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경삼림 (58.♡.114.49)
2025년 6월 30일 PM 10:50 · 수정됨(07. 01. 16:55)
오늘은 아버지의 1주기였습니다
어젯밤에 대구에 내려가서 본가에서 하루 자고 가족, 친척들과 아버지 산소에 다녀왔습니다
점심 식사 후 저는 이사 준비 때문에 서울로 바로 올라 왔어요
제 짐을 하나씩 정리 중인데 오늘은 술 차례입니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아버지 댁에서 가져온 담금주가 보이더라구요
21년도에 담아놓으신 건데.. 제가 저걸 먹을수 있을지..
생전에 아버지는 술을 좋아하셨습니다
매일 반주로 드실만큼 술을 좋아하셨는데 제가 기억하는 특이점들이 있습니다
저도 그런 아버지를 닮았고 이제는 그걸로 아버지를 추억하게 되네요
첫번째로 아버지의 취한 모습을 못봤습니다
아버지는 술을 얼마나 마시던 평소와 비슷한 모습이었습니다. 오죽하면 제가 초등학교 때 아버지를 보고 술취한다는 건 술냄새가 나는거다 라고 생각했을 정도니까요.
친구분들과 술한잔 하시면 빵 한보따리(친구분이 제과점 하셔거..) 혹은 치킨을 사오셔서 아버지가 술 자주 마셨으면 좋겠다라고 어린맘에 생각도 했었네요
다음으로 술마신 다음날 숙취가 없습니다
술 드셔도 매일 아침 다섯시반에 일어나셨어요.
저랑 누나랑 자취하는 집에 오신적이 있는데 고기를 먹으며 소맥(합쳐서) 23병을 마셨습니다
다음날이 일요일이기도 해서 저랑 누나는 당연히 늦잠을 잤죠.
아버지가 일곱시 쯤 저희를 깨우며 ‘니들 평소에도 이러고 사냐’시며 저희보고 뭐라하시더라구요 ㅎㅎ
저희는 아빠가 부지런한거다 라고 이야기 했던 기억이 있네요
마지막으로 어릴때부터 저랑 술을 같이 했습니다
저는 부모님 혹은 친척들과 술을 중학생 때부터 마셨습니다
어른들께서는 ‘어른들이랑 술을 마시고 배워야 술버릇이 없다’라는 이유였어요
학생 땐 아버지가 집에서 반주하는 모습이 보기싫어 술을 빨리 먹어 없애려고 옆에서 같이 마셨어요
아버진 술자리가 아닌 집이나 식당서 반주를 하실땐 한병 이상 드시진 않으셨거든요 ㅎㅎ
아버지랑 마지막으로 함께한 술자리가 23년 10월이네요..
애기가 태어나고 한달 쯤 지나 저희 집에 오셔서 같이 한잔 했었습니다
그 후 대구에 내려가신 후 폐암 판정을 받으셨고 1년을 채우지도 못하고 24년 상반기 마지막 날에 운명하셨습니다
이제 아빠랑 술 한잔 못한다는게 참 서글프네요
이럴줄 알았으면 좀 더 자주 찾아뵙고 술자리 가질걸 그랬어요..
이제 아빠가 남긴 술로 아빠를 추억해 봅니다

첨부파일
IMG_6611.jpeg 3.0 MB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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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멀더바래
25.06.30 · 1.♡.10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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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중경삼림
→ 멀더바래 작성자
25.06.30 · 58.♡.114.49
늦었지만 아버님의 명복을 빕니다
제가 부모가 되어보니 부모님의 마음을 미약하게나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기억에 제가 좋은 술친구이자 아들이었으면 좋겠네요 -
부부는바람
25.06.30 · 106.♡.2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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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중경삼림
→ 부는바람 작성자
25.06.30 · 58.♡.114.49
감사합니다 -
비비가오려나
25.06.30 · 14.♡.188.159
한 잔 올립니다. -
중중경삼림
→ 비가오려나 작성자
25.06.30 · 58.♡.114.49
감사합니다. 아버지를 추억하며 술 딱 한잔하고 있습니다 -
들들꽃푸른들
25.06.30 · 59.♡.254.31
미래의 어느 시점에 저 술을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때가 있으실 거에요. 그때 드심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엄마 돌아가신지 20년이 지났는데요, 엄마가 담가놓으신 매실청을 먹지도 치우지도 못하고 10년도 더 넘게 냉장고에 보관만 하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그걸 소화제라고 하셨었거든요. 그러다가 2~3년전쯤, 이제 저걸 버릴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때 치울 수 있었어요.
유리 항아리에 자주색 뚜껑, 지금도 생각이 나요. -
중중경삼림
→ 들꽃푸른들 작성자
25.06.30 · 58.♡.114.49
많은 시간이 흐르면 되겠네요
저 3병 중 한병은 아들이 술을 마시게 되었을 때
마셔야겠어요
사진으로만 기억하는 할아버지를 술로 한 번 기억할 수 있도록요.. -
댈댈러스베이징
25.06.30 · 112.♡.75.21
아버님의 명복을 빌며 속삭이듯 외칩니다.
(제 기준 어릴때 자녀에게 술을 가르치신 아버님, 좋은분) -
중중경삼림
→ 댈러스베이징 작성자
25.06.30 · 58.♡.114.49
ㅎㅎㅎㅎㅎ 덕분이 저도 주사가 없죠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
저와 비슷한 부분도 있고 반대인 부분도 있고.. ㅎㅎ
일찍 술을 접했다는 부분.. 아버지도 술을 좋아하신(어쩌면 술이 약하셧는데 그냥 삶의 고단함을 잃어버리시고자 드신것 같은)..
1년 내내 술에 취하지 않은 날이 몇일 없으셧던..
어릴때 왜 저럴까 했는데.. 돌아가실때 즈음에 술에 의지하여 살아오셧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엊그제가 벌써 3주기였네요.. 시간 참 빠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