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기사님들에게 투표일을 보장해 준다는 것.
장혹스

Lv.1 장혹스 (182.♡.111.140)

2025년 5월 30일 AM 07:21 · 수정됨(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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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모앙에 긴 글을 쓰는 건 처음인 것 같네요. 함께 생각하고 고민해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몇 글자 적습니다.


예전 사이트 시절부터 뵈었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식품 밀키트를 판매하는 업체를 운영하여 하루 약 200개 가량의 택배를 발송하고 있습니다.

어제 저희 택배를 수거하러 오시는 기사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선거일 휴무에 대한 주제가 나왔습니다. 기사님께서는 "민주노총 영향으로 이번에 하루 쉰다는데, 배송한다고 선거 못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말로 대화를 시작하셨습니다.

물론 투표권은 중요합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며,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핵심입니다. 하지만 기사님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그 '하루 휴무'가 단순한 하루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택배업계는 굴러가는 방식이 일반적인 직장과는 사뭇 다릅니다. 하루라도 멈추면, 그 여파는 그다음 날로 고스란히 밀려옵니다. 예를 들어 저희처럼 식품을 다루는 업체가 하루만 발송을 멈춰도 그 물량은 바로 다음 날로 넘어가게 됩니다. 그게 고작 200개쯤이냐고요? 저희와 비슷한 규모의 업체가 세 군데만 되어도 하루 만에 600개가 밀립니다. 이틀이면? 단순 계산으로도 1200개가 되죠.


문제는 이 밀린 물량이 평일에 자연스럽게 흡수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기사님들은 이미 그 주의 루트와 일정이 꽉 짜여져 있고, 갑자기 대량의 물량을 감당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합니다(물론 수거하는 분과 배송하는 분은 다르고, 배송은 각 지역으로 퍼져나가니 1인이 모두 담당하는 건 당연히 아닙니다.). 결과적으로 선거일 하루 쉰 것이, 그 주의 주말, 심지어는 현충일 같은 공휴일까지 반납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습니다.


알만한 분들은 아시겠지만 요새 택배업계는 일주일 배송으로 화제입니다. 소비자는 편리함을 누릴 수 있겠지만 배송 기사들 입장에선 죽을 맛이라고 합니다. 대체 인력은 없고 배송은 늘고.. 요새 배송 인력도 많지 않아 아직은 선택하여 일주일 배송은 거부할 수 있지만 무언의 압박과 제도적 압박은 나날이 증가할테고, 언젠간 저희 담당 기사님도 휴일을 내 놓으실 수 밖에 없겠죠.



기본권은 당연히 존중받아야 합니다. 투표권, 휴식권, 노동권, 모두 중요한 권리입니다. 하지만 그 권리가 시행되는 방식에 있어선 반드시 현장이 반영되어야 합니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균형이 없다면, 제도는 좋은 의도와 달리 현장에서 분노와 피로를 남기게 됩니다.

기사님은 대화 말미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투표 못 하겠다는 게 아니에요. 하루 쉬는 걸 반대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이걸 시행하려면 하루 분량이 밀리지 않도록 시스템이 보완돼야 하는데, 현실은 그냥 '쉰다'만 얘기하고 끝이니까요."

이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았습니다. 휴식을 보장하려면, 그 휴식이 누군가에겐 더 큰 부담이 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공공 지원을 통해 특정일 물량을 분산하는 방안을 도입한다든지, 대체 인력을 운영할 수 있도록 협의체를 마련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택배기사님과의 대화를 통해 다시 한 번 느낍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권리, 그 권리는 좋은 말로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시간을, 누군가는 체력을, 또 다른 누군가는 감정을 쓰며 그 권리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지요.

'민주주의는 피로 쓰여졌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에도, 그 피는 문자 그대로 현장의 땀으로 계속 쓰이고 있는 건 아닐까요. 정책과 제도가 현장과 함께 움직이지 않는다면, 권리는 권리로서 기능하지 못합니다.

제도는 누군가를 돕기 위해 존재합니다. 그런데 그 제도가 다른 누군가에게 불균형한 고통을 준다면, 그것은 다시 들여다봐야 할 때입니다. 권리를 보장하는 일은, 동시에 책임과 현실을 함께 보는 일이어야 합니다.



저는 그냥 민주당 지지자여서도 아니고, 이재명 후보 개인에 대한 호불호나 호감 때문도 아니고, 이재명 후보라면 이 일을 생각 해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 이재명 후보가 아니면 그 어떤 정치인이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 라는게 더 맞는 말 같습니다.

그래서 큰 힘을 얹어주고 싶습니다. 압도적인 투표율로, 압도적인 득표율로 정권 초기 불 타오르는 전차같은 돌진을 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한 사람의 소상공인으로써, 한 사람의 시민으로써 간절히 바랍니다.

댓글 (7)

  • 취미생활자

    취미생활자 Lv.1

    25.05.30 · 222.♡.32.74

    이재명 후보님은 분명 고쳐줄겁니다.
  • Nunki

    Nunki Lv.1

    25.05.30 · 116.♡.110.107

    맞아요. 결국 그 물량이 언젠가는 소화해야될 물량이니 참... 그렇더라고요. 쩝... ㅠㅠ
  • Chosen

    Chosen Lv.1

    25.05.30 · 14.♡.66.1

    필요한 물품이 있지만 이틀 동안 참고 있습니다.
  • 마스터재다이 Lv.1

    25.05.30 · 211.♡.67.205

    원래대로 따지면 쉬는날일하는분과 안쉬는날 일하는분들이 분리되어 서로 휴식을 보장해야 맞을것 같은데요. 이야기를 들어보면 전혀 안되고 사급의 사급같은만행도 있고...기존관행이라는 악덕룰을 깨야하는데 만만치 않을것 같아요.
  • 0sRacco

    0sRacco Lv.1

    25.05.30 · 218.♡.23.195

    그래서 무슨 일을 정해도 연쇄반응을 생각해야하는 걸텐데 아쉽지만 이번만으로의 고생으로 끝나시기를 바라봅니다
  • 아몬드사탕

    아몬드사탕 Lv.1

    25.05.30 · 223.♡.91.220

    업체가 물품 발송을 휴일 이후에 하는 것만 가지고는 힘든가 보네요.
  • 책을봐라

    책을봐라 Lv.1

    25.05.30 · 211.♡.206.223

    하루를 쉬면, 하루가 더 고달퍼 진다는 생각은 해 보질 않았는데 하나를 또 배워갑니다.
    휴무로 지정하지 않았을때, 투표를 못하게되는 상황이 발생 될 수 있으니, 선거일을 휴무를 지정함은 옳은 거라 생각 됩니다.
    다만, 말하신 내용 같이 그로인한 대책의 마련 또한 반드시 필요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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