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만 페북...<87년 박종철 열사가 쓴 편지>
피톤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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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25일 AM 12:52 · 수정됨(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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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박종철 열사가 쓴 편지>

 

많은 이들은 박종철 열사가 어느날 남영동 대공분실에 끌려가 물고문 끝에 숨진 것만 기억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치열하게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

 

박종철 열사는 84년 서울대 입학후 1985년 <서울 미문화원 점거농성> 사건 당시 농성지원 가두시위에서 체포되어 5일 구류를 살았고 여름 방학에는 공활(위장취업)을 하기도 했다. 

 

1986년 노학연대 투쟁에 참가했다가 4월 1일 청계 피복노조 합법화 요구 가두시위에서 체포, 구속되었고 그 해 7월 15일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다음은 박종철이 옥중에서 부모님께 쓴 편지들 중 하나다.

 

————

 

아버지, 어머니.

 

더운 날씨에 비는 오지 않고, 높은 하늘은 틀린 일기예보를 조롱이나 하는 듯이 연일 쨍쨍 내리쬐는군요.

 

꽤 더운 편이지만 그럭저럭 견딜 만 합니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 비치 파라솔 밑에서 선글라스 끼고 한가하게 피서 즐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잘 먹고 잘 놀아서 피둥피둥 찐 살을 빼느라고 사우나탕, 헬스클럽 다니면서 땀 흘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삼복더위에 라면으로 끼니 때우며 먼지와 기름 냄새로 가득찬 무더운 작업장에서 묵묵히 땀 흘리며 일하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이런 노동자들에 비하면 저는 신선 놀음입니다.

 

가족들의 그런 태도는 여기 갇혀 있는 저에게는 진정으로 위하는 것도 아니고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딴 가족들은 면회 오면 어떻게든 꿋꿋하게 지낼 수 있도록 용기를 복돋아 주고 바깥 소식들을 전해주고들 하는데, 

 

허구헌날 판사님 앞에 고개 숙여라, 판사가 무슨 내 할아버지라도 됩니까.

 

저들이 비록 나의 신체는 구속을 시켰지만, 나의 사상과 신념은 결코 구속시키지 못합니다. 저를 포함한 수많은 노동자, 학생들이 구속되어 있는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입니까.

 

누가 우리를 구속시켰습니까. 

저들을 미워합시다. 그리고 저들이 저들 편한 대로만 만들어 놓은 이 땅의 부당한 사회구조를 미워합시다. 악한 것을 악하다고 말할 용기가 없다면 마음 속으로 진실하게 믿는 용기가 있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제가 구속되어 있는 사실을 왜 쉬쉬합니까. 한 명에게라도 더 이러한 부당한 현실을 알리십시오. 내가 왜 구속되었는가를, 저들의 폭력성을, 우리들의 정당성을 사회적으로 고발하십시오. 

 

그럴 용기가 없으면 마음 속으로나마 바깥에서 오늘도 열심히 싸우고 있는 우리 친구들과 저처럼 싸우다 갇혀 있는 친구, 선배들에게 힘찬 격려의 박수라도 쳐 주십시오.

 

엄마 아버지의 막내아들은 결코 나약한 인간이 아닙니다.

 

이만 줄입니다.

 

1986년 7월 8일

———————————-

 

그리고 이듬 해 1월 14일, 박종철 열사는 남영동 대공분실로 불법연행되어 물고문 끝에 살해되었다. 수배자의 행방을 묻는 질문에 끝까지 답변하지 않고 저항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아직 그는 민주유공자가 되지 못하고 있다…….

댓글 (11)

  • EXIT

    EXIT Lv.1

    24.04.25 · 106.♡.129.214

    용기가 없어 나서지 못했던 날들에 부채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 L

    loveMom Lv.1

    24.04.25 · 211.♡.198.73

    막줄은 너무 슬프네요 ㅠ
    차기 국회에서라도 민주유공자 추대해야죠
  • 겨울아빠

    겨울아빠 Lv.1 → loveMom

    24.04.25 · 118.♡.66.246

    당연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아직일 줄은 몰랐네요..
  • 조형

    조형 Lv.1

    24.04.25 · 118.♡.82.102

    몰랐던 사실이네요. 하루빨리 합당한 대우를 받길 바랍니다.
  • 뜨아

    뜨아 Lv.1

    24.04.25 · 211.♡.46.220

    그리고 박종철이 목숨으로 지켰던 선배는 뉴라이트가 되었다죠..
  • redseok0

    redseok0 Lv.1 → 뜨아

    24.04.25 · 211.♡.73.120

    누구인가? 궁금합니다...;
  • 홀리댐퍼

    홀리댐퍼 Lv.1 → redseok0

    24.04.25 · 59.♡.5.5

    찾아보니 박종운 전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네요.
  • 훈녀지용

    훈녀지용 Lv.1 → 뜨아

    24.04.25 · 116.♡.103.121

    그자식은 정말 욕나오는 ㄴ입니다.
  • endlessR

    endlessR Lv.1

    24.04.25 · 211.♡.201.174

    친일독재하던 것들도 국립묘지에 처묻으면서~ 이건 민주정부의 나태함이 더 큰 문제입니다
  • 별의숫자만큼

    별의숫자만큼 Lv.1

    24.04.25 · 133.♡.194.182

    지금도 여전한 시스템이 부끄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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