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발작이 와서 참 힘듭니다.
AppleAde

Lv.1 AppleAde (221.♡.128.222)

2025년 5월 12일 AM 01:44 · 수정됨(12:04)

조회 5,791 공감 0

이리저리 살면서 여러 일 겪었다 생각했는데... 그러면서 불안장애와 공황발작을 몇 번 경험하였습니다. 

나름, 공황발작이 나타나는 트리거 같은 걸 최대한 피하는 쪽으로 살았고요. 상당히 괴상하지만, 남에게 피해 안끼치는 선에서 잘 산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이것이 어제 오늘 머릿속을 다시 해집고 있어서 참으로 견디기 힘드네요. 


감정이라는게 '나는 기뻐야지' '지금부터 슬플거야' '나는 화날꺼야' 라는 마음먹음에 따라서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 있지만요. 

거의 대부분은 내가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를 자각하지 않는 상태에서 나타납니다. 

오히려, 내가 어떤 기분인지 파악하는 것은 고도의 수련을 통해 심신을 통제하는 수도승 또는 일부 종교인, 혹은 캐릭터에 몰입하는 예능인들이 고민하는 영역일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이것을 그대로 자각하며 느끼는 경우는 드물 거예요. 


그런데, 저에게 공황발작이 오면, 불안과 슬픔과 분노와 기쁨이 한꺼번에 몰아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감정을 생성해주는 회로의 일부가 과부화되고 합선된 듯이 희노애락 동시에, 매우 강하게, 평소에는 느껴본 적이 없는 순서로 저의 머릿속을 휘저어요. 

그러다보면 깊은 슬픔, 안면 신경 말단부가 다 느껴지는 듯한 고통, 생전 품어본 적이 없는 끔찍한 분노, 이상한 방향으로 표출되는 기쁨이 동시에 혹은 매우 짧은 주기를 가지며 저의 머릿속을 순회합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공황발작이 저를 덮치면 그 자리에서 때굴때굴 구르면서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것 말고는 딱히 방법이 없어요.

행동요법은 상황을 회피하거나 좋지 않은 루프에서 잠시 빠져나가는데는 도움을 주지만, 아주 강하게 때리는 경우에는 크게 효과가 없습니다.

약물처방도 있긴 하지만, 머릿속에서 나타나는 감정을 상당히 뭉뚝하게 만들어서 제가 경험하는 모든 것들을 둔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고요. 아주 아주 상황이 안좋은 경우가 아니라면, 잠시 아픈걸 달래주는 진통제 정도의 기능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감정이 소용돌이 칠 때는 물 컵 하나를 스스로 들 수 없는 지경에 처하거든요. 직장에서 집까지 돌아간다고 치면 평소에 15분 걸리는 거리를 2시간이 넘게 노력해야 겨우 갈 수 있고요. 집중력과 상관없는 많은 일들이 매우 절망적인 도전과제가 되어버립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이러한 경험을 말할 수 있고, 위로를 청할 수 있는 지인들의 존재가 저에게 큰 위로가 됩니다.

물론, 힘든 상황을 토로하면서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것으로는 증상 자체에 영향을 주지 않아요.

다만, 하소연하면서 말하는 순간순간에는 감정의 폭주로 인한 고통이 상당히 줄어들지요. 그나마 이런 것이 있어서 공황발작의 위기를 아슬아슬하게 넘기는 것 같습니다. 


그래요. 이 정도의 게시물을 쓸 수 있는 것을 볼 때... 감정이 상당히 정리되고 안정화 된 것 같아요. 부디 내일 아침에 일어날 때는 비명과 함께 눈뜨지 않기를 바랄 뿐이예요.

만약, 또다시 비명과 함께 눈을 뜬다면 어쩔 수 없이 결근을 해야 될 것이고요. 주임님한테 미안함을 표시하는 문구를 잘 적어야겠지요. ㅠㅠ) 


두서없는 내용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의 머릿통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객관적으로 묘사하는건 너무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모쪼록 깊은 밤에 다른 앙님들께는 평안함이 함께 하길 바래봅니다. 

댓글 (23)

  • Java

    Java Lv.1

    25.05.12 · 116.♡.7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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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만큼괜찮다❤

    이만큼괜찮다❤ Lv.1

    25.05.12 · 115.♡.126.69

    토닥토닥
  • 높다란소나무

    높다란소나무 Lv.1

    25.05.12 · 108.♡.202.71

    고생 많으십니다. 점차 나아지시기를 기원드립니다.
  • 리버풀짱

    리버풀짱 Lv.1

    25.05.12 · 173.♡.98.4

    남일 같지 않네요. 저도 공황으로 힘든 한 때를 보냈거든요. 부디 평온을 되찾을 수 있길 기원합니다.
  • 보급형베토벤

    보급형베토벤 Lv.1

    25.05.12 · 58.♡.31.5

    이 밤 잘 견디시고
    평온한 아침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응원합니다.
  • 허영군

    허영군 Lv.1

    25.05.12 · 122.♡.225.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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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해줄수 있는 지인분들이
    계시다니 안심되고, 다행입니다.
    그리고 언제든 힘들때 와서 투정부려주세요😄
  • 꿈꾸는식물

    꿈꾸는식물 Lv.1

    25.05.12 · 58.♡.146.198

    공황장애로 10년 정도 약을 먹다가 재작년부터 점차 줄여서 지금은 수면제만 복용합니다.
    토닥토닥 위로를 드립니다.

    한편으로 쓴소리를 좀 하겠습니다.
    미련하게 버티지 마세요.
    그러다가 못 버티면 삶을 잃게 됩니다.
    약부터 드세요.
    강한 의지? 그런 거 소용없습니다.
    일시적 현상만 피하는 겁니다.
    자신의 의지로 오롯이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은
    대단히 위험합니다.
    약물처방 받으면서 오랜 시간 잊혀내는 게 치룝니다.
    지금도 저는 우발적 상황에 대비해 지근에
    약을 챙겨 놓습니다 ..
    운동도 하시면 좋습니다.

    꼭 신경정신과 가셔서 약 처방 받으세요.

    그리고 아직 심한 단계는 아닙니다.
    공황발작이 오면 죽음을 직면하는 순간입니다.
    응급실 수시로 몇번 다녀와야 알게 됩니다.
  • 비이트 Lv.1 → 꿈꾸는식물

    25.05.12 · 115.♡.61.38

    정답 입니다.
    저역시 응급실 몇번 다녀온뒤
    지금은 약 먹고 있습니다. ㅠㅠ
  • 꽁냥꽁냥 Lv.1 → 꿈꾸는식물

    25.05.12 · 112.♡.242.46

    약이 저항력을 높여준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던것 같아요. 약 드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라이더2

    라이더2 Lv.1

    25.05.12 · 175.♡.217.36

    고민말고, 전문의들을 만나보셔요. 치료가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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