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탐사보도를 못하면 질문을 할 수 없는 게 기자입니다
홍성아재

Lv.1 홍성아재 (112.♡.175.67)

2025년 7월 4일 AM 12:10 · 수정됨(08. 08.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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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대통령 기자회견 전체를 보지는 않았어요. 쇼츠만 봤는데 후기에서 기자들 질문이 별로였다는 의견이 많더군요.

제가 보기에 요즘 기자들 자체의 성향, 즉 취재보다는 잿밥에 관심 있는 데서 원인을 찾을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기자들의 작업 방식에 문제가 있기도 합니다.

기자라면 기획기사, 분석기사, 탐사보도를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스트레이트 기사 쓰는 건 굳이 기자 아니어도 요즘 다 합니다. 인공지능이 제일 잘하는 게 스트레이트 기사, 즉 받아쓰기입니다. 인간보다 인공지능이 오히려 낫다고들 하죠.

기획기사, 탐사보도를 하려면 공부를 엄청 해야 합니다. 정부나 지자체 정책을 비판하려면 정말 문서를 샅샅이 뒤져보고 필요하면 정보공개 청구해서 찾아 봐야 하고, 관련 국내외 사례까지 다 뒤진 후 전문가들에게 해법을 물어봐서 기사를 써야 합니다. 탐사보도보다 기획기사가 특히 그런 측면이 있죠.

그런데 우리나라 언론을 보면 이런 기획기사, 분석기사가 별로 없어요. 있어도 수준이 낮을 때가 많아요.  공부의 치열함이 부족하다고 느끼는데 바로 결론을 향해 가죠. 심지어 홍보대행사에 기획기사를 외주 주는 사례도 봤습니다. 뭔가 공부를 해야 질문이 나오잖아요? 질문이 해답의 반이고 기사의 반이기도 합니다. 공부를 안하고 분석을 안하니 기사가 어떻게 나오겠어요?

예전에 외국에서 유명한 IT기업 CEO가 한국에 왔는데 홍보기획사랑 짠 질문 몇 개 뺴고는 질문이 안나오니까 CEO가 더 질문 없냐고 오히려 묻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질문 안하더군요. CEO가 실망해서 피식 웃었어요. 미국 대통령이 한국 왔을 때도 그랬잖아요? 질문 없냐고.

공부를 해야 하는데 술 마시고 사교 하느라 바쁘고, 광고 따러 다니느라 바쁘니 시간이 없는 겁니다. 주변을 보면 기자 자체가 아니라 좀 인연이 되면 기업 홍보부서로 들어가거나 임기제 공무원이 될 수 있는지 묻는 기자들이 있어요. 청와대 행정관 이런 거 얼마나 하고 싶겠어요. 취재보다 광고 달라고 하는 기자들도 엄청 많구요. 기자가 광고 달라고 매달리는데 무슨 취재가 되겠어요? 광고 안주면 무슨무슨 문제점 깐다고 반협박 하는 사람들도 있죠. 그게 진짜 취재해야할 사항인데 흥정거리가 되어버리는 겁니다.

질문을 잘 하려면 청와대와 기자들 사이에 조율이 필요하거나 좋은 기자를 찾아 질문 시키는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언론 환경이 바뀌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질문을 잘하는 기자 찾기가 결코 쉽지 않아요.


댓글 (7)

  • 김작가

    김작가 Lv.1

    25.07.04 · 59.♡.117.89

    기자는 질문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잘 듣고, 잘 정리해서 쓰는 사람이죠.

    관련 공부 필요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듣기만 잘해도 1~2년이면 대충 이해합니다.

    그런데, 기자 중 듣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걸 가르쳤던 기자들은 사라졌기에 대한민국에 '기자'는 더 이상 없는 것 같네요.
  • 홍성아재

    홍성아재 Lv.1 → 김작가 작성자

    25.07.04 · 112.♡.175.67

    잘 들으려면 질문을 잘 해야죠. 질문을 안하는데 인터뷰이가 무슨 말을 해주겠어요? 종교 지도자한테도 뭔가 주워들으려면 질문을 해야 합니다. 설교만 들어서는 깊이 들어가지 못하죠. 저희 은사스님이 항상 말씀하셨죠. 당신에게 질문을 하라고. 듣기만 하지 말고.
  • 김작가

    김작가 Lv.1 → 홍성아재

    25.08.08 · 59.♡.117.89

    질문이 먼저가 아니라 듣는 것부터 시작입니다.

    설교를 하던, 수업을 진행하던, 신제품 발표회를 하던, 홍보를 하던... 듣기(설명)부터 시작하고 질문이 진행됩니다.

    은사스님이 항상 말씀하시는 '듣지만 말고 질문하라'는 것은 질문을 잘하라는 말이 아니라, 생각만 하지 말고 행동하라는 말씀이시겠죠.
  • 폭풍의눈

    폭풍의눈 Lv.1

    25.07.04 · 220.♡.208.227

    온통 기레기 투성이죠
  • 모로코

    모로코 Lv.1

    25.07.04 · 27.♡.211.125

    그 일을 하려고 기자가 된 게 아니라 그 지위를 누리려고 기자가 된 거니까요….뭐 판사, 검사, 의사 다 비슷한 부분이 있겠습니다만, 개중에 가장 전문성이 떨어지는 편이다보니 더 그런 거 같기도 하구요..
  • 매직뮤직

    매직뮤직 Lv.1

    25.07.04 · 115.♡.176.173

    오죽하면 기자나 하고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 사뿐한소리

    사뿐한소리 Lv.1

    25.07.04 · 112.♡.220.66

    매우 공감합니다. 기자라면 세상의 일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게 업인데, 호기심이 없으면 관심을 가질 수 없고, 관심이 없으면 의문을 품을 수 없고, 의문이 없으니 질문도 없고, 결국 사건의 구조와 진실을 들여다 볼 능력을 갖출 수가 없겠죠. 요즘 '기자'라는 사람들은 유시민 선생 말마따나 스스로 그냥 정보유통업자라고 인식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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