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아재 (112.♡.175.67)
2025년 5월 8일 AM 01:46 · 수정됨(05. 09. 02:03)
요즈음 인터넷 게시물을 보면 변절에 대해 신랄한 비판들이 보입니다.
어찌 보면 나쁜 놈보다 더 나쁜 놈으로 치부하기도 하는데,
저는 예전에 유시민 씨가 쓴 글처럼 노동운동가, 학생운동가가 심각한 폭력에 당하고 변절을 하는 과정은 자유의지가 아니라 자아 붕괴가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고문으로 망가지는 건 꼭 몸만이 아닙니다. 뇌와 마음이 망가지죠. 자신이 스스로 강하다고 생각했던 자아가 폭력과 두려움 앞에서 한 없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면 기존의 자아는 무너지고 기존 사람 관계를 다 부정하게 되죠. 고문으로 누군가를 불고 그가 피해를 본다면 자아가 무너지는 것 뿐만 아니라 부끄럽고 미안하면서 기존 관계를 더 이상 유지하지 않게 되니까요. 그리고 더 이상 과거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죠.
이게 감자기 이뤄지는 일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기존 자아를 가장해 버텨보지만 주변의 시선에 민감해지고 자신이 폭력에 나약해진 모습을 감추려 하면서 더 힘들어지다 보면 어느 순간 모든 걸 내려놓게 되죠. 그냥 내려놓는 사람도 있고 우리가 말하는 변절을 통해 자신의 자아가 더 이상 무너지지 않게 무조건 힘과 권력에 줄을 서기도 하죠. 유시민 씨를 이를 생존본능이라고 하는데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어요. 그렇다고 그냥 죽을 수도 없죠. 지켜야 할 가족이 있는 사람은 더 고통이니까요. 그러니 변절하는 거죠. 이건 위선자나 기회주의자와는 다른 경로입니다. 경찰에 잡혀갔다가 프락치 되는 것과는 다른 거니까요. 그럼에도 이렇게 망가진 사람을 주위에서 더 뭐라고 하면 더 망가집니다. 이미 무너진 자아이기 때문에 주변에서 보호해주지 않으면 튕겨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변절을 옹호할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변절을 할 정도의 고통이란 게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어요. 물론 누군가는 지적할 수 있겠죠. 그렇게 고문당하고 두드려 맞아도 안 바뀌고 지조를 지키는 사람이 있는데 왜 그들만 변절했냐고. 그러나 그건 사람마다 다 차이가 있는 거니까요. 견디다 못해서 변절도 못하는 사람도 있죠. 미쳐버리는 거죠. 80년대에 그런 사람 꽤 있었습니다. 미치지 않았다고 해도 심한 우울증으로 정상 생활을 못하는 사람들도 많았구요. 변절을 하지 않고 잘 버틴 사람만 보면 안됩니다. 정신이 심하게 망가진 사람들을 보호할 가족 입장에서는 차라리 변절해서 그나마 사회생활 하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망가진 사람들 누가 끝까지 챙겨주지도 않잖아요? 그 가족들은 주위 사람들 얼마나 원망하겠어요?
그런 이면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폭력 앞에서 자아가 무너져 보지 않으면 쉽게 말할 수 없는 문제이기에 적어 봅니다.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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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커먼사각
25.05.08 · 49.♡.2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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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홍성아재
→ 시커먼사각 작성자
25.05.08 · 112.♡.175.67
변절 후의 삶까지 옹호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 과정이 그렇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어요. 저는 그래서 비판하되 연민합니다. -
시시커먼사각
→ 홍성아재
25.05.08 · 49.♡.218.16
쌍팔년도를 거쳐온 사람들은 굳이 길게 말씀 안하셔도 이해할 수 있은 말씀입니다. 하지만, 저는 제 주변에서 폭력을 견디다 망가져버린 사람들을 볼 기회가 많았기에 변절자와 배신자는 구별하게 되더군요 -
웃웃자오늘도
25.05.08 · 203.♡.4.4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가치에 대해서는 변절하지 않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변절하지 않은 사람들이 지켜온 가치가 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유지되고 있는걸겁니다.
분석을 한거지 그걸 통해 그들을 이해하라는 의미는 아닐겁니다. -
홍홍성아재
→ 웃자오늘도 작성자
25.05.08 · 112.♡.175.67
네 그들을 이해하라는 의미는 아니에요. 그것도 우리 민주화 역사의 한 부분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습니다. -
사사랑합니다2
25.05.08 · 113.♡.138.159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다양한 경우, 다양한 삶을 우리가 단순한 방법으로 잣대 질하고 폄하하는 쉬운 판단만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들이 선은 아니지만 삶 속에서 나를 지켜나가는 한 방법일 수 있겠네요
역시 좀 더 이해의 폭을 넓히고 세상을 바라봐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합니다
오늘 또 다모앙에서 한 개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
포포크리스
25.05.08 · 59.♡.130.199
저는 제가 그 입장이 되어도 소신을 지킬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극한상황에서는 저도 힘들것 같다는 결론이 나와서 글쓴님 말씀에 충분히 공감하고 동의합니다. -
까까망꼬망
25.05.08 · 211.♡.160.162
뭐 이해는 가는데 그렇다고 동정은 안합니다. 그건 양심과 기개를 지켜온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봅니다
변절자는 욕해야 마땅하다고 보네요. 안그래도 소신 지켜온 사람들 보답은 커녕 손해만 받아온 세상인데
변절자들에 대한 값싼 동정까지 하면 그런 소신 지켜온 사람들을 더 억장 무너지게 하는거라고 봅니다
변절했으면 그 댓가를 치르는게 맞죠. 변절해서 승승장구까지 했는데 비난할순 없다?
절대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이런 분위기가 변절자를 더 양성하는게 아닌가 우려되네요
지금 당장 내란범에 대한 강한 처벌을 해야할 시점이 올텐데 이런 상태에서 이런 글은 결코 좋은 분위기를
안만든다고 봅니다 - 운
운하영웅전설A
25.05.08 · 222.♡.180.104
변절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죠. 그냥 그런 사람인 거에요. 뒤통수 치는 사람.
그게 아니더래도 노조 운동 같이 하다가도 그 다음 길이 다른게 완벽히 똑같은 사람은 아니라 일정 순간에만 합이 맞았던거죠.
지금도 노조 들어가 있거나 노조 지지하는 사람들 보면 알 수 있어요.
노조 들어가 있으면 [무조건] 1찍일까요? 그건 아니에요 ㅋㅋㅋ - 문
문없는문
25.05.09 · 61.♡.68.120
80년대 학번으로서 여러 선/후배들이 스쳐지나가네요.
시간이 지나고 나니...
물리적 힘 등에 의한 변절은 이해가 한편 되지만...
특히 소련의 붕괴이후 자발적 변절은 마음에 상처를 많이 받았습니다.
폭력과 변절이라는 주제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불연듯 생각나서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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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동지들을 배신하고 적에게 적극적으로 부역하여 일신의 영달을 추구하는 자는 변절자로 부르고 그 죄값을 치루게 하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