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입대와 관련한 두번째 놀라운 이야기.
met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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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24일 PM 03:27 · 수정됨(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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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년 전 이야기입니다.

예비군 훈련으로 공군 진주교육사에 가서 오랜만에 군 동기들을 만나 이야기꽃을 피웠던 때였습니다.

예전에 김해 비행장에서 예보관으로 근무했던 한 동기는 그 전에 사천 비행장에서 교관으로 근무했었습니다. 조종학생들에게 기상관련 교육을 맡았었죠. 그러면서 그 당시 한가지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지금도 생각해보면 그 이야기의 주인공과 주변인들이 과연 누굴까 싶은 궁금함이 있는 내용입니다.


당시 사천 비행장에 제 동기의 후배기수로 해외유학파 장교가 한 명 왔답니다. 공군 학사장교들의 학력수준이 타군에 비해 좀 높은 건 주지의 사실이지만 그 후배장교는 좀 특이한 케이스였다고 합니다. 교관 중에 하나가 그 친구에게 출신학교에 대해 물어봤더니 미국에 있는 *** 칼리지라고 했다는데, 그 때 제 동기가 웃으면서 유니버시티도 아니고 칼리지? 농담하냐 이러면서 한마디 하려는데 옆에 있던 동료가 갑자기 제지하면서 그 *** 칼리지가 전 세계에서도 탑이라고 해서 놀랐다고 합니다.


여하튼 그 후배교관은 여러모로 특이했는데 특히 생활태도가 매우 규칙적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특이함이 도가 지나쳤다는데 예를 들어 출퇴근 시간.

군대는 8시 출근 17시 퇴근인데 이 친구는 늘 8시 30분에 출근했다고 합니다. 군은 규율로 움직이는 곳이기에 그런 행동은 당연히 문제였으나 교관들끼리 쉬쉬했는 모양이었습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어느 하루는 다른 교관이 퇴근 후 돌아와보니 자기 BOQ 룸에 그 친구가 들어와 있었고 혼자 TV로 내셔널지오그래픽을 보고 있더랍니다. 너무 황당해하며 뭐냐 하고 물어보니 자기 방이 잠겨버렸는데 자기는 그 시간이면 저 케이블 방송을 봐야하기 때문에 열려있는 방에 들어와 보고 있는거라며 아무렇지 않은 듯 계속 보고 있었다는군요. 그 외에도 여러 기이한 행동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쯤되니 장교들 특히 초급장교들 사이에서 문제가 좀 커지고 있었습니다. 생활습관에 대해 예를 더 들어보자면 늘 아침 6시에 칼같이 기상해서 6시 30분까지 샤워한 후, 7시까지 식사를 하고 7시 30분까지는 뉴스와 신문을 보고, 8시까지 근무복을 다듬고 단화를 닦고 뭐 이런 것을 마친후 8시에야 숙소를 나와 8시 30분에 교관실 출근한다고 하더군요.

아무튼 이런 규칙적이지만 특이한 생활태도로 인해 사고 칠 것 같기도 했으나 여전히 큰 문제는 아니라 여긴 교관들끼리는 오히려 그 친구를 골탕먹이고자 했었습니다. 아마도 그 때가 2000년 전후 였으므로 당시는 토요일 오전까지 근무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조종학생들이 한 주간 교육에 대해 토요일 오전에 시험을 치르고 그걸 교관들이 채점하여 결과를 내면 업무가 끝나는 것이었죠.

대부분의 교관 장교들 집이 사천이 아닌 관계로 거의 다 퇴근과 동시에 사천비행장에서 여객기를 이용해서 서울 등지로 이동했습니다. 그 점을 이용하여 교관들끼리 그 친구를 소위 엿먹이고자 모든 시험지의 채점을 그에게 몰아줬던 모양입니다. 시간 안에 채점을 다 못할테니 퇴근도 힘들테고 그러면 상경도 못하고 주말을 비행장에서 보내라는 어찌보면 좀 소박한, 그렇지만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당사자에게는 끔찍한 걸 선사해 주려고 했던 것이죠.

그렇게 모범답안과 답안지 뭉치를 주고 시험채점을 몰아주면서 교관들은 그 친구가 끙끙대는 모습을, 또는 다급한 마음에 채점을 잘못해서 가져오면 그걸 가지고 질책하려고 했었습니다. 시험종류도 여럿이고 대상자들도 다수이었을테니 답안의 종류와 갯수가 많았을테구요. 당연히 여러명이서 채점해도 실수가 나올 수 있는게 당연하겠죠.

그런데! 예상보다 훨씬 빨리 그 후배교관은 결과물을 가져왔고, 선배교관들은 저게 대충했구만 하고 답안지를 확인해보았으나 모두 정상적인 채점결과였습니다. 그것도 매우 빠른 시간에. 대체 어떻게 된 건가 하고 의아해하는데 그 채점하는 걸 지켜본 한 교관이 전해준 말은 매우 놀라웠습니다.

그냥 그 후배교관이 모범답안지 쓱 한 번 쳐다 보고는 바로 채점 들어 가는데 그 많은 답들을 한 번에 외어 버리더라는 거 그리고 순식간에 채점 해버리더라는 거죠.

결국 그 친구는 결과에 이상 없음을 확인하고 바로 퇴근 하고 바로 상경했답니다.


이래저래 시간이 지나 동료들에게는 다행히 그 후배장교는 대전 자운대 국방대학으로 전출되어 갔는데 한 동안 잊고 있다가 그 친구가 갑작스럽게 불명예제대를 했다는 소식을 접했답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라는 속담처럼이었을까. 그 친구가 국방대학의 어느 부서에서 상관인 육군대령이 시킨 잡무(백만원 지폐를 은행에 입금해달라 했다던가)에 분노하여 그 돈을 바닥에 내던지며 내가 이런 거 할 위치냐며 따졌고 이에 격분한 육군 대령이 바로 헌병대 불러 항명죄로 영창에 넣었다는 거죠. 사실 그 정도로 불명예제대할 일인가 싶었는데 이후가 놀라운 이야기입니다.


영창에 넣고난 후에도 분이 안 풀린 아마도 장포대였을 육군대령은 뒤끝 작렬하여 어떻게 저런 쓰레기가 군에 장교로 들어올 수 있었냐면서 헌병대에 수사의뢰를 했는 모양인데 충격적인 답을 듣게 됐답니다.


그 후배장교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상태였다는거.


어떻게 그런 상태에 있는 자가 장교 신검을 통과했으며 심지어 교육사에 와서도 한 번 더 신검을 받는데 통과가 가능했을까 싶었습니다.

여기서부터가 더 놀라운데 그 당시 확인해 본 바로는 아마 그 때가 DJ 정권 때인데 그 장교의 부친이 국가 무슨 위원회(안보관련인듯) 위원장인가 하는 직책에 있었고, 또한 모친은 서울에서 아주 유명한 무슨 사설학원의 대표였다고 합니다. 보통 이런 경우면 자녀의 군입대를 어떻게서든 안시키려고 뺵 쓰고 돈 쓰고 하는게 일상이었던 것 같은데 이 부모는 반대로 자신들의 자녀를 군입대 시키려고 도리어 빽을 써서 군 입대 시켰다고 하네요. 이 대체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 싶을텐데 이 무슨 노블리스 오블리제도 아니고 말입니다.


그 때 우리끼리 이야기해보면서 아마도 그 부모들은 그 자녀가 자폐증인 걸 주변에 감추고 정상인처럼 생활하도록 철저히 교육시킨 것 같다는 것으로 추측했었죠. 게다가 그 친구가 지능이 꽤 높았던 모양이므로 특정분야에 대해 교육을 집중하여 미국의 그 유명한 칼리지에도 보내고 말입니다. 그 당시 듣기에는 인류고고학 분야라고 했었던 것 같은데요.

남들은 지 자식 귀해서 가지고 있는 권력과 돈으로 어떻게 해서든 빼내려고 하는데 정반대의 모습을 보니 이걸 뭐라해야 하나 싶었습니다. 왜냐면 분명 의도는 신성한 국민의 의무인 국방의 의무를 치뤄야한다는 뭐 그런 숭고미가 있었던 것으로는 안보이니까요.


갑자기 총리 청문회를 보자니 그 에피소드가 떠올랐습니다. 과연 그 장교와 그 부모들은 누구였을까요? 그 때는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로만 듣고 지나쳤는데 이후에 한 번 검색해볼까도 싶었지만 정보가 좀 띄엄띄엄이라 확인해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아무튼 세상에는 흥미롭고 놀라운 이야기들이 많네요. 인생은 아름다워 + 재밌다입니다.

댓글 (4)

  • 디_엘바토

    디_엘바토 Lv.1

    25.06.24 · 175.♡.11.23

    십 수년 전에 예비군 훈련으로 진주를 가셨다면 음... 106기 이전 기수시겠군요!! 전 후배기수같지만 아닐 수도 있기에 아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읍읍읍!!
  • meteos

    meteos Lv.1 → 디_엘바토 작성자

    25.06.24 · 119.♡.103.242

    97기입니다. ^^
  • 디_엘바토

    디_엘바토 Lv.1 → meteos

    25.06.24 · 175.♡.11.23

    읍읍읍!!!
  • 휘소

    휘소 Lv.1

    25.06.24 · 210.♡.27.154

    상급자들은 이미 알고있었겠군요 ㄷㄷㄷㄷㄷ
    규율을 좀 못지킨들 실력이 좋으면 충분히 가치있는 병력으로 판단했을 것 같습니다.
    학사장교들 중에서도 기상장교쪽 학벌들이 괜찮죠. 일반 병사로 근무했으면 아마 카투사로 빠졌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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