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 에 대한 소고
crevasse

Lv.1 crevasse (153.♡.154.36)

2024년 4월 27일 PM 02:36 · 수정됨(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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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나라 일본이야기로 시작해 봅시다. 이 나라는 유치하게 내 편 남 편 가르기를 정말 좋아해서, 어떤 나라에 대한 담론이 나올 때 마다 이 나라는 '반일이다' 혹은 '친일이다' 라는 부연설명이 거의 반드시 뒤따라 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일이죠. 반한? 친한? 그나마 '친한' 이라는 용어가 쓰이는 경우도 무조건적으로 편 드는 사람이 아니라 개인적인 취향(케이팝, 영화 등)을 나타내는 말로서 쓰이는 경우가 많지 않나 싶습니다. 전략적인 이유로 특정 나라를 잘 알아야 한다면 '지한(파)' 라는 용어를 쓰죠. 물론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지일(파)' 라는 용어를 쓰기도 합니다.

정리하자면, 대의명분을 무시하고 그저 감정으로 움직이는 사람/나라/이데올로기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가 '반' 내지 '친'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나라 친박연대라던가 그런 것 처럼 말이죠. 망하면 다 같이 망하고, 더러운 수를 쓰더라도 서로 편 들어주는 그런 개념인거죠.


그런데 재밌는 것은, '친'은 스스로 자칭하는 경우가 많지만 '반'은 타칭이 많다는 점입니다. 상술한 친박연대가 자칭한 경우고, 반일, 반미와 같은 경우가 타칭의 대표적인 경우죠. 헌데 위에서 제가 말씀드렸듯이, 이런 용어를 좋아하는건 그저 감정으로 움직이는 족속들이라는 것이니, '반일' 이 감정적인게 아니라, '반일' 이라는 낙인을 찍은 집단들이 그러한 족속이라는 말이 될 것입니다.

당연하지만 특정 집단의 행적에 대해 비난을 퍼 붓는 것은 그 행적이 잘못되었으니 비난을 하는 것이지 대상 그 자체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죠. 예를 들어 일본의 전쟁범죄라던가, 미국의 박쥐같은 행보(팔레스타인 관련 거부권 행사)라던가 말입니다. 이를 그저 자신의 나라에 대한 반대로 간주한다는 것은, 자신들의 잘못을 숨기고 축소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페미니즘도 마찬가지죠. 이들은 종종 자신들을 비난하는 이들을 '반페미' 라고 언급하고는 하는데, 반페미를 자칭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으니 명백한 타칭입니다. 가끔 서구의 대안우파와 묶어서 이들이 반페미다! 라는 식으로 합리화하고는 하는데, 대안우파도 딱히 스스로 반페미라고 하는건 아니죠. 그리고 현지에서는 페미니즘 비판과 반페미(안티페미니즘)을 구분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그리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는 국내도 마찬가지이죠.

페미니즘은 지금까지의 과오로 인해 그 자체로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페미니즘이라 비난을 받는게 아니라 페미니즘의 과오 때문에 비난을 받는거죠. 헌데 여전히 '반페미'도' 나쁘다' 라는 식의 언급을 목격하는 경우가 있으니, 신기할 따름입니다. 마치 페미니즘 자체는 반대를 받을 가치가 아니라는 옹호로 여겨저서요. (부연 설명하자면, 페미니즘은 남녀 문제를 떠나 성적 소수자에 대한 무자비한 태도로 인해 여전히 태생적인 원죄를 짊어지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페미니즘을 버려야만 진정한 평등을 논할 수 있는거죠.)


글이 길어졌습니다만, 종종 '반'이라는 단어가 여러 매체에서 눈에 띄는데 이에 대한 어색함을 느끼는 것은 저 만이 아닐 것입니다. 상술한 반일, 반미, 반페미의 예시처럼 둘 다 나쁘다는 식의 양비론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매체에서 접하는 용어를 비판적으로 생각해보자는 차원에서 글을 써 봅니다.

댓글 (3)

  • Bcoder™

    Bcoder™ Lv.1

    24.04.27 · 221.♡.162.27

    좋은 글입니닷!{emo:bb.gif:50}
  • ㄷㄷㄷ

    ㄷㄷㄷ Lv.1

    24.04.27 · 125.♡.23.70

    용기있는 글입니다. {emo:b.gif:50}
  • 랭무 Lv.1

    24.04.27 · 221.♡.220.61

    잘 정리해주신듯요
    이런 함정을 이용해 갈라치기 하는 것들이 문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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