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V4030 (210.♡.27.130)
2025년 5월 8일 PM 06:10

<크루세이더 탱크>
지난 번에 영국의 망작 탱크로 커버넌터 탱크를 다루었는데요. 같은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형제 탱크라고 할 수 있는 크루세이더 탱크 얘기를 해봐야겠습니다.
크루세이더 탱크는 영국의 순항전차 족보 가운데 있는 탱크로, 커버넌터와 유사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동성은 크리스티 현가장치를 채택해서 좋았고(도로 42km/h, 야지 24km/h), 당시 영국 탱크답게 40mm 2파운드 주포를 장착했는데 이건 너무나 약한 화력이었는지라, 57mm 6파운더 주포로 화력을 키웠습니다. 그러나 3,4호 탱크를 상대하기에 버거운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장갑은 최대 49mm였으니... 그나마 경사장갑빨로 버틴다고 해도 너무 얇았습니다.
그러나, 이 녀석의 가장 큰 약점은 냉각기였습니다. 커버넌터처럼 라지에이터를 전면에 달지는 않아서 난방 전차까진 아니었지만... 매우 협소한 공간에 엔진과 라지에이터를 집어넣은데다가, 덩케르크에서 많은 차량을 잃어 급하게 이 전차를 양산하다 보니 품질이 좋지 않았습니다. 거기다가 이 전차가 활동한 곳은 그 유명한 북아프리카 전선이었지요. 정비 소요도 많은 데다가, 지중해에서 독일-이탈리아가 보급에 훼방을 놓았기에, 부품 돌려막기가 비일비재했습니다. 그래서 영 신뢰성이 없는 탱크로 찍혀버렸죠.
그렇지만, 영국 입장에서는 대안도 없었고(처칠 탱크는 느렸고, 크롬웰 전차는 나오기 전입죠), 그리고 아주 나쁜 전차는 아니었기에 나름 활약도 했습니다. 사실 이 크루세이더 탱크를 주로 격파한 것은 3,4호 탱크라기보다는, 각종 독일의 대전차포와 88mm 대공포였습니다. 롬멜은 미끼 작전을 통해 이 크루세이더 부대를 화망으로 밀어넣었고, 이들 전차포는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했죠. 더군다나 이들 크루세이더 탱크의 탄종은 통짜 쇠로 만든 물건이라 대전차포 상대로는 상성이 안 좋았다고 합니다.

<독일의 88mm 대공포>
암튼, 북아프리카 전역 동안 영국군의 주력을 차지한 이 크루세이더 탱크는 전역 후반으로 갈수록 셔먼이나 그랜트 전차로 교체되었습니다. 이미 강력해지는 독일군 전차를 상대로는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이었죠. 이 탱크는 이후 신형 크롬웰 탱크가 등장하면서 더더욱 그 입지가 줄었고, 다른 용도로 쓰이다가 다른 나라로 넘겨지거나 박물관으로 들어가는 신세가 됩니다.
결론적으로 크루세이더 탱크는 망작까진 아니었지만, 여러 악조건과 나쁜 설계로 신뢰성이 떨어지는 전차는 맞았습니다. 그러나 이 크루세이더 탱크가 없었다면 영국군은 버틸 수조차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는 전차라 봐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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