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연가 (172.♡.222.183)
2024년 3월 31일 PM 02:09 · 수정됨(18:27)
저는 전형적인 [글은 거의 안쓰면서 구경만 하는] 사람입니다. (대충 15년간 28개 정도 썼네요 ^^;;)
처음 클리앙 가입을 한 시기는 지금 보니 군대(학사장교)에 있던 2010년이네요.
한창 전역 후를 준비하며 내가 꿈꾸는 삶과 사회에 대해 생각하던. 철은 없었지만 순수한 시절이었습니다.
그 시절 그 곳에 가입을 하고,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글을 통해 알게 되며 참 많은 깨우침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감동적이었던 부분은 [끊임없는 논쟁을 통해 때론 격렬하지만 분명 그 속에 사람에 대한 존중이 있던] 모습들이었습니다. 제가 너무너무 감성적인 사람이고 또 문과 그 자체인 사람이어서 그런지. 이공계 스러움이 이런 거구나 라는 그 느낌이 정말 새롭고 또 신선했고 동시에 배울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곳은 분명 인간에 대한 존중이 바탕이 된 날카로움을 지닌 장소 같았습니다.
15년의 시간(횟수로)동안 저는 결혼을 했고 또 아이가 태어났으며, 40대 중반의 평범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냥 [아재]그자체죠 ^^
그래도 전문직이랍시고 남보다 혜택받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저에게 이 직업을 물려주신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저에게도 참 많은 변화가 있었네요.
1~3월이 가장 바쁜 직업이기에 이제 4월을 맞이하여 해방의 시간을 어떻게 설계할까 하던 참에 [다모앙]으로의 가입과 이글을 쓰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됩니다. 뭐랄까 너무 허탈하고 슬픈 감정이 가득 듭니다.
사실 글쓰기를 너무너무 사랑하는 사람임에도 클리앙에는 글을 거의 쓴 적이 없어요. 지적받을까봐 혹은 괜히 나를 드러내게 될까봐 겁이 났었지요. 유리멘탈이라 혹여 내가 타자를 통해 남에게 상처를 줄까도 걱정되었구요.
하지만 오늘 이 곳에 첫 글은 꼭 남겨야 겠다 싶어 남깁니다. 쫄보라서 정작 그 곳에 남기지를 못함이 부끄럽긴 합니다.
사람은 나이를 먹으며 시간이 쌓인 추억을 동시에 삶의 에너지로 사용하며 살게된다고 생각합니다.
추억은 곧 애정이고 그 순간 내가 그 공간과 시간에 함께 했음을 알려주는 기록이며 역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플랫폼]이라는 단어로 간단히 설명하기엔 그 공간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우리 모두의 것입니다.
그 공간을 단지 운영하기에, 혹은 이름 붙였기에 그 이유만으로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엄청난 착각이 아닐까 합니다. 왜냐하면 그곳을 채운 것은 우리들 하나하나의 소우주가 모인 존재 그 자체이자 전체니까요.
그 공간을 잃어버렸습니다. 내 지난 15년을 채워준 놀이터가 사라졌습니다. 난 그 상실감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 공간을 채워준 존재들에 대하여. (결코 그 공간을 제공해 준 사람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진 않습니다.)
다모앙은 같은 곳이자 또 다른 새로운 곳이라 생각합니다. 이 곳이 부디 저같은 눈팅만 하던 존재에게도 동일한 추억을 함께 쌓아가는 공간이 되어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곳 운영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사실 쉽지않으니까요. 하나하나의 결정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고민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은 무서운 자리입니다. 이미 하셨을 엄청난 고민과, 앞으로 더 하셔야 할 엄청난 무게감에 미리 감사를 드립니다. 이공계 지식이 전혀 없어 돕지 못하고 무임승차함에 또 죄송합니다.
댓글 (16)
-
멋멋질남자
24.03.31 · 162.♡.119.195
어서오세요 -
수수필연가
→ 멋질남자 작성자
24.03.31 · 172.♡.222.153
환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MMoBe
24.03.31 · 141.♡.84.64
비슷한 감정입니다. 그곳에서 많이 받았다는 고마움과 나는 아무 것도 보태준 것이 없다는 미안함.
그래서 이번에는 뭔가 나도 이 공동체를 풍성하게 만드는데 조금의 힘이라도 보태야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기술적으로는 이미 여러 전문가분들이 힘을 보태서 좋은 집을 지어주고 계시니까,
그 안에 온기를 담고 또 풍성한 경험을 채우는 게 글쓰는 자들에게 조금 더 요구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좋은 글들 기다리겠습니다! 응원합니다! -
수수필연가
→ MoBe 작성자
24.03.31 · 172.♡.222.152
항상 하고싶던 봉사같은게 있었는데 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요즘인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
유유정
24.03.31 · 162.♡.118.105
필력이 좋으시네요. 어서오세요~~ -
수수필연가
→ 유정 작성자
24.03.31 · 172.♡.222.152
전혀요 ~ 그냥 글 쓰기를 좋아해요. 감사합니다. ^^ -
슈슈퍼티제
24.03.31 · 162.♡.146.126
반갑습니다. -
수수필연가
→ 슈퍼티제 작성자
24.03.31 · 172.♡.222.153
환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황황무지
24.03.31 · 172.♡.118.175
제 마음도 비슷합니다. -
수수필연가
→ 황무지 작성자
24.03.31 · 172.♡.222.152
대부분 저 같은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해요 ^^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