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속에항아리 (182.♡.220.183)
2025년 5월 19일 PM 04:52 · 수정됨(05. 21. 17:21)
아이 초등학생 때, 몇 년 전쯤 대법원 견학을 다녀온 일이 있었어요.
수업과 체험을 진행하던 강사님이 대법원에서 직접 고용한 분인지, 외부 강사인지 헷갈렸지만 아무튼 프로그램을 잘 이끌어 주셨어요.
보호자도 마치 학교 공개수업처럼 뒤에 조용히 서서 참관할 수 있었습니다.
견학의 마지막 순서는 '판사와의 대화' 시간이었어요.
현직 판사님이 아이들의 질문에 직접 답해주는 자리였는데, 초등학생들 질문이 생각보다 정말 날카롭더라고요.
연봉이 얼마냐는 질문에는 어른들이 당황하며 웃고, 나이가 몇이냐는 질문에는 판사님이 슬쩍 넘어가고,
질문이 산으로 간다고 여겼는지 왜 판사가 됐냐는 질문은 강사가 대신 물어봐주기도 하고...
그런데 마지막 질문을 받겠다고 강사님이 이야기했을 때, 저희 아이가 손을 들었고 선택이 됐어요.
그리고 던진 질문이 이거였어요.
"판사도 범죄를 저지르나요?"
순간 판사, 강사, 보호자들 모두 당황한 웃음을 지었고, 판사님은 머뭇거리다가
"아마 없을 걸요..."라고 조심스럽게 답했어요.
그러자 아이가 이어서 "그래도 판사가 범죄를 저지르면 누가 심판해요?"라고 다시 물었고,
판사님은 약간 난처해하면서
"판사는 범죄를 심판하는 사람이에요. 범죄를 저지르지 않지만, 만약 그런 일이 생기면 다른 판사가 재판하겠죠"
라고 답하셨어요.
그런데 아이가 한 번 더 물었어요.
"그럼 그 재판하는 판사랑 같이 범죄 저지른 판사면요?"
그 순간 강사님이 급히 나서서
"자자, 판사님 바쁘신 와중에 오신 거니까 이제 질문은 여기까지 받을게요~"
하고 마무리해버렸고, 판사님은 별다른 말 없이 퇴장하셨어요.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이가 "나 질문 잘했지?" 하고 묻기에
"응, 아주 날카로운 질문이었어" 하고 칭찬해줬던 기억이 납니다.
댓글 (38)
- 화
화신
25.05.19 · 140.♡.29.2
- 쭈
쭈아빠
25.05.19 · 121.♡.96.125
불편한 질문이 아닌 명쾌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특한 자제분을 두셨네요^^ -
EEthanHunt
25.05.19 · 211.♡.60.82
진짜 대단하고 속이 뻥 뚫리는 질문입니다. 진짜 기특하네요. -
똥똥멍충이
25.05.19 · 125.♡.124.83
자녀를 정말 잘 키우고 계시는군요. (크흡...ㅠㅜ)
어린이 들도 아는걸...왜 모르는 어른들이 많은건지..
아니면 겉모습만 어른인건지.. -
Hheltant79
25.05.19 · 61.♡.152.133
통렬하네요. -
우우물쭈물럭
25.05.19 · 121.♡.140.226
판사님, 질문 듣고 얼굴이 염증약 10알 먹은 듯 확 빨개지셨을 듯요 - 또
또한걸음
25.05.19 · 118.♡.15.125
아드님이 폐부를 찌르는 질문을 던졌군요. -
별별멍
25.05.19 · 211.♡.188.41
판사에게 필히 질문해야 할 모범 질문안의 1번입니다.
사실 이것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없습니다.
우리 사회는 가장 중요한 것을 외면하죠.
'어디 감히 고시 일등 엘리트 판사 나으리에게...' -
Ccomputertrouble
25.05.19 · 175.♡.132.87
크게 될 아이입니다. -
숀숀화이트팤
25.05.19 · 125.♡.111.106
판사가 되야할 아이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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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