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103.♡.108.89)
2024년 4월 23일 AM 09:51 · 수정됨(11:16)
오늘 겸공에 정청래 최고가 발언하는 것과,
그에 대한 총수의 반응을 보니 국회의장 후보 선출이 당대표 선출과 연동되면서
예상외로 흘러갈 공산이 커졌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미 어느 정도는 예상된 바이기도 하지만,
압도적 다수 의석을 확보한 국회의장직에 대해 민주당 다선의원들이 의욕을 보이는 것 자체를
나무랄 일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만,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먼저 긍정적인 면을 찾아보자면,
역시 그간 민의와는 별 상관없이, '좋은 게 좋다'는 식의 '무색무취 의장'을 양산해 온 의장 선출 시스템을
더 이상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는 점입니다.
원내 다수 의석을 확보한 정파의 최다선 의원, 그 중에서도 연장자 순으로 나눠먹던 관행만 알려져 있지만,
여기에 조금 더 작용하는 배제의 산식도 있었습니다.
정치적 색깔이 분명한 이는 상대적으로 배척되고,
여야간 원만한 합의와 운영이라는 '그럴 듯한 명분' 하에서,
뚜렷한 소신보다는 '적을 만들지 않는 두루뭉실한 정치적 스탠스'의 인물이 의장이 되는데 유리했고,
의장직 수행 이후에는 정계일선에서 은퇴하는 관행이 만들어졌으며,
취임 이후에는 대부분 소신보다는 '합의'를 내세우며, 개혁입법 좌절로 민주당 지지층의 반감을 사온 역사가
있었던 거죠.
그래서 사실상 민주당 내 최다선 의원이던 이해찬은 의장직 후보군에도 포함된 바가 없었던 겁니다.
의정활동 자체를 친목질로 보내지 않은 원칙주의자인 그는,
장관, 총리는 물론, 선대위원장과 심지어 당대표까지, 어지간한 당직들을 다 섭렵했지만,
의원들이 직접 선출하는 원내대표를 못해봤고, 국회의장은 후보군에도 끼지를 못했습니다.
그런 관행이 이번에는 깨진다는 점은 분명 좋은 점입니다.
공개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자기 정견과 국회 운영 소신을 드러내면서,
이런 국회를 이끌겠다고 선언하는 후보군들이 경쟁하는 것은 적어도 이전의 '그저 암암리에 무색무취 다선의원
추대해온' 민주당 의장 후보군의 행태에 비하면 진일보한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커졌으니까요.
참고로 국힘계열 의장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비교적 계파색이 적은 후보군이 의장을 역임한 건 맞지만,
그들은 결정적 순간 여론의 반대나 야당의 극렬한 반대 정도는 아랑곳 않고,
다수결이 민주주의의 기본 의사결정 방식이라는 전통을 결정적 순간 고수하면서 논란이 많았던 여러법안의
날치기성 통과에 앞장선 전례가 있습니다.
정의화가 그랬고, 김형오도 그랬습니다. 그렇게 4대강법, 종편허용방송법 등이 국회 문턱을 넘었습니다.
그게 민주당 의장들과의 차이라면 차이였겠지요.
어쨌든 이번에 선출되는 의장은 공개적으로 득표활동을 하고, 여기저기서 국회를 이끌 공약을 말하지 않을 수 없어,
적어도 '의원들끼리 알아서, 국회가 산으로 가든 말든 안 시끄러운 사람 뽑아왔던' 민주당 의장 선출 관행은
이제 종식될 것 같습니다. 큰 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면만 있는 건 아닙니다.
과거와 달리 이번에 유독 후보군이 많은 것 또한 이 '무색무취의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의 폐단(?)'이
어쩌면 끊어질 지도 모른다는 반작용의 결과물인 면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간의 관행대로였다면,
본인이 거부하지 않고, 의욕을 드러낸 이상,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은 추미애의 몫이어야 했습니다.
조정식과 공동 최다선에다, 연장자이며, 정치적 무게감에서 조정식에 비할 바가 아니니까요.
조정식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 분은 민주당 사무총장이 최고위 당직에 불과한 분입니다.
이에 비해 추미애는 민주당 내에서 정치 커리어로는 비견할 수 있는 인물 자체가 이제 거의 없는 독보적인
존재입니다. 민주당 역사 최초로 임기를 다 채운 당대표이자, 박근혜 탄핵을 지휘한 당대표이며,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이끈 당대표 출신이며, 지난 대선의 당내 대선후보에도 출마했던 인물이니까요.
헌정사상 여성 최다선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관행대로라면 전반기 추미애, 하반기 조정식으로 무난히
가는 그림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후보군이 막 쏟아져 나오고,
조정식도 공개적으로 전반기 의장에 도전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이른바 친명계 좌장이라는 정성호 의원도 의장직에 도전한다고 하고, 다른 5선 의원 여럿이 출사표를
만지작 거립니다.
이건 여의도에서 '추미애 의장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우리들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을지도 모른다는 걸 암시해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추미애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의 근원에 그의 개혁성 부족이 깔려 있는 것은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지요. 오히려 '너무 개혁적이고, 때로는 독고다이여서 부담스럽다'는 생각을 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생각보다는 더 많기 때문이라고 봐야 합니다.
이게 이번 의장 후보군 속출 사태의 어두운 면인 것이지요.
여전히 국회의장이면 '속으로야 몰라도 겉으로는 무색무취하면서, 의원들이 원하는 대로 해 줄 분'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상당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그런데 추미애는 대놓고 '의원들보다는 국민들이 원하는 대로
하는 의장이 되겠다'고 선언하고 있으니,
대놓고 비토까지는 아니어도, '최다선에 연장자가 먼저 하라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깟 관행이 뭐가 중요해?
당신도 뒷짐쥐고 있지 말고 손들어. 이러다가 추미애가 무혈입성하면 피곤해진다고...'라는 정서가 읽힙니다.
꼭 추미애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뚜렷한 결격사유가 있는 것도 아닌 좋은 후보를 배제하기 위해서,
이상한 '장'이 펼쳐지고 있는 모습이 국민과 지지자들 보기에 과연 '좀 더 투명하고 민주적인 선출방식'으로
가기 위한 변화라고 읽힐지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걱정이 기우였음을 증명하지 않는다면,
22대 국회는 출발과 동시에 국민들하고 불협화음을 낼 수도 있는 실험에 드는 것임을,
부디 당선인들이 인지했으면 좋겠네요.
당선인들의 투표를 통해서,
계보도 없고, 때로 독고다이 성향이 강하기도 하며,
심지어 당론하고 어긋난 행보를 하거나, 민심과도 척을 진 적이 있지만,
그래도 민주당 적통을 이어오며 산전수전을 다겪으면서도,
누구보다 깨끗하고 강단있게 정치를 해 왔다는 추미애 후보가 22대 전반기 의장후보로 선출된다면,
제도 개선의 취지도 살리면서, 당원과 지지층의 요구도 잘 반영한 최상의 그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공천혁명 과정에서 지지층의 불같은 개혁 요구를 체감한 당선인들이 부디 엉뚱한 선택을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이가 덜 개혁적이어서가 아니라,
헌정사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22대 국회의 막중한 사명을 이뤄내기 위한 첫걸음부터
민심과 당선인들의 마음이 화합하지 못해 삐걱거리면서 개혁의 동력이 약화될까 우려스러워서
추미애가 민주당의 22대 전반기 의장후보로 공식 선출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합니다.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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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XIT
24.04.23 · 106.♡.12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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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슬이
24.04.23 · 175.♡.31.133
추미애든... 누구든 수박, 협치를 부르짖지않는 사람이 국회의장이 되어야죠.... -
츄츄바츄이
24.04.23 · 27.♡.31.184
잘봤습니다!!! -
두두우비
24.04.23 · 211.♡.171.112
국회의장은 뽑는것 보다도, 잘못하면 끌어내리는 제도가 정착되면 좋겠습니다. - 호
호키포키
24.04.23 · 121.♡.182.64
일을 제대로 할 생각이 있다면 추미애가 부담스러울 리 없죠. 21대 국회의 민주당 180석은 정치인이라는 속물들의 실체가 뚜렷하게 드러난 의석수였습니다. 겉으로는 개혁과 민생을 외쳤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정치꾼들이었습니다. 이재명 당대표에게는 하루가 멀다하고 들이받는 용감한 의원들이 이낙연은 뭐가 그리 두려워 그렇게 공손했고, 지금은 그에게만 책임을 미루는지 알 수 없습니다. 박병석에 이어 김진표를 국회의장으로 선출했고, 스스로 법사위를 넘겨줌으로써 국회의 기능을 거세시킨 것은 민주당 의원 자신들 아닙니까? 개혁을 좌초시킨 건 민주당 내부의 비판 목소리 때문이었다는 다선 정치인의 증언도 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이 22대 상반기 국회의장으로 누구를 선출하는지를 보면 이번 192석이 21대와 마찬가지로 당선되기 전과 후가 다른 정치꾼들 투성이인지 아닌지 바로 판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미 180석에 한 번 사기 당했지만, 다시 한 번 민주당을 지지한 것은 이번만은 다르겠지라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개원하기 전부터 협치, 대화, 양보를 지껄이는 의원들이 보이고, 시대정신도 정치철학도 부족해 보이는 자들이 의장에 도전하려 한다니 21대 국회가 다시 한 번 재현될 것 같아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분명히 역풍이 불 겁니다. -
내내마음대로
24.04.23 · 1.♡.57.203
조국혁신당원입니다 민주당의 고무마스러움이 저랑은 안맞습니다. 저 또한 추미애가 국회의장 되지 않는다면 두번다시 민주당 지지하는일은 없을듯 하네요 -
우우리한잔
24.04.23 · 1.♡.199.34
공감합니다 -
담담오왕
24.04.23 · 61.♡.101.242
화장실 줄 서서 기다릴 때와 변기 칸 차지하고 앉은 다음의 차이겠죠. 믿을 수 있는 놈들이 아니란게 참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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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낼 후보는 1명뿐이라는 생각은 편협된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