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글) 나이들어버린 저는.. 레트로를 좋아합니다.. 근데.. 왜...냐는 스스로의 질문이 있어요..
오년삼촌

Lv.1 오년삼촌 (115.♡.156.11)

2025년 4월 24일 AM 02:10 · 수정됨(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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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좀 뜬금없습니다만.. 대략 2시간전에 파손을 알게된 제 콤프레서 밸브? 입니다.... 이상하게.. 테이핑을 해도 자꾸 공기가 새길래 아래쪽을 보니까.. 아예 크랙이 나서 갈라져버렸네요.


저랑.... 대략.. 20년? 넘게 함께한 콤프레서입니다. 이사도 같이 여러번 다녔고 그래서 그만큼 애착도 더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오래된 물건을 모두 안버리는것도 아닙니다.... 도저히 살릴수 없거나.. 중복되는 물건인데 더 좋은 주인을 만나기 바라는 마음으로 내보내는 경우도 있죠. 딱히 정 둘 필요 없는것도 내보내기는 합니다.


여튼! 레트로를 "수집" 및 "정비" 하는 취미를 몇년째 유지하면서 스스로 미친게 아닌가? 지금 이럴때인가? 싶은 경우도 꽤 있었습니다... 지금까지는 그 고비? 를 잘 넘겨온듯 합니다만.. 얼마 전 부터 스스로에게 강한 의문이 드는겁니다.


"왜 하는거지? 이 취미를? 나는 왜 미련을 못버리고?"


돈도 많이 안됩니다. "이게 가치가 얼마짜리입니다" 라고 할 때도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그런데 어느순간 의미가 없더라구요...


"어차피 팔거 아닌데 얼마짜리인지를 뭐러 얘기하지?"


그래서 가격에 대한 생각은 머리속에서 슬슬.. 잘 지워지고 있는 편입니다. 그럼 추억도 없는 기기를 붙들고 있는건? 물론! 전자기기 자체를 좋아하다보니. 뭔가를 배우고 수리하고.. 그게 지겹고 짜증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정상작동할때는 즐거울 때도 있고.. 뭐 그렇죠.. 그런건 취미생활에서의 소소한 "낙" 같은거죠. 이것도 없으면.. 이 취미 못하지.. 라는 정도의... 느낌이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도 들여야 하고 아는 사람만 초큼 아는 이걸 왜?"


라는 스스로에 대한 의문은 여전했습니다. 사실.. 아이도 셋이고.. 돈을 엄청 잘 버는것도 아니고... 사업도 실패해서 뭔가 다른걸로 "겨우" 연명하는 수준인데....


그냥 다 놓아버리고 싶다가도... 내 삶의 남은 목표를 아이들에 대한것으로 온전히 정했을때... 나는 과연 어떤 부모나 느낄 상실감에 대해 버틸 수 있는 사람인가?... 그럼 뭐라도 붙잡고 있어야 하지 않나.... 그럼 이건 나쁘지 않지 않을까? 라는 등의.. 자기합리화등.... 뭐.. 그런거죠.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든겁니다.


"나는 '버려진다' 라는 개념을 두려워 하는구나..."


대략.. 아버님이 돌아가신지 3주기가 되어갑니다. 어머님은 아직.. 나이에 비해서는 건강하신 편입니다만... 슬슬 기력이 예전만 하지 않다... 라는 얘기도 많이 느셨고, 저 조차도 젊은시절에 비해 하룻밤 새면 그 뒤에 며칠을 영향을 받고는 합니다. 나이차이가 좀 있는 와이프도 40대가 가까워 오면서.. 요령은 늘었지만 보다 젊었을때 만큼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도 들구요...


뭔가 현실에 강한 벽을 부딪힐때면... 혼자일때 미래따위 생각하지 않고 달려가던 그때처럼... "정신" 이 온전하지 않다는걸 스스로 느낍니다. 요인이야 여러가지가 있겠습니다만... 사실은 아버님 돌아가신뒤 좀... 심해진 느낌이기도 합니다. 예전보다 약해진 스스로에 대한 실망도 시간이 지날수록 무거워지고 있고... 이게 가장으로서 본을 보여야 할 시기에... 내가 이런 상태인것도 한심하고.... 뭐 그래요... 기다려주는 와이프도 감사하고.. 그만큼 뭔가를 해야하는데... 잠만 늘어납니다. 그리고 얼마전부터 자각하기 시작했어요..


"이거.. 우울증 이라는거구나...."


벌써 몇년 된거고.. 아직까지 사회생활은 어찌 하는걸 보면 중증까지는 아닌듯 싶기도 한데... 또 미친듯이 일에 몰두하다보면 며칠은 또 괜찮아지기도 하고..(일을 싫어하는건 아니라) 그러다가 위 사진처럼.. 오래된 뭔가가 망가지면... 생각이 미친듯이 쏠려서 한숨이 늘어요.... 한숨을 쉬면서 잠시 미뤄뒀던 생각들이 다시 수문을 열듯이 쏟아져 들어옵니다. 이러면 안된다는걸 지식적으로는 아는데, 그게 맘대로 되면... 이러겠나요 ㅎㅎㅎ


마음의 어둠을 다 내보이는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 그냥 버틸만 하면 버티고 사는거죠. 그냥 고장나지 않았으면... 하고 그러고 사는거죠. 취미등이 있으면 그걸로 또 넘겨보려고 하고... 조금 즐거웠으면... "괜찮겠지?" 하는거고...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작은 희망으로 그냥... 시간을 지내보는거죠. 그런데 한번 이렇게 서너시간을 날리고 나면.... 또 자괴감이 다시 오는겁니다.


"이래도 되나? 이러면 안되잖아? 뭐하고 있어?"


돌아가신 아버지는 훨씬 더 무거우셨을거고, 나는 괜찮은 아들이었을까? 싶기도 하고... 그래도 손주들 보면서 버티는 어머니를 보면 오만 잡생각이 다 듭니다. 그나마 내가 가정을 꾸려서 다행이다...라는 안도감과 더불어 불안감과 내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 현실에 대한 미묘한 분노.... 등등... 이게 게시판에 정치적 또는 사회적 이슈에 대하 직접 글을 쓰면 더 매몰되는게 스스로 걱정될만큼... 뭐 그런... 그래서 그런걸 참는것 자체에도 에너지가 쓰이고.... 그러면 또 정신이 미묘하게 지치고.. 그래서 다모앙 정치글.. 가능하면 "제가 힘들어서" 덜 읽으려고 하는데.. 저도 가는 일반 커뮤니티가 여기밖에 없다보니... 여기 외에 들리는 다른곳은 다 취미 관련이라.... 그쪽은 또 너무 명랑한(?)분위기라... 그걸 보면서 현타가 오기도 하고....


어머니와 와이프는.. 눈치는 챘을지도 모릅니다. 근래들어 잔소리가 줄었거든요. 그렇다고 제가 다 털어놓기에는.. 그들에게 너무 무거운 짐이 될 수 있으니.... 도움은 못돼도 짐은 되면... 안되겠죠.. 그래도 가장인데.... 우울증 증상답게 한참 사춘기 시작인 애들을 보면... 감정이 감당이 안돼서 가능하면 가족과도.. 평일에는 거리를 두는 편입니다. 출근을 빨리하고 퇴근을 늦게 하죠. 명확하게 논의할 일이 있으면 논리적이어야할 이슈에만 반응하고 가능하면 아이들에게는 제 상태를 덜 보이려고 합니다. 이게.... 타인이 보면 우스을 수도 있지만.. 제 현실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조치 사항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글이 좀 두서없이 오기는 했습니다만... 레트로 장비를 보면... 우연히도.. 아니.. 운인거 같기도 하지만.... Apple II 정도는 거의 제 나이와 비슷합니다. 추억이요? 있다면 있기는 한데.. 정말 이렇게까지 애정을 가져야 할 수준의 취미는 아니에요.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오래됐다는 이유로 그게 버려지는게 마음이 너무 힘든거에요"


물건에 감정이입 하는것만큼 바보같은 짓도 없겠습니다만... 그래도 제가 노력한 만큼.. 전기밥만 먹여주면... 나랑 반응해주거든요... 그렇게 저는 이녀석들이 버려지는 상황을 다시 되돌려놓기도 하고... 오래된 물건이라도 아껴주는 사람이 있으면.... 더 좋은게 아닐까? 라고 스스로 만족하기도 하고... 의미가 없어도.. 내가 의미를 찾으면 되는게 아닐까? 라고 혼자만의 공상을 하기도 하고....


"이렇게 버려질지도 모르는 것들을, 살아서(?) 움직이게 만들어서, 버려지지 않게 하면.. 나도 버려지지는 않겠지?"


이런 근거없는... 생각이 끊임없이 드는거죠. 사실은.. 하나도 관련따위 없다는걸 알면서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걸 알면서도.... "나는 노력하는척" 그렇게 오늘 하루의 시간을 포개고, 덮고, 메꾸고.. 이렇게 오늘도 됐다고 하면서요. 물론 수집가로서 성취욕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요. ㅎㅎㅎ


돈이 엄청 많아서, 인생이 널널해서 이런 취미를 가지고 있는건 아닙니다. 그냥.. 하다보니.. 어쩌다보니.. 이 녀석들이 웬지 제 마음의 한조각같은... 느낌도 들구요.... 그래도 덕분에 게시판에 한번씩 올리면 다른분들과 "과거의 시간과 추억" 을 공유하며 댓글로 부담 적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은... 뭐랄까.. 제게는 호흡기? 초콜릿? 같은 정신에 달콤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길게 적기는 했습니다만.. 오늘도 저는 갱년기 호르몬 문제라고 덮어두고 오늘도 또 넘어가려 노력할겁니다. 이 글? 맞아요... 일기장에나 적을 글이죠... 그런데 오늘은.. 좀 대나무 숲이 필요해요... 저는 글을 쓰고 지우는 행동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클량에서도 철이 없어서 분쟁성 글을 적었어도 제 흔적이라고 생각하고,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하며 지우지 않습니다. 아마 이글도 지우지 않을거고.. 언젠가는 후회하겠죠.


근데 그래도 오늘은 그냥 이런게 좀.. 저한테 필요한거 같아요... 혹시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으시더라도.... 이 사람이 오늘 마음에 포대자루가 하나 달려 있구나... 라는 시선으로.. 여러분들에게 너그러움을 부탁드려 봅니다..... 미안하고, 감사합니다..(꾸벅)


ps. 글을 한시간 가까이 작성하며 들은 음악입니다. 오랜만에 들었는데.. 좋네요... :D


{video: https://www.youtube.com/watch?v=_hmpd2K6Bgw }​



댓글 (20)

  • 매일두유

    매일두유 Lv.1

    25.04.24 · 219.♡.171.27

    저도 같아요!
    구독하고 보면서 힐링받습니다
    가끔 음식도 같은거 먹으러 나갑니다 ㅎㅎ (비밀요)
    저는 가끔 비교하고 뭔가 힘들어지면
    삶의 부조리와 모순을 생각합니다.
    회사에서 10번째로 해고당했을때 배운건데 연봉1억 개발자가 백수인 저에게 하루종일 책 읽는게 부럽다고 말하는 삶의 모순요
    뭘해도 다 똑같은 이 기이한 삶속에 그냥 가진것에 만족 하며 살아갑니다.
    화이팅 입니당용~
  • 오년삼촌

    오년삼촌 Lv.1 → 매일두유 작성자

    25.04.24 · 115.♡.156.11

    감사합니다.... 별것 아닌걸로 흘려보내본 저의 순간이 누군가에게는 잠시의 함께가 될 수 있어서, 그렇게라도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T.T

    매일두유님도 부디 좋은 일이, 좋은 순간이 더 많이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꾸벅)
  • 모모디

    모모디 Lv.1

    25.04.24 · 39.♡.24.79

    결국 우리는 같은곳을향해 걸어갑니다. 건강하세요.
  • 오년삼촌

    오년삼촌 Lv.1 → 모모디 작성자

    25.04.24 · 115.♡.156.11

    엔딩은 뻔한데.. 뭐 이세상에 이리 미련이 있다고 이러는건지.. 저도 저를 잘 모르겠습니다. 허허허
  • demian

    demian Lv.1

    25.04.24 · 121.♡.137.15

    전 산에 다니는 것으로 이 외로움을 채우나 봅니다
  • 오년삼촌

    오년삼촌 Lv.1 → demian 작성자

    25.04.24 · 115.♡.156.11

    운동을 어떻게든 시작하면 좀 나아질것도 같고.. 뭐 그렇네요..@.@;
  • 안녕클리앙

    안녕클리앙 Lv.1

    25.04.24 · 112.♡.74.212

    글 보니 그냥 우울은 아니고 우울증처럼 보입니다
    병원에 한번 가보셔요
  • 오년삼촌

    오년삼촌 Lv.1 → 안녕클리앙 작성자

    25.04.24 · 115.♡.156.11

    가기 싫다는.... 느낌은 아닌데.. 간다고 해결이 될까? 라는 생각이 발목을 잡는듯 합니다.

    걱정 감사합니다... 정말로 고민 좀 해보겠음다...@.@
  • booknbeer

    booknbeer Lv.1

    25.04.24 · 61.♡.162.10

    제 친구도 좋아하던 만화책 장난감 다 정리하고 덧없다하면서 열심히 야근하면서 가정을위해 일하는 모습이 쓸쓸한 중년아저씨가 됐습니다
    중년의 위기(정식 용어) 입니다 저도 나이가 드니 용기도 체력도 줄어들어 삶에 대한 걱정만 늘어납니다 그저 현실에 맞춰 모든게 살아볼려니 참 건조해지고 슬프지만 헤쳐나가야죠 화이팅입니다
  • 오년삼촌

    오년삼촌 Lv.1 → booknbeer 작성자

    25.04.24 · 115.♡.156.11

    다들 비슷할거 같은데... 아마도 객관적으로 비교해보면.. 또 나쁜 삶은 아닐거같기도 한데.... 저 스스로만 생각하면 한심하기도하고... 생각이 복잡하네요...(긁적)

    감사합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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