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yj (121.♡.131.177)
2025년 6월 19일 PM 10:02 · 수정됨(22:57)
첫 글을 쓰는데 좀 무겁고 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조리있게 말을 써야할지 모르겠지만 그냥 주저리 써봅니다.
이전까지는 검찰의 기소권이 무슨 상관인가 하였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정말 검사 한 사람에게 많은 권력을 주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2년 전, 저의 장인어른께서는 한 농장에서 오폐수 정화 일을 맡아서 하시던 중 갑작스럽게 돌아가셨습니다. 처음엔 단순 지병으로 여겼으나, 경찰은 급성 가스 중독 가능성을 제기하며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장인어른께서는 생전에 악취와 눈 따가움 등 지속적인 유해가스 노출 증상을 호소하셨고, 몸이 말라가는 모습에 걱정이 컸습니다. 통화 기록에는 장인어른께서 사장에게 작업 환경의 어려움을 반복적으로 이야기했고, 사장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었음이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가장 안타까운 것은 곧 환풍기를 설치하면 괜찮아질거라 하시면서 저희와 헤어지시고 2주 뒤 다시는 뵐 수 없게 되었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장인어른이 사망하시기 전날 사장과의 통화내역에서 밝혀졌습니다. 악취 민원 때문에 매일 열어두던 문을 닫으라는 사장의 지시가 있었고, 심지어 "다른 사람들은 위험하니 장인어른만 들어가라"는 지시까지 있었습니다. 현장에 먼저 도착한 수사관은 가스가 너무 심해 진입조차 어려웠다고 합니다. 하지만 장비를 가지러 잠시 돌아갔다 왔을 때, 모든 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환기가 진행 중이었다고 합니다. 이는 증거 은폐 시도가 아니었는지 강한 의심을 품게 하는 대목입니다. 국과수 부검에서 가스가 검출되지 않았지만, 급성 황화수소 중독의 경우 체내에서 검출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는 수사관의 설명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조사를 마치고 검찰로 넘어간 사건은 그러나 5개월 동안 지연되었고, 담당 검사도 두 번이나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 선거 한주전, 저희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 통보를 받았습니다. 해당 사건을 처리한 곳은 이전 대통령으로 유명한 검찰청 휘하 지청이었습니다.
검사에게 직접 전화해보니, 불기소의 유일한 이유는 "가스 미검출"이었습니다. 더욱 기가 막혔던 것은 처리 내역에 저희가 제출한 수많은 증거 자료는 단 하나도 첨부되어 있지 않고, 수사관이 제기한 문제나 현장을 오염시킨 보고 내용도 첨부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상대방 측에서 제시한, 신빙성조차 없는 '안전교육 수료'을 하였다는 내용이나 사장의 아들 두 명의 증언만이 첨부되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저희가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자, 검사는 그저 "할 것이 없으니 항소하라"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사건은 인지수사였기에 항소조차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남은 방법은 헌법소원뿐이라는데, 그마저도 성공 확률이 극히 희박하다고 합니다. 결국 장인어른의 사망에 명백한 책임이 있고 증거를 은폐하려 한 정황까지 있는 회사 측은, 검사 한 사람의 보고서 한 줄로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게 되었습니다. 연 매출 150억 원이 넘는 회사임에도 직원 수가 적고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기간에 해당하지 않아 법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현실은 저희를 더욱 좌절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엄청난 억울함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투표를 독려했습니다. 저희 가족은 이 슬픔과 억울함을 평생 가슴에 품고 살 수밖에 없겠지만, 더 이상 검사의 말 한마디로 한 가정이 파멸로 내몰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을 겪으며 검찰의 막강한 기소권이 얼마나 많은 권력을 검사 한 사람에게 부여하는지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검찰개혁은 단순히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것을 넘어,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필수적인 과제입니다. 저희 가족이 겪은 비극이 앞으로 다른 이들에게 반복되지 않도록, 부디 검찰개혁이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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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mm3
25.06.19 · 121.♡.45.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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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레베카미니
25.06.19 · 221.♡.25.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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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uthere
25.06.19 · 112.♡.218.22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셨을까요 ㅠ 이재명 정부가 산재에 관해서만큼은 처음부터 분명한 시그널을 주고 있으니, 가족분들이 겪으신 아픔이 반복되지 않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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