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현충원 방명록 진짜 의미 다들 알고 계셨나요?
눈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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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4일 PM 06:19 · 수정됨(06. 0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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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변호사


소년공 출신으로 사법고시에 합격한 청년 이재명은, 사법연수원에서 이상한 강연을 듣습니다.

아니 글쎄, 노무현이라는 변호사가 와서

"옳은 일 해라, 하고 싶은 거 해라, 변호사 굶지는 않더라"

하는 것입니다.

이래도 되는 건가요?


젊은 예비법조인은 낚이고 말았습니다.

판검사로 임용될 수 있는 연수원 성적이었지만, 곧장 성남에 사무실을 내고 변호사로 개업했습니다.

내게 주어진 기회를, 부와 권세가 아닌 뜻있는 일에 써 보겠노라. 철없는 치기를 불태웠습니다.

노동자들에게 무료 상담을 해주며

노동·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변호사 이재명, 1990년.


30대가 되어도 계속 이런 짓을 하고 있었으니 성남에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합니다.

'성남시민모임' 시절, 그는 건설업자에게 엄청난 차익을 안겨 주는 비리에 관해 접했습니다.

비리를 파헤치다 보니 결국 토건 부패 세력과 일대 전쟁을 치렀습니다.



MBC 뉴스에 보도된 성남시민모임 이재명 변호사.


협박에 시달린 끝에 총기 소지 허가를 받아, 호신용 6연발 가스총을 구입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기어코 한국 사회의 썩은 부위에 돋보기를 들이댔습니다.

경기도지사 부인, 성남시장, 경찰간부, 언론인, 정치인 등 관계자들이 줄줄이 구속되었습니다.



2002년 5월 23일 당시 '성남시민모임' 집행위원장이던 이재명 변호사가 성남시청에서 분당 파크뷰 특혜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 및 엠빅뉴스 화면


혈기와 의기로 뛰어들어 이룬 쾌거였지만, 이 전쟁으로 그는 기진맥진했습니다.

가족까지 협박당하니 사람 할 짓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좀 쉬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자꾸 도움 요청이 쏟아졌습니다.

성남에서 제일 큰 병원 두 곳이 폐업해 시민들이 갈 곳 없어진다는 소식이 그를 붙들었습니다.


그는 공장에서 프레스에 찍혀 왼팔에 장애가 있는데도 군사학교 훈련에 끌려간 적이 있었습니다.

훈련 면제에 필요한 진단서가 너무 비쌌던 것입니다.

병원비 없어서 진료 못 받는 서러움을 아는 그로서는, 성남에 새 공공병원을 짓고 싶다는 소망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변호사 이재명은

'성남시립병원' 건립을 위한 주민발의 조례제정을 추진하는

시민사회의 동지들에게 합류했습니다.

그는 보건의료노조 경기본부를 비롯한 수십 곳의 단체와 시민들이 2003년 결성한

‘성남시립병원설립을 위한 범시민추진위원회’의 일원이 됩니다.


2003년 12월 13일, 성남시청 앞 집회에 참석한 변호사 이재명.


(2003년 12월 13일, 성남시청 앞에서 열린 ‘공공의료 확대! 고용안정 쟁취! 시립병원 설립 촉구 및 주민조례제정을 위한 성남시민한마당’ 집회에 참석하여 피켓을 든 변호사. 당시 나이 마흔 무렵의 열혈 시민운동가.)


요즘 '국민청원' 같은 게 아닙니다.

스마트폰 같은 건 아예 없었습니다.

주민등록증 대조해 가며 주소까지 적어야만 서명이 인정되었습니다.

날씨는 계속 추워졌습니다.

사고뭉치 변호사와 시민운동가들은 시민의 지지를 구하며 한겨울 길거리를 헤맸고, 사무실에선 새벽 두 시까지 일했습니다.

3주 만에 18,595명의 서명을 모았습니다.


2023년 12월 19일, 환자복을 입은 성남시립병원설립추진위 관계자들이 조례제정청구를 성남시에 접수하는 모습


그러나 2004년 3월 24일,

그렇게 애써 만들어 올린 조례안, 풀뿌리 민주주의의 모범사례가 될 수도 있었던 그것은

한나라당의 횡포로 성남시의회에서 단 47초 만에 무산되었습니다.

의욕만 있고 권력은 없었던 변호사는, 너무 원통해서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재명 변호사가 2004년 3월 성남시의회에서 성남시립병원 설립 주민발의 조례안이 무기한 심의 보류되자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2004년 3월 성남시의회에서, 성남시립병원 설립 주민발의 조례안이 무기한 심의 보류되자 울음을 터뜨리는 성남시민모임의 변호사.)

분노한 시민들이 강하게 항의하자, 시의회는 그들의 변호사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사고뭉치 변호사는 이때 결심했다고 합니다.

정치를 해야겠다고.


쉬운 도전은 아니었습니다. '무수저' 출신 아웃사이더에게 선거의 벽은 높았습니다.

성남 시민사회에서는 제법 유명한 이름이었지만 두 번이나 고배를 마셨습니다.

2010년 그는 마침내 성남시장으로 당선됩니다.



민선 5기 성남시장으로 당선된 이재명 변호사가 2010년 6월 8일 성남시 구시청 2층에서 기자회견을 연 모습입니다. 연단에서 발표 중인 이 당선자의 뒤로 “시민이 행복한 성남 기획위원회 기자회견”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민선 5기 당선자가 '시정 구호'라며 내세운 표어는 간단했습니다.

'시민이 행복한 성남, 시민이 주인인 성남.'


이런 게 무슨 시정구호인가요?

이건 그냥 지방자치제도의 기본 이념입니다.

당연한 소리입니다.


그러나 시민의 뜻을 올바른 절차에 따라 실현해 보려던 노력이 산산조각나는 현장에서,

원통함에 이를 악물고 분루를 흘렸던 사람에게는,

이 당연한 소리가 아주 높은 이상이었습니다.


'시민이 행복한 성남. 시민이 주인인 성남.'

공직 경험이 전무한 정치 새내기의, 철없고 소박하고 순진한 약속이었습니다.


그리고 4년 후, 2014년...


경기 성남시가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행복하다’고 느끼는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도시로 나타났다. 시는 ‘제1회 전국 지자체 평가 행복도 순위’에서 경기도 내 31개 시·군 중 1위를 차지했다고 29일 밝혔다. 2014년 기사.


그는 약속을 지켰을까요?

시민은 투표로 평가했습니다.

득표율은 초선 때보다 재선 때 상승했습니다.

시장 이재명은 민주당 내에서도 뚜렷한 진보성향으로 이름을 알리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보수성향 유명한 분당구에서도 득표율이 눈에 띄게 올랐습니다.


무상 교복, 청년 배당, 공영 산후조리원, 초등학교 4학년 치과주치의...

그가 가장 행복하고 보람되었다고 말하는 바로 그 시절입니다.


함께 사는 세상.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이 행복한 나라, 국민과 함께 만들겠습니다. 2025. 6. 4. 대한민국 21대 대통령 이재명


오늘, 소년공 출신 행정수반은 현충원 참배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앞에 다짐을 밝히는 자리에 그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이 행복한 나라.


시민이 주인인 성남. 시민이 행복한 성남.


그는 취임사에서도 똑같은 표어를 언급했습니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는 한 번 더 되풀이했습니다.


이렇게 멋을 부려도 되는 건가요?

지금 본인이 사상 최초의 "기초단체장 출신 대통령"이라고 뻐기는 건가요?

시민의 고충에 귀 기울이고, 시민을 위해 싸우다가, 우리 동네의 시장이 되고, 그러다가 국군통수권자가 되는...


한국도 이제 그런 것이 가능한 나라라고,

여러분이 만들어 주신 것이라고,

그러므로 국민께 감사하다고

그리고 성남시민께 다시 감사하다고

뽐내려는 의도가 너무 뻔하지 않나요?


어떤 정치인이든 "초심을 잃지 않겠다" 말하지만,

나처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시민주권·시민행복"은 내 첫 공직의 표어였다고,

그 전에도 그 후에도 무수한 시련이 있었으나

나의 지표는 언제나 그것이었다고

광고하려는 의도가 너무 뻔하지 않나요?


그리고, 처음으로 시민의 선택을 받아 시민의 일꾼이 되어 일할 기회를 얻었던 그 시절

내가 세웠던 그 표어를, 그 약속을, 과연 지켰는지는

그때의 시민들께서 분명하게 평가해 주셨다고

그러므로 이것은 공허한 말잔치가 아니며

실천으로 입증된 것이라고


청사 입구에 ‘시민이 행복한 성남, 시민이 주인인 성남’ 표어를 내걸고 있는 성남시청


관할구역만 '성남시'에서 '대한민국'으로 좀 넓어졌을 뿐

앞으로도 나는 15년 전의 그 소박하고 순진한 표어를

변함없이 나침반 삼아 일하겠노라고


그렇게

"시민이 주인인 성남, 시민이 행복한 성남"을 향하여 일하는 시장에서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향하여 일하는 대통령으로

나의 정치인생을 수미상관으로 완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자랑하려는 의도가 너무 뻔하지 않나요?


어허... 이래도 되는 것인지!

이렇게 노골적인데도

언론에 보도도 잘 안 되는 것 같고 많이들 모르고 계신 듯하여

적어 봤습니다.

댓글 (31)

  • 살모앙

    살모앙 Lv.1

    25.06.04 · 125.♡.188.195

    멋집니다. {emo:onion-017.gif:50}
  • 바닷가모래알

    바닷가모래알 Lv.1

    25.06.04 · 110.♡.182.190

    저도 성남 시장일때부터 좋아했습니다.(우리 지역은 아니지만) 행정의 대가 환영합니다!
  • 불태워버려

    불태워버려 Lv.1

    25.06.04 · 106.♡.44.156

    어디서 본적있는 낯익은 문구라고 생각을 한참했었는데 성남이었군요!
  • 하늘걷기

    하늘걷기 Lv.1

    25.06.04 · 121.♡.93.210

    너무 좋은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 minux

    minux Lv.1

    25.06.04 · 211.♡.102.24

    "대동세상" 이란 표현을 쓰실 때 마다 동학운동 생각나면서 민주주의 에대한 색다른 감정을 일으켜서 좋더라구요.
  • 그까이꺼대충

    그까이꺼대충 Lv.1

    25.06.04 · 124.♡.38.107

    {emo:onion-034.gif:100} 까아악... 너무 감동적이에요
  • BlueX

    BlueX Lv.1

    25.06.04 · 106.♡.128.58

    와......대단하십니다...
    사실 저도 경기도지사가 끝이다 라고 하고 다녔었는데 부끄럽습니다...
  • 14mm3

    14mm3 Lv.1

    25.06.04 · 211.♡.204.155

    {emo:damoang-emo-008.gif:100}
  • 파란꿈

    파란꿈 Lv.1

    25.06.04 · 117.♡.17.103

    구 성남시민으로써 너무 익숙한 문구입니다 ^^
  • 거친아재놈

    거친아재놈 Lv.1

    25.06.04 · 115.♡.159.64

    취임사 직후 국회 경비 직원이랑 청소 노동자분들부터 만나신게 그걸 실천 하신거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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