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공부를 잘하던 이들이 만든 끔찍한 세상
홍성아재

Lv.1 홍성아재 (112.♡.175.67)

2025년 5월 4일 AM 07:38 · 수정됨(10:54)

조회 3,582 공감 0

공부를 잘하거나 열심히 하는 사람들의 소원이 무엇일까요?

공부 잘해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자?

아니요. 적어도 제가 1980년대 주변에서 공부 잘하는 사람들의 소원은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가고 출세하는 것이었죠.

그러다 대학 가서 사회 현실을 깨닫고 자신의 이기심을 반성하면서 바뀌는 사람들은 종종 있습니다. 절대 댜수는 아니구요.

심지어 그중에는 바뀌는 사람들 중에서도 1등을 하고 싶은 이기심, 혹은 그걸 기회로 출세하고자 하는 인간의 검은 욕망까지도 있었답니다. 그런 사람들은 어느 순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출세를 하려고 기를 쓰고 살았죠.


그럼 지금 우리가 똑똑하다고, 무슨 시험 합격해서 한 자리 씩 하는 사람들의 소원은 무엇이었을까요?

사회 정의, 더불어 함께 살기? 그들 역시 똑같습니다. 출세해서 권력 얻고 돈 벌고 그런 거죠.

이들의 특징은 돈도 돈이지만 권력을 얻겠다는 게 컸다고 생각합니다.

제 친구 형 한 분이 계셨는데 사법고시 1차, 2차에 붙었는데 3차 면접 시험을 안 본 분이 있었어요. 그래서 왜 3차 시험을 안봤냐니까 100등 안에 못 들어 검사가 될 수 없으니 다시 시험을 보겠다고 했답니다. 한 번 붙었으니 두 번 붙는 건 쉬울 거라면서. 그래서 왜 검사냐니까 친구 대답이 그래야 권력이 생기니까 하더군요. 당시에 친구 형만 그랬을까요? 참고로 그 형은 끝끝내 사법고시 합격을 못했습니다.

공부 잘하던 제 친구 녀석은 나중에 전두환 정권에서 출세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보니까 전두환 정권이 오래 갈 거라고 하면서. 그게 고등학생 입에서 나온 얘기였어요. 물론 친구 예상과는 달리 전두환 정권은 얼마 안갔지만요.


국영수를 잘하면 문해력, 추리력이 높을 거라고 예상하지만 사회성, 정의감이 높아지는 건 아닙니다.

그럼에도 본인은 물론 주변에서도 다들 공부 잘하는 아이를 떠받들며 살았죠. 출세해서 우리 학교를, 우리 동네를 빛내다오 그러면서요. 그 아이 보고 잘 커서 우리 사회를 잘살고 정의롭게 만들어다오 한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어디 김장하 선생 같은 분이 흔한 게 아닙니다.


그렇게 공부 잘했다는 이들이 만드는 끔찍한 세상이 펼쳐지고 있어요. 너무 끔찍해서 정말 공부 잘한다는 게 뭔지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들은 이미 그 출발점부터가 이기적이었음에도 그 이기성을 용인했던 우리 사회의 업보가 지금 돌아오는 거라 생각합니다.

댓글 (20)

  • 신사아님당

    신사아님당 Lv.1

    25.05.04 · 125.♡.243.26

    성장기에 만성적인 렘수면 박탈을 겪은, 시험 점수 잘 받는 괴물들이 만든 끔찍한 세상. 아... 너무 기네요. ;;
  • 부산혁신당

    부산혁신당 Lv.1

    25.05.04 · 121.♡.122.153

    시험공부 잘 하는 애들이 치르는 시험에 사회정의구현이라든가 사회봉사의무같은 소셜소셜한게 거의 없습니다. 시험공부만 잘한 자들이 사회적 책무를 다하길 바란다는건, 마치 짜장면 만드는 법만 가르쳐놓고 중화요리를 마스터하는 사람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것만큼이나 무리수인거죠.
    애당초 인간은 이기적이고, 이타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직업은 개인의 선의와 양심에 맡길게 아니라 어떤 양아치를 데려와도 이타적인 시늉이나마 해야 살아남게 해야 하는데, 대한민국의 좋은 자리들이 과연 그런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자리인가, 아니면 멀쩡한 사람도 양아치가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자리인가? 답은 제가 안 적어도 다 아실거라고 봅니다.
  • 매일두유

    매일두유 Lv.1

    25.05.04 · 219.♡.171.27

    제가 시위갈때 몇번 듣던 소리가
    "공부 못하는 놈들이 꼭 저러지"
    였어요

    파시즘편 보고나니 이제는 어떤 더러운 세계관인지 이해가 갑니다.
  • 홍성아재

    홍성아재 Lv.1 → 매일두유 작성자

    25.05.04 · 112.♡.175.67

    제 주변에 지방 국립대 다니다 시위로 구속돼 오랫동안 형을 산 분이 계신데, 잡혀서 제일 많이 들은 소리가 그거였답니다. 공부도 못한 것들이 왜 데모하고 요란 떠냐고.
  • mlcc0422

    mlcc0422 Lv.1 → 홍성아재

    25.05.04 · 119.♡.199.171

    여러 현상을 이해하고 대응해서 행동하는 그런분들이야말로 진짜로 공부 잘하는, 또는 공부 잘할 자질을 충분히 갖춘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암기잘하는 헛똑똑이, 공부 잘한다고 믿는 이해력 결핍의 인간들 보다는요…
  • 달짝지근

    달짝지근 Lv.1

    25.05.04 · 49.♡.149.207

    노력의 결과로 달성한 지위가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할퍼맨

    할퍼맨 Lv.1

    25.05.04 · 59.♡.102.231

    틈만 나면 박정희 찬양하는 저희 부모님, 친척 어른들이 늘 하는 말이 그거죠.
    ‘해방, 전쟁 직후 정말 너무나도 가난했다. 그 가난을 벗어나게 한 게 박정희다‘

    어린 시절 찢어지게 가난한 와중에 일부 번지르르 하게 잘 사는 인간들이 보였겠죠. 친일 해서 부를 축적한 인간들.
    저들 처럼 살고 싶다. 가난을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을 극도로 표출되어 기형적으로 성장한 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의, 철학, 양심은 없고 그냥 잘 먹고 잘 살면 그게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
  • 홍천브람스

    홍천브람스 Lv.1

    25.05.04 · 112.♡.106.194

    8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 입장에서 가장 단편적으로 드러났던게, 고등학교때 학교에서 선행상 폐지하고 성적 1등한테만 주는 모범상만 남겨놓은겁니다. 고2때 반장이 반쯤 미친 개 ㄸ라이 샠이었는데 성적만은 전교1등이었죠. 모범상은 항상 걔만 받았어요. 그나마 그놈은 법조계로는 안가고 의대 갔죠. 그놈한테 가는 환자는 무슨 죕니까 ㅎ
  • 홍성아재

    홍성아재 Lv.1 → 홍천브람스 작성자

    25.05.04 · 112.♡.175.67

    저희 고등학교 전교 1등은 서울대 법대 갔다가 일찍 사법고시 통과해 판사가 되었죠. 그러다 얼마 전에 그만 두고 나와 지금은 재벌 그룹 가족 송사를 맡는 변호사가 되었더군요. 그 친구는 학교 다닐 때 말은 별로 없었지만 정말 정말 이기적이었어요. 그 친구 집안 형편이 워낙 어려워 다들 대견해했지만 저는 싫었답니다.
  • 제발좀

    제발좀 Lv.1

    25.05.04 · 210.♡.88.253

    공부잘하는 애들로 할거면 저런 선입관에 사로잡힌 조희대요시 일당보단 최근 임명된 기수들이 더 똑똑하겠죠. 생각도 넓고 선입관도 별로 없고요.
    경력으로 인한 경험인데 짬짬이나하고 있으니 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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