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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5일 AM 04:14 · 수정됨(10:03)
펨코의 역사를 구구절절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으니 아주 간략하게 소개하면 디씨의 에프엠 갤러리(축구 매니저 게임 FM 시리즈)에서 갈라져 나왔습니다. 디씨 파생 사이트이니 1) 반말 기본 2) 익명성을 중요시 3) 남성 위주 4) 게시판이 아닌 갤러리라는 명칭 사용 등의 유전자를 이어받았습니다. 워낙 FM 시리즈가 매니아들에게 인기 있는 게임이다보니 초창기부터 사이트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사용자들이 열심히 활동하는 사이트였습니다. 하지만 축구 관련 사이트다보니 파생 효과가 엄청났고 점점 성장하게 됩니다. 축구게임 사이트->해외/국내 축구 소식 공유->종합 축구사이트->종합커뮤니티로 성장하는 경로를 타게 됐고, 어쩌면 지금은 FM 게임 유저보다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이 더 많을 거라고 추측합니다.
어느 사이트나 그렇듯 펨코에도 등급제가 있습니다. 포인트(잉여력)도 있고요. 사이트 활성도를 올리고 사용자간 신뢰도 구축에 도움이 되는 제도입니다. 과거 유명했던 스르륵 역시 레벨제도가 있고, 지금 다모앙에도 포인트와 레벨제도가 있습니다. 이건 어디에나 있는 것인데, 펨코의 레벨제도는 초창기부터 조금은 남달랐습니다. 디씨의 자식임을 드러내는 아이콘 때문이었죠. (https://www.fmkorea.com/best/5890785756)

펨코 등급제는 재밌게도 디씨 아햏햏 시절의 필수요소인 개죽이를 이용해서 아이콘을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다른 강아지 종류를 붙이다가 그 위로는 개와 유사하게 보일 백곰의 사진을 이용해서 상위등급을 만들었죠. 제가 한창 FM을 하던 2010년대 초반까지는 망곰(망토 단 곰)까지만 봤는데 오늘 찾아보니 배망곰같은 등급도 새로 생겼더군요. 사이트 연식이 오래되다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펨코의 레벨제도는 이렇게 게시판에서 이용자 아이디 옆에 바로 아이콘이 붙어있습니다. 사용자가 누구인지 몰라도 딱 보면 이 사람의 개략적인 포인트와 레벨을 짐작할 수 있는 시스템인거죠. 펨코에서 레벨은 일종의 지위상징입니다. 열심히 활동한 헤비 유저에게 부여되는 딱지/완장 같은 것이라고 봐도 됩니다.
하지만 이걸 역전할 수 있는 제도가 바로 잉토제도입니다. 잉토는 잉여력 토토의 줄임말입니다. 디씨의 자식답게 활동포인트의 명칭을 잉여력으로 했던 것이고, 이 잉여력의 상하관계를 단숨에 역전시킬 수 있는 것이 잉토였습니다. 그런데 펨코 게시판을 들여다보면 이상한 말이 가끔 보입니다. '뽀찌 좀' 혹은 '포찌 좀'이라는 댓글이 달리는 겁니다. 저도 처음엔 이게 뭔지 몰랐습니다만 이건 잉여력을 선물해달라는 말입니다.

처음 이걸 알았을 때 왜 잉여력을 선물하는 시스템이 있고 구걸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단순히 잉여력과 레벨 지위상징만으론 설명하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 너머에는 실질적인 이득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실질적 이득이란 소위 '빠른 버스 갤러리'라고 불리던 토렌트 자료 공유 게시판 이용권한이었습니다. (참고로 현재는 폐쇄되어 없어졌습니다. 게시판 운영회원이 스스로 저작권 신고를 하고 자폭했었거든요.) 제가 기억하기로 소위 빠버갤을 이용하려면 최소 5400포인트를 쌓아야 합니다. 아이콘으로 말하자면 개벽이를 넘어 개죽이가 돼야 이용할 수 있는 갤러리였습니다. 이 빠버갤의 성격은 아래 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방송사 영상부터 영화, 음원, 게임 등을 거쳐 소위 야한 동영상까지 공유되면서 불법과 탈법을 넘나들던 갤러리가 빠버갤이란 장소였습니다. 이제 막 사이트에 가입한 신규회원이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빠버갤의 소식을 들었을 때, 이 잉여력이란 시스템은 단순한 지위상징을 넘어서 실질적으로 이익이 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다른 사이트에서 이 빠버갤의 존재에 대해서 공유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중간 정리를 해 봅시다.
1. 펨코의 잉여력과 레벨제 시스템은 지위 상징으로 활용된다. (다른 사이트와 유사)
2. 하지만 이를 넘어서는 실질적 이득을 취하는 것이 있었다. (빠버갤 자료 공유 게시판 이용권한)
3. 이득을 빠르게 취하는 방법은 구걸하는 것이었다. ("포찌 좀..."의 탄생)
이런 구걸 댓글이 얼마나 흔했냐하면 지금도 펨코의 쪽지 시스템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무성의한 댓글 알림을 꺼두는 편의 기능입니다. 여기에 "와드(ㅇㄷ)" 등의 목록에 "포찌좀"이란 키워드가 있습니다. 그만큼 잉여력 구걸이 흔했고, 잉여력을 선물하는 것 역시 과거부터 꽤나 빈번했단 뜻으로 봐도 될 겁니다.

하지만 이런 구차한(?) 포인트 구걸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이 생겼습니다. 그게 잉토였습니다. 어느 순간인가부터 잉토로 잉여력을 모두 날렸다거나 알등이에서 갑자기 백곰이 됐다거나 같은 게시글이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잉토의 시작이었죠. 그럼 오늘 캡쳐한 잉토의 현 주소를 한번 볼까요.

잉토의 정식 이름은 잉여력놀이터입니다. 일단 이 '놀이터'라는 명칭부터 재밌습니다. 흔히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자기 사이트를 일컬어 놀이터라고 한다는 걸 감안하면요. 그 다음으로 이 잉토 게시판의 접근성부터 봅시다. 커뮤니티 탭에서 두번째에 위치해 있습니다. 제가 판단하기엔 아주 중요도가 높은 게시판으로 보입니다. 제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펨코의 패션갤러리(패갤)의 위치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이 남녀갈등 혹은 남혐 대 여혐 구도로 가기 전에는 펨코에도 여자를 만나고 싶어하는 유저들이 많았고, 그들이 많은 도움을 받던 게 패갤이었습니다. 패갤은 단순히 패션 정보 공유, 조언을 넘어서 여자를 어떻게 만나고 관계를 만들어가는지에 대한 조언과 질문이 오가던 게시판이었습니다. 2010년대 초반까지 꽤나 중요도가 높았던 게시판입니다. 그런 전통의 공간 바로 밑에 위치할 정도로 잉토 게시판은 접근성이 좋고 중요도가 높은 게시판으로 보입니다.
그 다음으론 현재 단판으로 포인트를 걸 수 있는 경기(?) 목록을 살펴봅시다. 흔히 볼 수 있는 메이저리그부터 유에파 네이션스리그, 여자 국제배구, 롤랑가로스 테니스 대회 등등 인기와 비인기 종목을 가리지 않고 나열되어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여자 경기까지 있네요. 펨코인데도 말이죠. 그럼 이 단판 잉토는 어떤 시스템을 가지고 있나 하나 예시로 클릭해봤습니다.

정말로 흔히 볼 수 있는 스포츠 도박의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기본 세팅된 베팅금액은 100포인트이고 제한은 없습니다. 가장 놀랐던 점은 수수료도 걷는 시스템이란 겁니다. 이 수수료가 어떻게 배분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게시판을 담당하는 회원들에게 가지 않을까 하는 추측만 해봅니다.
이 스포츠 도박과 유사한 잉토가 문제인 것은 현재 10대 문제 중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스마트폰을 이용한 불법 도박(스포츠 도박 포함)입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40424149351004
경찰이 청소년이 연루된 사이버도박을 집중 단속한 결과 6개월 만에 1천명 넘는 청소년이 적발됐다. 이 중에는 초등학생도 2명 포함됐고 10대가 조직 총책을 맡아 도박 서버를 직접 개설·운영한 경우도 있었다. 청소년 도박 문제가 사회적으로 심각하다는 우려가 나온다...(중략)...청소년 도박 유형은 바카라(434명·41.9%)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스포츠도박(205명·19.8%), 카지노(177명·17.1%), 파워볼·슬롯머신(152명·14.7%), 캐주얼게임(67명·6.5%)이 뒤를 이었다.
잉토 시스템은 10대에게 스포츠 도박에 대한 저항감 혹은 장벽을 낮춰주고 거부감을 줄여주는 게이트가 될 수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젊은 남자들이 많이 쓴다고 홍보 아닌 홍보를 받고 펨코로 건너간 어린 10대 남학생이 잉토가 주는 도파민의 재미를 알게 되면 어쩌면 실제 스포츠 도박에 대한 저항마저도 무력화시킬 수 있을 겁니다.
여기에 황희두 이사가 제기했던 문제와 같이 실제 잉여력이 현금으로 교환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면, 잉토는 그 자체로 사이버 빠찡코라고 봐도 무방한 게시판입니다. 일본의 빠찡코가 비불법의 영역에서 교묘하게 운영되는 것처럼, 펨코의 잉토도 사이트 운영 측은 재미를 위한 하나의 시스템일 뿐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잉여력이 현금으로 교환될 수 있고 실제로 거래된다는 점에서 보면 이러한 비판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제가 확인해 본 결과 여전히 잉여력 선물 시스템이 존재하고, 잉토 역시 그대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사안은 아직 정식 뉴스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여러 커뮤니티에서 공론화되고 있습니다. 꽤나 민감하게 펨코 운영문제에 반응하는 펨코 운영진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그럼 이제 긴 글을 정리해보겠습니다. 펨코에서 잉여력과 잉토는 사이트 활성화에 기여하는 큰 축입니다.
1. 잉여력과 레벨제도는 지위 상징으로 활용됨
2. 잉여력은 과거엔 실질적 이득을 가져다주는 도구였음
3. 회원들에게 포인트를 획득하고 자랑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였고, 이를 구걸하기도 했음. 포인트 뿌리기도 자주 발생.
4. 이를 일거에 역전시킬 수 있는 제도가 잉여력 토토
5. 현금으로 환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 도박으로 분류될 수 있는 문제가 있음. 하지만 현재 펨코 운영진은 방치 중.
펨코에서 어떻게 반응하나 지켜봐야 합니다. 특히나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다른 사이트의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모(시스템 모니터)'는 어떻게 나올까 궁금하네요. 과거 클리앙에 펨코 운영자에 관한 글을 올렸다가 삭제된 적이 있는데, 한번 보고 싶습니다. 펨코 운영에 관한 건으로 조사 받는 모습 말이죠.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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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막여우
25.06.05 · 223.♡.248.191
- 수
수필
→ 사막여우 작성자
25.06.05 · 172.♡.235.148
펨코의 원래 운영자였던 펨신2는 이름까지 알려진 사람이었습니다. 근데 어느 날 펨신2가 사라지고 나타난 시모는 정체가 누구인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짐작하는 사람이 있긴 한데, 그 사람은 꽤나 열심히 자기 이름을 구글링해서 자기 관련 글이 나오면 지우더라구요. -
사사막여우
→ 수필
25.06.05 · 223.♡.248.191
커뮤니티 운영자가 실명으로 책임감 있게 운영하다
고소고발 몇개 받고 수사받다보면 팔아버리죠.
새로운 '익명의 운영자'는 '특별한 이유'를 갖고
커뮤니티를 구매하는 것이겠죠. -
TTKoma
25.06.05 · 112.♡.135.116
유료 분석기사 같네요 ㄷㄷ -
고고약상자
25.06.05 · 192.♡.86.236
포인트를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군요. - T
TallFescue
25.06.05 · 97.♡.165.219
결말은 스포츠토토 사이트랑 흡사하군요 -
잔잔디
25.06.05 · 175.♡.152.175
일베성향가진놈들이 계급제 부활을 원하는데 딱 그거네요 -
니니니스
25.06.05 · 182.♡.63.44
정확히 알고계시군요 에펨의신2까지..
저도 빠른버스로 잉여력 좀 벌었습니다 -
동동동동대문을열어라
25.06.05 · 115.♡.59.108
그 시절 꽤나 깊숙이 활동하셨던것 같군요....저도 기억이 새록새록ㅎㅎㅎ - R
rymerace
25.06.05 · 115.♡.71.196
너무나도 소중한 글 감사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봐야할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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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인 곳은 '특별한 목적'이 있거나
돈 벌 목적인거라고 봐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