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캣 (218.♡.223.19)
2025년 6월 13일 PM 10:39 · 수정됨(06. 14. 07:15)
안녕하세요.
때때로 기분 좋은 일이 있으면
자랑삼아 게시판에 글쓰는 것을 즐기는
흔한 대한민국 로스쿨 출신 변호사 1인입니다.
이번 주에는 좋은 일들도 꽤 있어,
자랑삼아 글을 하나 써야겠다 생각도 하고 있었습니다만,
네, 저는 잘난척이 하고 싶어 변호사가 된 사람이니까요...
그 외에도 평소에 꼭 한번 이야기해야겠다 싶었던 내용을
써 볼까 하는 마음에 늦은 시간 키보드를 들었습니다.
종종 하는 이야기지만 업무상 경험에 따른,
온전히 제 개인적인 생각이며,
모든 사안에 완벽하게 적용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고려해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당신들은 왜 패소할까요 - 소명의 기술
이번 주는 조금 비슷하고 흥미로운 판결이 두 건 있었습니다.
행정소송 한 건과 교원소청 한 건이였죠.
결론만 먼저 이야기하자면
두 건 다 승소했습니다. 완벽하게.
비슷하고 흥미로운 판결이라는 이유는
일단 사건의 내용도 좀 비슷한 면이 있었지만
두 건 모두 당사자들이 각 사건에 대해 초기에 엄청나게
잘못된 대응을 하고 있었던 사안이었다는 점입니다.
그 덕분에 초기, 그리고 사건이 한참 무르익은 중반 이후까지도
의뢰인들을 엄청나게 어르고 달래고, 설득하고 심지어 혼내기까지도
해야 했었습니다.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하고, 실제로 종종 하는 일이지만
의뢰인들을 혼내고 설득하는 건 저도 많이 지치는 일이기 때문에
별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필요하면 해야죠.
어쨌든 결국 두 사건 모두 제가 이야기한 딱 그대로 결과가 나왔습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두 사건 다 의뢰인들이 잘못했던 점들을 간단하게 정리해보자면
1. 규정에 대해 정확하게 분석하지 않고 대응했다.
2. 팩트로 증명된 사실관계가 아니라, 개인의 기억에 의존해서 사실관계를 확정하려고 노력했다.
3. 자신의 생각이나 기준이 보편타당한 사회적 합의가 있는 기준인것처럼 논리를 구성했다.
4. 억울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감정적으로 대응했다.
5. 조급한 마음으로 최대한 빠르게 결정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했다.
여러가지 더 있고, 실질적인 차이도 있겠지만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저런 정도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저런것들은 패소하는 여러분이 흔히들 하는 실수입니다.
징계뿐 아니라 소송 등 기타 여러 절차에서 손해를 보는 여러분들이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는 실수들이죠.
간단하게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1. 규정에 대해 정확하게 분석하지 않고 대응
여러 기관에서 무료상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제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 중 하나가 관련규정에 대해
내담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쉽게 설명하는겁니다.
변호사가 있다면 완벽한 규정을 이해하지 못해도, 변호사를 통해 대응이 가능하겠지만
무료상담을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변호사 선임을 안하거나, 못하는 분들이기에
계속해서 법률적 도움을 받을 수 없다면, 적어도 규정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서
대응해야 최소한의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한참 규정을 설명하다 보면 정말 자주 들리는 말이 있습니다.
"아니 변호사님 그건 알겠는데, 제가 말이죠... 제 상황이 말이죠..."
규정에 대해 이해하고 알려고 들기보다, 내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더 중요한 분들이 많습니다.
이해는 됩니다. 억울하고, 답답하고, 속상하시겠죠.
그래서 내 말을 좀 들어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을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들어주는 게 여러분에게 감정적인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실질적인, 법적인 도움은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대한민국은 회사든, 공공기관이든, 심지어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커뮤니티만 해도
다 규정이 있고, 그 규정에 의거해서 징계가 이루어집니다. 징계 뿐 아니라 형사처벌이나
민사소송도 결국은 다 정해진 법에 따라 판단이 이루어지는거예요.
그렇다면, 특정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나에게 적용되고 있는 '규정'을 정확하게 체크하고 이해하는겁니다.
그리고 그 이해라는 것은 '내 나름대로 하는 이해' 가 아닙니다.
규정을 적용하는 기관이 어떤 기준에서 판단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게 법원이라면 판례나 입법례, 회사라면 징계사례,
커뮤니티라면 규정에 대한 설명이나 다른 징계사례 등이
그 기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겁니다.
그에 대한 이해와 분석이 선행되지 않고, 내 사건에 대해 대응한다는건
"그냥 아무것도 모르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해보겠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손해를 보겠다는 적극적인 선언과 다를 바 없죠.
2. 팩트로 증명된 사실관계가 아니라, 개인의 기억에 의존해서 사실관계를 확정하려고 노력했다.
3. 자신의 생각이나 기준이 보편타당한 사회적 합의가 있는 기준인것처럼 논리를 구성했다.
2번과 3번은 함께 이야기해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1번을 쓰고 나니 분량이 무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이걸 나눠쓰기에는 흐름이 너무 끊길 것 같아서요.)
의뢰인들이나 상담자들 입에서 나오는 말 중에 듣고 싶지 않은 말이 여럿 있습니다만
그 중 몇개 골라보면 '원래', '다들' 류의 단어와 '100%' 류의 단어입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자신의 기억과 실제 사실관계를 혼동합니다.
제가 너무 좋게 돌려말했나요. 정확하게 말해보겠습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합니다. 아무런 죄의식 없이 말이죠.
심지어 스스로도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모를때도 많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사은품으로 배송된 물건을 개인적인 선물이었다고
허위사실을 말하기도 하고, 내 머릿속에 있는 기준이 마치 누구다 다 납득하는
기준이었던것처럼 말하기도 하죠.
아마도 조금 더 유리하게 이야기하고자 하는 본능이나,
자신의 잘못을 감추고자 하는 본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일을 하다보면 사람을 믿지 못하는 직업병이 생긴다는 이야기도 종종 합니다.
문제는 그렇게 남을 속이고, 자신을 속이고, 세상을 속이는게
공식적인 절차에서 대부분은 금방 들통나버린다는겁니다.
생각보다 철저하게 거짓말을 할 능력이 되는 사람은 몇 없어요.
물건을 팔지 않았다는 거짓말은, 제보로 금방 밝혀지고,
내 기준이 보편타당한 사회적 기준과 동일하다는 거짓말은
근거가 없기 때문에 거짓이라는 점이 밝혀집니다. 정확하게는 무시당하죠.
(그건 니 생각이고~)
조금 더 유리해보자고 슬쩍 사실관계를 바꿔 말하는것들은
생각보다 금방 들통나고 맙니다.
그러다보니, 그렇게 논리를 구성하면, 결국 내가 한 거짓말이 내 발목을 잡습니다.
내 멱살을 잡죠. 내 거짓말 때문에 내 말이 앞뒤가 안맞게 되거나
내 개인적인 기준을 보편적인 기준인것처럼 이야기했지만 그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나타나거나 혹은 기준 자체가 근거없는 이야기가 되어버리면 마찬가지로
평가자는 그 기준자체를 무시해버리죠.
문제는 그럼 그 기준에 의거해서 한 나의 항변도 무시당할수밖에 없다는겁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 "사실에 부합해서, 내 기준이 아닌 진짜 사회적 기준에 의거해서"
논리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흔히 하는 실수들이 그런겁니다. 예를 들어 특정 단체가 사회적으로 멸시받는 단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근거가 존재할 수 있을까요.
뭐 물론 몇몇 단체는 근거가 있을수도 있습니다. 매우 이례적이지만요.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습니다. 특정 정당에 대해 저도 사회적으로 멸시받는 정당이라고
말하고 싶고 특정 정치인에 대해 저도 사회적으로 멸시받는 인간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내 의견이죠.
그 의견을 기준으로 논리를 구성하면, 지는겁니다.
그 정치인은 사회적으로 멸시받아 마땅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으니
나도 멸시해도 규정에 위반되지 않습니다. 라는 주장은 인정되기가 매우 어렵다는거죠.
누군가는 그를 지지하고 있을테니까요.
4. 억울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감정적으로 대응했다.
5. 조급한 마음으로 최대한 빠르게 결정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했다.
이제 진짜로 짧고 간단하게 끝내겠습니다.
여러분 억울한 것 압니다. 너무 잘 알아요.
그런데, 억울하다고 제발 무례하게 굴지 마세요.
놀랍게도 억울하다고 무례하게 구는 사람들이 세상에 너무나 많습니다.
판사는, 검사는, 인사위원은, 기타 여러분의 행동을 판단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여러분이 무례하다고 해서 여러분에게 호의적으로 대해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무례에 대해 응당하는 대가를 치르게 만들죠. 대개는.
그리고 그 무례함은 안타깝게도 다른 어떤 논리보다도 강력하게
여러분의 주장에 담긴 가치를 훼손시킵니다.
달을 보라고 하는데 왜 손가락만 보냐구요?
아니 중지손가락 하나만 딱 세워서 당당하게 달을 향해 들면
달이 보이겠습니까.
나는 무례하지 않았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을겁니다.
그런데 정해진 절차에서 절차에 제대로 따르지 않는것도 때로는 무례할 수 있고
감정적인 대응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무례한 언행이 나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는겁니다.
감정적으로 대응해서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정말 단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는 모대통령의 탄핵절차에서 무례한 변호인을 직접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태도가 대통령에게 1g이라도 긍정적인 작용을 했을까요.
제가 지금까지 쓴 이 모든 이야기들은
제 사건과 관련하여 하고 싶었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지난 몇 달 간
[다모앙의 소명게시판]에 적힌 몇몇 글들을 보면서
생각한 점들이 포함된 이야기들입니다.
소명게시판을 읽어보면, 참 속터지는 일들이 많습니다.
왜 그렇게 클리앙을 언급하는지, 왜들 그렇게 자신의 기준을 말하는지
왜들 그렇게 다모앙의 규정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왜들 그렇게 떠나겠다면서 잘되나 두고보자고 하는지 모르겠고
왜들 그렇게 나를 징계했으니 여기도 2찍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악법도 법이라는 근거 애매한 이야기를 하기보다
규정이 있다면 우리는 그 규정을 지키겠다고 약속하고 활동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규정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면, 그 규정을 어기기 전에 그에 대해 논의를 해야
명분이 그나마 생깁니다. 내가 잘못해놓고 규정이 잘못된거다. 라고 말하면
아무래도 명분이 좀 아쉽게 되겠죠.
그리고, 예의를 지키지 않는 글에는 누구도 공감할 수 없습니다.
다소 억울하더라도, 아니 많이 억울하더라도
오히려 억울할수록, 규정을 이해하고 차분하게 예의를 지켜서
근거에 기반해서 대응해야 합니다.
그래야 이길 수 있어요. 그리고, 그렇게 검토하다가 사실은 내가 잘못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경우도 많을겁니다.
다모앙이나 재판이나 다 비슷합니다.
부디 실수하지 맙시다.
깜빡하고 제일 중요한 걸 놓쳐서 추가합니다.
제 텍스트는 여러분의 추천을 먹고 자라납니다.
좋댓구알 부탁드립...
댓글 (20)
-
미미니캣
작성자
25.06.13 · 218.♡.223.19
죄송합니다. 진짜 기네요... -
크크렙스
→ 미니캣
25.06.13 · 221.♡.155.195
마음 같아선 저 분량의 3배를 써달라고 하고 싶습니다. ㅋㅋㅋ -
프프리텐더
25.06.13 · 59.♡.11.112
지인의 일로 재판정을 구경 겸해서 몇 차례 가본 적이 있습니다.
'쎈척'하는 분들은 대부분이 아니라 거의 모두 패소하던데, 그분들 공통점이 결과가 그리 나도 반성은 없고 변호사 탓과 남 탓이더군요.
다모앙 소명게시판도 마찬가지고요. -
설설중매
→ 프리텐더
25.06.13 · 211.♡.2.238
역지사지라는 걸 평생 안해본 사람들입니다 ㅎ
[https://s3.damoang.net/data/editor/2506/comment_3554280174_fu894t3Q_93c25f13d844f9052c6924d9982aff3f12b673d6.jpg] - 마
마가꼈다
25.06.13 · 116.♡.240.130
감사합니다. 항상 좋은글 잘 읽고 닜습니다 -
IistD어토
25.06.13 · 49.♡.48.40
정독해서 읽었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었습니다. - 문
문산포종
25.06.13 · 112.♡.141.125
회사에서 법규, 규정 관련 업무 하다보면 "규정상 가능한가?" 를 물어보면서 요건 충족 여부를 설명하기보다는 "내가 이걸 왜 하고싶은지"만 잔뜩 설명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납니다.
그리고 법정 드라마를 많이본건지 역전재판에 감동받은건지 막 법정에서 싸움닭처럼 굴면 일잘하고 유능한 변호사인줄 아는 사람들도 있더라구요. -
미미니캣
→ 문산포종 작성자
25.06.14 · 218.♡.223.19
그래서 당사자들 출석하면 변호사들이 오버해야 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하죠.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
코코미
25.06.13 · 183.♡.150.137
다시한번 댓글 답니다만, 지난번 조언 덕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마 진심어린 조언 아니었으면 전 대비도 못했을 겁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마 여기서 의사 말고 다른 의미로 사람을 가장 많이 살린 분일 겁니다. -
미미니캣
→ 코미 작성자
25.06.14 · 218.♡.223.19
아이고 감사합니다 (_ _)
제가 아주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다면 너무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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