 금주 5년이상 되어 가는데 금주하면서 독서하고 운동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우리는 음주를 어디서 어떻게 배웠을까? 젊은 나이에 또래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또 미디어에 비춰지는 술을 맛있게 먹는 그 장면들이 멋있어보여서? 아님 스트레스를 술 한잔으로 푼다는 언어가 학습되고 쇠뇌되어서?
    금주하면서 살펴보니 술을 맛있게 먹는 그 장면 절대로 멋진거 아니고,
    스트레스는 술의 힘으로 푸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의 원인에 대한 확실한 분별과 이성적인 감정제어를 해야 하는 것임을 배우게 되었지요.
    지금도 하루하루 맑은 정신으로 살아가는 시간들이 숙취로 쩔어 허덕이는 시간보다 많이 값진 것임을 매일 배우고 있습니다.
    성실하고 멋지게 하루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감사하는 오늘입니다. 함께 화이팅!!!
  • 녹차중독 Lv.1 → 마이바흐 작성자

    25.04.17 · 220.♡.164.106

    5년 금주하셨다니 대단하십니다. 2년도 반평생 같았는데요.
    맑은정신으로 뭔가 더 해야하는데 금주보다 맑은 정신으로 뭔가 더 못하는게 아쉽습니다.
  • AREA49

    AREA49 Lv.1

    25.04.17 · 58.♡.212.254

    인생 소주 아님 맥주야 라고 살고 있습니다만, 언젠간 금주 할것 같은데 ^^
    아직은 술이 좋아 운동을 합니다.
    2년 금주 대단하시네요. 이틀을 못넘깁니다 ㅠㅠ
  • 녹차중독 Lv.1 → AREA49 작성자

    25.04.17 · 220.♡.164.106

    인생 저도 소주 맥주 였습니다. 운동하고 즐기시는 분이 승리자 입니다.
  • 온더로드 Lv.1

    25.04.17 · 218.♡.160.70

    저도 금연한지 3년 금주한지 2년이 넘었지만, 아 여행가면 맥주 한잔 정도 합니다. 이전에는 담배 한갑, 음주 주 4-5회, 1회 소주 1-2병 수준이었는데 솔직히 큰 변화는 없어요. ㅎㅎ 단, 뭐 하는거 보다는 좋겠죠. ㅎ
  • 녹차중독 Lv.1 → 온더로드 작성자

    25.04.17 · 220.♡.164.106

    금연이 더 힘들다고 들었습니다. 대단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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