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교포 친구들이 많은데 언어 교육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되네요
노르웨이고등어

Lv.1 노르웨이고등어 (71.♡.16.140)

2025년 6월 3일 AM 11:00 · 수정됨(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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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할아버지는 재일교포셨습니다.


일본에서 나고 자라셨고 사실상 모국어도 일본어, 그러다가 중고등학교 즈음 (당시의 구제중학교) 조선땅에 귀국하셨죠.


한국에 들어온 후 전쟁과 가난도 힘들었지만, 언어가 정말 힘들었다고 얘기하신 적이 있습니다. 제 기억 속 할아버지는 전라도(...) 한국어를 모국어처럼 유창하게 잘 하셨지만 돌아가실 때까지도 한문과 일본어를 매우 잘 하셨다고 했어요. 굳이 일본어로 대화하실 일이 없기에 좀처럼 드러내신 적은 없지만요.


다만 일본 식문화 등은 많이 그리우셨는지 70-80년대에 일본인들이 많은 지역까지 홀로 찾아가 일본 가정식 같은걸 드셨단 이야기를 들은 적 있습니다. 지금이야 일식집이 흔하지만 당시엔 버스로 깨나 가야만 닿을 정도로 멀었다고 하네요.


이때는 일제강점기가 지난지 오래지 않아 일본에 대한 반감과 별개로 일본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할아버지께서도 그런 경우이셨던 것 같습니다. 문화적 적응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음식이나 고향집은 종종 그리워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다음으론 사촌과 친구들이 있는데요. 어쩌다보니 북미, 유럽 가리지 않고 한국계 교포/교민 친구, 친척들이 좀 많습니다.


몇몇은 어릴 때 귀국했고, 몇몇은 반대로 어릴 때 이민 가고 여전히 쭉 살고 있지요.


가장 인상적인게 언어 적응 차이인데요. 특히 10살 이전에 비영어권 국가에서 귀국한 아이들은 유럽 아이들과 함께 자라지만 한국인 부모와 접할 시간이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귀국 후 초기에는 언어 적응에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러다 커가면서 한 초등 고학년쯤 되니 한국어, 한국 문화에 익숙해졌고 성인이 될 즈음엔 해당 언어를 완전히 잊습니다. 아예 기억 자체가 거의 없다고 하네요.


반대로 5살 이상, 10살 이전에 해외로 간 아이들은 양국 언어 모두에 능숙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가 본 친구들이 유독 똑똑한 아이들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모국어인 한국어도 소통 가능한 수준으로 하면서 외국어를 모국어에 가깝게 받아들이는 케이스가 다수였습니다.


다만 후자는 부모를 통한 모국어 숙련이 계속되었고, 전자는 모국어(외국어)를 접할 기회가 없었던게 가장 큰 이유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적응이 어렵다 생각한게 중학교 이후 이민이었습니다. 이미 모국어를 일정 수준 이상 구사할 수 있게 되지만 고급 수준까지는 되지 못 하는데, 새로운 언어를 배우기에도 큰 어려움이 있어 보였습니다.


우선 모국어가 아닌 새 언어를 배워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죠. 이 부분에서 가장 난감하겠다고 느낀게 학교 수업이었는데요. 교육 과정 뿐 아니라 사용하는 어휘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보니 새로이 공부해야 할 것들이 꽤 많았습니다. 역사 과목 등 교양 과목은 아예 다른 수준이고요.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이러던 중에 양국 언어 모두를 놓치고 문화 정착에도 실패해 흑화하는 경우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유년기가 아닌) 성인 간의 문화 차이, 외국에서는 언어 한계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죠. 게다가 한국어는 미묘한 뉘앙스 차이가 워낙 큰 언어이기도 하니까요.


부모를 통해 접하는 모국어는 화자 표본 수가 2명 뿐이라 그들의 습관, 심지어는 오류까지도 그대로 따르게 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재미교포 중에서 8090년대의 서울 말씨를 쓰는 젊은이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는 이유입니다.





언젠가 해외로 나가서 살아보고 싶단 생각도 종종 했는데, 주변의 이런 경우들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정말 해외에서 정착해 살 요량이라면 아예 어릴 때 해외에서 살다가 마음을 정하는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한편으로 제가 열심히 언어 공부를 해 자녀들에겐 더욱 수준 높은 한국어를 가르쳐야겠단 생각도 듭니다 ㅎㅎ

댓글 (6)

  • 하만

    하만 Lv.1

    25.06.03 · 49.♡.66.91

    아주 틀린 말씀은 아니신데, 영어만 놓고 보면 주변에 생각보다 많은 이민자 자녀 분들 중에 중고등학교 정도에 오더라고 바이랭궐이 장착 되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본인의 타고난 언어 능력에 따라서 20대 초반 까지 분들 중에서는 생각보다 많이 보았습니다. 간혹 30 부근에 오셔서 하시는 분들도 있으시구요. 저같은 경우는 한국에서도 영어라면 시험이나 보는 것으로 생각했던 사람이고 40에 도착했기에 아주 버릇이 되지 않은 패턴이 아니면 머리로 생각해서 문장을 만들어서 이야기 해서 버퍼가 많이 걸립니다. 이민 1.5나 2세대의 한국어 소통능력을 위해서 주변의 한글 학교에 적극적으로 보내는 가족들도 많습니다. 그것보다 집에서 영어로 사용하는 가족들도 왕왕 있는데 저는 왜그러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렇게 히면서 한글 학교 보내고 제 이해 범위 밖이라...
    그리고 당연한 말 이겠지만 언어가 제일 중요하지만 현지의 문화 혹은 여러 인종에 대한 적극적인 관대함이 없으면 해외살이를 힘들어 하시는 것 같습니다.
  • 노르웨이고등어

    노르웨이고등어 Lv.1 → 하만 작성자

    25.06.03 · 71.♡.16.140

    네, 중학교 이후의 이민은 자녀 개인의 노력과 재능에 더욱 큰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잘 적응하는 케이스도 더러 봤지만 그렇지 않은 사례 역시 많은 터라 더 어린 나이의 이민에 비해 적응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도 대학까지 모두 한국에서 나온 국내파이고 미국 유학을 간 적 있는데 초기엔 언어 적응이 쉽지 않더라고요. 사실 문화 적응은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요즘 재미교포 사이에선 한국 초등학교를 1-2년 보내고 오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덤으로 제가 본 케이스들은 반대로 중고교 때 귀국한 케이스도 있는데 군대 적응에서 특히 어려움을 겪은 경우가 많더라고요. 안타까웠습니다.
  • 글렌모어

    글렌모어 Lv.1

    25.06.03 · 14.♡.98.30

    초등때 이민 갔다가 교환학생으로 국내대학으로 온 경우를 봤습니다. 몸에 배어있는 한국어에 초등때의 그것들을 (저의 판단으로) 이유로 교우관계가 어려워 보이더라고요. 아무래도 대학 한국어 구사에는 어려울 수 있었을 테니까요.
  • 노르웨이고등어

    노르웨이고등어 Lv.1 → 글렌모어 작성자

    25.06.03 · 71.♡.16.140

    대학 수준의 언어 구사는, 특히 문과라면 더더욱 쉽지 않죠. 미국엔 대학 입시를 위해 토플이라는 시험이 있는 까닭이기도 하고요.
  • 별의숫자만큼

    별의숫자만큼 Lv.1

    25.06.03 · 211.♡.104.27

    2세 뿐만이 아니라 한국어로 대화할 일이 거의 없다보니 정작 제가 요즘 한국어 발음이 어눌... 까지는 아니지만 뭔가 부자연스럽다는 걸 느낍니다.
    듣기는 유튜브 등을 통해 단련(?)이 되지만 말하기가 좀 그렇네요.
  • 노르웨이고등어

    노르웨이고등어 Lv.1 → 별의숫자만큼 작성자

    25.06.03 · 71.♡.16.140

    해외에 살다보면 수십 년을 구사해온 한국어조차 가물가물해지죠 ㅎㅎ 그러다보니 그 시대의 언어에 머무르게 되고요. 저희 친척분은 이민간지 40년이 되어가는데 "이기야"를 쓰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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