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고양이 (223.♡.53.78)
2025년 5월 21일 PM 09:55 · 수정됨(23:44)
지난 달에 자게에 올라온 글을 보고 책방 할아버지의 추천 책을 읽었습니다.
https://damoang.net/free/3649804
대부분의 앙님들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 발달장애인을 어떻게 대해야하는지 전혀 배운 적도 없고 아는 바가 없습니다.
개인적인 사유로 최근 몇년 사이에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여전히 모르구요.
그리고 주말마다 돌보는 초등학생 조카에게 도움반 친구에 대해 한번씩 얘길 듣기도 하고 제가 질문을 하기도 하는데,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없다보니 수용하는 범위가 더 넓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특별히 더 배려한다기보다는 그냥 저냥 무리없이 잘 섞여서 지내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아니 안타까웠던 부분은 원스탑복지서비스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어떤 다큐에서 봤을 때 북유럽 어느 국가에서는 장애아이가 태어나면 부모가 정보를 찾고, 어디에 가서 무언가를 신청하고 이런 게 아니라 복지서비스 관련한 기관에서 알아서 이것 저것 챙겨준다고 봤었거든요. 한국에서는 장애의 경중을 가리는 서류를 받고나서도 복지카드를 신청하러 또 주민센터에 가야한다니 그 부분부터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책의 주인공 시후에게는 비장애인 동생이 있는데, 동생이 아직 어린 미취학 아이지만 남들과 조금 다른 오빠를 본인이 지켜야한다고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부분에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장애아이를 돌보느라 비장애형제에게 알게 모르게 희생을 강요 아닌 강요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참 가혹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가 경찰로서 마주한 장애인들의 사연 중 하나는 공원에선가 실종된 아이에 관한 것이었는데, 아이를 잃어버리고 어쩔 줄 몰라하는 부모에게 그러게 왜 장애인을 밖에 데리고 나와서 이러냐고 면박을 주는 사람도 있다고 해서 놀라웠습니다.
제발 모르면 입 좀 다물고 가만히 있어주면 안 되냐고 묻고 싶지만, 잘 몰라서 그렇다 치고,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세계에서 살다가 어쩌다 한 번씩 조우하게 되는데, 다른 세계의 존재에 대해서 현재의 초등학생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잊고 지냈는데 9년 전 세상을 떠난 사촌언니가 문득 생각 났습니다. 제가 어릴 때부터 나이를 먹지 않던 언니는 저보다 나이가 많았지만 만날 때마다 저랑 투닥거렸고 어린 저는 무슨 언니가 이러냐고 이해하지 못 하고 짜증을 낼 때가 많았습니다. 왜 그때 아무도 제게 설명을 해주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다른 세상에서 만나면 그때 미안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ㅠㅠ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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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커먼사각
25.05.21 · 121.♡.128.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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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기고양이
→ 시커먼사각 작성자
25.05.21 · 223.♡.53.78
네, 조카분이 무척 힘든 시간을 지나왔겠군요. 하나하나 다 기억하지 못 해도 느낌으로 평생 남아있겠죠. 그래도 많이 좋아져서 정말 다행이고, 어릴 때 고생 많이 한 만큼 앞으로는 좋은 분들만 만날 수 있음 좋겠어요.
말씀하신대로 아픈 사람들을 따뜻하게 보듬어줄 수 있는 사회가 되고, 사람들도 그런 여유가 있는 세상이 오면 좋겠습니다. -
JJava
25.05.21 · 116.♡.70.94
이 부분도 공부해야할 부분이네요.
책 사서 읽어야겠습니다.
저는 아스퍼거 증후군이라고 하나요? 지금은 자폐 스펙트럼에 편입되었다고 하는데요.
그런분과 일을 같이 한 적이 있습니다.
모든 장애가 딱 한가지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서 스펙트럼(범주)의 어느 영역에 있느냐가 관건인 경우가 많죠.
이분 같은 경우는 경증~중증 사이의 아스퍼거 증후군이라고 봐야겠더라고요.
일반인이 보기에는 그냥 무능하고 책임회피적이고 자기만 아는 부류로 판단되어서 멀리하게만 되지요.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이게 장애의 일종이겠구나 싶더군요.
해서 심리 관련을 검색해보고 진단법 등 찾아보고 했더니
지능이 어느정도 되는 경증~중증 사이의 아스퍼거 증후군의 모습이더라고요.
(물론, 비 전문가가 인터넷에 떠도는 지식만으로 판단을 내리는 것은 금기이긴 합니다.)
5명이서 일을 하는데 1/5했던 것의 1/5을 나중에 되어서야 전혀 이상한 방향으로 진척된 것을 발견하고
그분은 무었이 잘못되었는지 인지조차 못하고 계시고,
잘못을 지적해도 회피적으로 반응하시기만 하셨지요.
결국 나머지 4명이 마감 직전에 그 1/5을 부랴부랴 처음부터 파악해서 진행했었지요.
이미 인터뷰는 애저녁에 끝났던터라 남아있는 담당자는 짜증을 내고 어떤 담당자는 다른곳으로 가버리기도 해서,
업무 파악을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수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지연끝에 완성했습니다.
이게 국가나 사회 그리고 부모가 잘 알고 잘 대처해줬더라면?
직업을 바꿨을 것이고,
이렇게 천덕꾸러기가 되어서 비정규직으로 떠돌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것 같은 아쉬움도 들고
일반인(?)도 이런 부분에 대한 인식이 있다면?
그냥 나쁜 사람+천덕꾸러기로 내쳐지기만 하지는 않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거든요.
모든 부분에서 국가, 사회 뿐 아니라 일반인(?)의 인식 또한 개선되어야 합니다.
사실 일반인(?)은 말이죠.
거의 모든 장애 스펙트럼의 끝단 언저리에 있을 뿐이거든요.
게중에는 좀 더 특정 스펙트럼에 좀 더 가까이 있는 분도 계시고,
추상적인 경계에서 간당간당한 분도 계실거거든요.
그러니까,
엄밀하게 따지면 정상이나 일반이란 것은 없는거죠. -
아아기고양이
→ Java 작성자
25.05.21 · 223.♡.53.149
네, 그래서 요즘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진단이 늘고 있다고는 하는데 지금의 성인들에게는 해당이 안 될 것 같죠.
남들과 조금 다른 분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데 그런 분들이 정말 이기적이어서인지 장애가 있어서인지 판단하기도 어렵고 일하면서 배려를 넘어서는 희생을 감수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죠.
말씀하신대로 그 분이 어려서부터 진단 받고 그에 맞는 돌봄을 받으셨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고 책을 읽어보니 이게 단순히 가정에서만 해야할 게 아니라 사회가 같이 책임져줘야하는 문제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가정에서 엄마가 오롯이 아이를 돌보고 아빠가 그 엄청난 치료비, 각종 센터에 다니는 비용을 대는 것 자체가 정말 큰 고통인 것으로 알고 있어서요. -
JJava
→ 아기고양이
25.05.21 · 116.♡.70.94
그렇죠~
국가/사회가 종합적인 돌봄을 제공해야 합니다. -
아아기고양이
→ Java 작성자
25.05.21 · 223.♡.53.149
네, 일단 사람들에게 그런 공감대부터라도 형성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평소 안 쓰던 독후감을 올려보았습니다.;; -
Qqueensryche
25.05.21 · 117.♡.3.32
말처럼 쉬운건 아니지만 편견없이 세상을 보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상대적 약자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되고싶고요. -
아아기고양이
→ queensryche 작성자
25.05.21 · 223.♡.53.149
제가 편견 없이 세상을 볼 수 있을지부터 모르겠고 자신이 없지만, 적어도 막말을 하거나 싸늘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일만큼은 없으면 좋겠어요.
남들과 조금만 달라도 살기 너무 힘든 세상에서 그냥 가만히 있어도 힘드실 분들을 더 외롭고 힘들게 하는 사람들은 참 야속해요.
근데 저도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더 알아보고 많이 생각해봐야겠어요. -
시시커먼사각
→ 아기고양이
25.05.21 · 121.♡.128.121
몇십년 전에 심리학 과목을 들었을 때 교수님 말씀이... 우리 모두는 누구나 한두가지 이상의 장애를 가지고 았는데, 그 장애가 사회적으로 어떻게 평가되느냐에 따라 정상인이 될 수도, 장애인이 될 수도 있다고 하시던 게 아직도 기억나는군요. -
아아기고양이
→ 시커먼사각 작성자
25.05.21 · 223.♡.53.218
네, java 님 말씀도 그렇고 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장애가 있거나, 경계에 있거나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데 우린 너무 모르는 것 투성이인 것 같아요. 저 역시도 잘 모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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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사람들을 더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빕니다. 부끄럽지만, 제가 몸이 아픈 상태가 되어보니... 사소한 것들이 더 눈에 들어오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