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ELO (203.♡.86.214)
2025년 5월 28일 PM 10:17 · 수정됨(23:21)
아침에 이재명 후보께서 현재의 선착순 티켓을 추첨제로 바꾸겠다고 하는 공약을 냈고,
아직 이 공약의 세부 사항이 완성되지는 않은 상태였다 보니 여러 가지 의견을 받고 A/S하는 일이 있었는데요.
제 취미 중 하나가 여기저기 공연 다니는 것이고, 연차 대부분을 공연을 보러 간다고 쓴 적이 있을 정도라
이러한 공약을 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정말로 요즘에 어떠한 이슈가 있고, 이를 대응하고자 한다' 라는 점이 느껴졌습니다.
박근혜 탄핵 당시의 주역이 촛불이었다면, 이번 윤석열 탄핵의 주역이 아이돌 응원봉으로 변했다는 것도 우리나라의 공연 문화가 저 당시보다도 더 많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당시 그렇게 아이돌 응원봉을 들었던 사람들이 어떠한 상황에 마주해있는가, 그리고 무엇이 문제이고 이것을 어떻게 개선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다면 이러한 공약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 봅니다.
공연을 보러 가는 경우가 아니라도, 요즘 야구시즌인데 야구경기 표가 그렇게 잘 팔리고 암표가 나오는지라 정상적인 방법으로 야구경기 표를 사기 힘들다는 것도 있죠. 지금의 우리나라는 티켓이란 것을 쓰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암표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보니 이것은 이제 정말로 민생안건이 되었습니다. 티케팅 사이트의 자정능력 [따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고 법적으로 정치적으로 나서야만 무언가가 해결될 수 있는 레벨이 됐다 보입니다.
공연장에서의 암표 문제는 생각보다도 더 심각합니다.
티켓 판매가 개시되는 시기에 선착순으로 빨리 접속하는 사람이 앞자리를 선점해서 티켓값을 결제하면 그 앞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첫눈에는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티켓팅 전쟁에서 "매크로"가 관여한지는 오래 되었고 어느 공연이든지 무대 맨 앞줄의 중앙 자리는 이미 일반적인 사람이 매크로를 쓰지 않고 잡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심지어 그런 황금자리는 매크로끼리 경쟁을 하는 상황이지요. 이러한 선착순 티켓팅 시스템에서는, 사람의 손으로 아무리 빠르게 접속했다 쳐도 앞자리를 차지하고자 경쟁하면 내자리 1자리를 차지하는 시도조차도 "이미 선점된 좌석입니다" 라는 메시지를 보고 실패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인데 매크로를 쓰면 그렇게 구하기 어려운 좋은자리를 2연석~4연석으로 옆자리를 다다다닥 가져갑니다. 이 시점에서 이미 공정경쟁의 영역을 백만광년쯤 벗어났습니다.
그렇게 매크로를 사용해서 차지한 티켓은 대부분 티켓베이나 중고나라 등등에 프리미엄을 붙인 가격으로 암표로 팔립니다. 정가로는 10만원인 티켓이라고 하면, 맨앞자리는 수십~수백만원에도 팔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게 암표로 나오는 매물은 (제가 참가한 공연을 기준으로) 상당수 중국인들이 사갔습니다.

최근 제가 참가했던 공연 중 하나에서는, 위의 좌석표에 색칠한 영역(1열 중앙블럭 약 20여명) 자리 대부분이 암표를 사서 들어온 중국인이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해외 아티스트가 몇 년에 한 번 올줄 모르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통해 한국에 공연을 하러 와줬는데, 그 공연을 가까이서 볼 기회를 저런 암표 때문에 뺏긴다는 것이 굉장히 못마땅했던 기억이 납니다.
개중에는 이러한 암표에 대한 대책을 강화하기 위하여(주최측 입장에서도 10만원에 파는 티켓을 가지고 누군가가 100만원의 수익을 올린다고 하면 기분이 나쁘겠죠) 티켓에 기재된 신분증과 동일인이 참가하는지를 확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이러한 경우도 암표를 사서 뚫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종종 보였습니다. 이들은 일명 '아옮(아이디 옮기기)'을 통한 행위로 암표를 삽니다.
아옮이 무엇이냐면
1) 매크로를 통해서 암표상이 정식으로 티켓팅 오픈한 시간에 티켓을 산다
2) 그 티켓을 암표상이 들고 있다가 구매자의 연락을 기다린다음 구매자랑 연락이 닿으면
3) 암표상은 구매자의 아이디를 받아서 로그인을 한 다음
4) 1에서 암표상 계정으로 들고있던 티켓을 취소
5) 취소하는 순간 암표구매자의 아이디로 매크로를 돌려서 취소한 티켓을 가져자게끔 함
6) 이렇게 하면 절차적으로는 암표구매자의 아이디로 정당한 티켓이 구입된 것이기 때문에 입장시 신분증 체크 등을 해도 주최측에서 암표를 샀다는 것을 증명할수 없게 됩니다
물론 이런 암표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암표를 가지고 있지도 않으면서 입금만 받고 잠수를 타는 사기꾼들도 많습니다. 아옮 같은 건 구조상 티켓 옮기기를 시도하다가 남에게 가로채일 확률도 없지는 않으니, 이를 바탕으로 "아옮 실패했다" 하면서 수수료만 받고 튈 수도 있죠.
그렇다면 왜 이렇게까지 암표꾼들이 많은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데요. 현재의 한국의 티켓 구조는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역으로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티켓이 예매후 환불이 가능한데, 이것이 무슨 문제인가 싶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개나소나 암표상을 하게끔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해당 공연에 아무 관심이 없는 암표상이라도, 일단 (좋은 자리의) 티켓을 확보하면 일정 기간동안은 자유롭게 취소 및 환불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게 핵심인데요.
1) 암표상이 매크로로 티켓을 구입했고, 티켓이 매진돼서 바로 암표를 사겠다는 사람이 나온다 -> 암표로 팔면 됨
2) 암표상이 티켓을 구입했지만, 티켓 자체가 많이 안 팔려서 암표를 사겠다는 사람이 안 나온다 -> 암표상이 티켓예매사이트를 통해 취소수수료 소량만 떼이고 환불하면 됨
암표상 입장에선 밑져야 본전인 장사가 됩니다.
그러니까 공연장 규모에 비해서 인기가 많아서 무조건 암표상이 이득 보겠다 싶은 공연은 암표상만 수천 단위가 꼬이고, 그만큼 정당하게 티켓을 구매하려던 사람 수천명은 울며 겨자먹기로 암표를 사게 됩니다. 이런 시장이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결국 법적으로 정치권에서 조치하지 않는 이상 해결될 수 없는 문제가 되는 것이고, 그것을 공약으로 들고 나온 것입니다.
공연을 자주 다니는 입장에서, 정권이 교체되고 나서 좋은 방향으로 해결되는 안이 나왔으면 합니다.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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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ava
25.05.28 · 116.♡.70.94
- C
CIELO
→ Java 작성자
25.05.28 · 203.♡.86.214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더 쓰고 싶은 말이 많은 것 같지만, 술 한잔 하면서 쓴다고 용두사미가 된 것 같아 좀 아쉬우면서도 제가 표현하고자 한 게 제대로 전해졌는지 우려스럽기도 합니다. -
Mmlcc0422
25.05.28 · 119.♡.199.171
의견에 공감하며, 시행되면 분명히 ‘자유시장 경제’ 어쩌구 ‘사다리 걷아차기’운운하며 시비거는 인간들 + 기레기의 합주 공연을 1열에서 감상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애초에 암표는 불법이라 저런게 개소리이긴 한데 뭐 무뇌 범죄자들이 그런거 따지겠습니까?
찍소리 못하게 국민들이 지지해 줘야죠. - C
CIELO
→ mlcc0422 작성자
25.05.28 · 203.♡.86.214
불법이지만 표면상 "구매자가 프리미엄을 주고 [양도양수] 했다" 라는 말도 안 되는 식의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죠.
오죽하면 딸이 "BTS 같은 인기 아이돌 티켓이 몇십만원씩 한다" 라고 이야기하고, 그걸 들은 학부모가 "BTS란거 티켓이 원래부터 그렇게 비싼가요?" 라고 물어서야 그것이 죄다 암표라는 실상을 알게 될 만큼 지금의 암표시장은 인기공연일수록 심각합니다. 이렇게 십만원짜리 공연티켓을 백만원 주고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거기 때문에(하다못해 계엄에 대해서 "뭐요"라고 말한 임 모 트롯가수 팬덤조차) 이러한 문제는 지지를 충분히 얻을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
가가랑비
25.05.28 · 58.♡.137.93
1. 의뢰자의 티케팅 사이트 아이디를 매크로브로커에게 넘김.
2. 수수료 + 티켓요금 지불
3. 매크로브로커는 의뢰자 아이디로 로그인, 매크로 돌려서 티켓 구매
이렇게 하여 '이력이 깨끗한' 부정 티케팅을 하는 경우를 보았습니다. -
JJava
→ 가랑비
25.05.28 · 116.♡.70.94
이건 예매 전부터 서로 협의가 끝나야 가능한건데요.
계획범죄 아닙니까? ㄷㄷㄷ - C
CIELO
→ Java 작성자
25.05.28 · 203.♡.86.214
일명 "대리 티켓팅"이라는 업계용어로 불립니다.
저렇게 아이디를 빌려줘서 구매자 아이디로 티켓을 구매했다면 그나마? 다행인데
위의 아옮 사례처럼 "대리티켓팅 실패했다" 라고 하면서 수수료만 받고 튀는 유형의 사기까지 종종 있는 그야말로 멍멍이판입니다. -
맹맹꽁
25.05.28 · 107.♡.69.13
이건 미국에서도 문제죠 ㅠㅠ 어휴 -
취취미생활자
25.05.28 · 222.♡.32.74
이재명 후보께서 좋은 공약 내셨네요. 많은 의견 내시고, 합리적인 티케팅이 정착되길 기원합니다. -
하하늘기억
25.05.28 · 58.♡.125.114
야구도 비슷판 구조겠네요.
야구 특성상 매일 있는 경기라서 아옮이라는게 좀 힘들어 보이긴 합니다만..
저는 야구경기 신분증 확인만이라도 하면 좋겠더라구요.
물론 선물하기 기능도 없애버리고요.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
심도 있는 이야기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