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꺾었던 독초
RanomA

Lv.1 RanomA (125.♡.92.52)

2025년 7월 5일 PM 03:38 · 수정됨(21:01)

조회 3,133 공감 0



4월 초에 어머니 모시고 불교 박람회를 갔었는데, 오픈 런 때에는 줄이 너무 길어서 커피나 한 잔 마시고 되돌아 가려고 했어요. 그렇게 커피를 마시는 중에 어머니께서 '야, 네이버 쇼핑몰에 고사리 꺾기 체험이 있네. 1인당 2만 원이면, 난 본전 뽑을 자신이 있는데...' 하시길래 '그럼 가보죠, 뭐...' 했어요.


그래서 전화해보니 4월 중순쯤에 나올 거라고 농장 주인이 그랬다더군요. 그래서 4월 19일 토요일에 방을 잡고 가기로 했어요. 어머니는 '어디 야트막한 산에서 꺾으면 빡세게 꺾어야 본전 뽑겠네...' 하시면서도 모처럼 봄 나들이라 기대에 부푸셨죠.


금요일에 마산 이모집에서 자고, 길을 나섰더니 8시 반쯤에 알려준 장소에 도착했어요. 화개장터 강 건너편이었는데, 체험 시간이 9시 반부터라 주인장이 화개장터 가서 밥이나 먹고 오시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간단하게 재첩국 먹고는 왔더니 9시 반이 넘어버렸네요. 다른 사람들은 이미 올라갔다고 하길래 저희도 서둘러서 가려고 했더니, 주인장이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올라간 뒤따라 가면 별로 못 딸 수도 있으니 태워드릴게요.' 하면서 포터에 태워주시네요.


산 속인가 했더니, 산은 산인데 산비탈의 과수원처럼 층층이 나눠진 곳이었어요. 그리고는 어머니와 저는 신세계를 경험했습니다.


처음에 고사리가 보이자 마자 꺾는데, 이렇게나 많은 고사리는 처음이었어요. 어머니랑 저랑 두 시간 동안 캐다 보니 저만큼의 양이었어요. 사진은 정리한다고 화개장터 근처 펜션에서 찍은 거고요, 집에 와서 삶기 전에 재보니까 12Kg, 삶아서 말리고 나니 1.2Kg 정도 되더군요. 돈으로 치면 10만 원이 훨씬 넘죠.


어머니 말씀처럼 본전을 넘치게 뽑았고, 많은 수확을 했다는 생각에 어찌나 흐뭇하던지요. 창고에 널어놓은 고사리 향이 이렇게나 상큼할 줄도 몰랐고요.


무엇보다 넘치게 있다보니 손이 조금이라도 펴진 건 안꺾고, 오그라진 것들, 그 중에서도 갈색인 것들도 많다보니, 어머니가 고사리 무침을 해주시는데, 이건 뭐 스르륵 녹아 넘어가네요. 질겅질겅 씹히는 게 없어요. ㅎㅎㅎ... 아버지도 맛있다고 칭찬하시고요.


다만... 2시간 동안 허리 펼 새도 없이 숙여서 꺾다 보니 한 4일은 걸을 때마다 곡소리 나더군요. 정말 그런 자세로는 잘 안있고 안쓰던 근육들이라 난리도 아니었어요.


그래도 어머니랑 의기투합해서 내년에도 또 가기로 했습니다. 4월 초에 알람 걸어놓고 문의하기로요. ㅎㅎㅎ...

댓글 (28)

  • 하늘사랑4U

    하늘사랑4U Lv.1

    25.07.05 · 124.♡.104.104

    고생 많이 하셨네요.
    어머님이랑 같이 재미나게 많이 다니세요.
  • RanomA

    RanomA Lv.1 → 하늘사랑4U 작성자

    25.07.05 · 125.♡.92.52

    한 달에 한 번은 관광버스 타시던 분이라 제가 끌려다니고 있...
  • Java

    Java Lv.1

    25.07.05 · 116.♡.70.94

    {emo:damoang-meme-001.gif:200}
    걍 이 짤을 써보고 싶었어요. ㅋㅋ
  • RanomA

    RanomA Lv.1 → Java 작성자

    25.07.05 · 125.♡.92.52

    화개장터에서 남도대교 건너서 서북쪽으로 더 가면 있습니다.
  • FV4030

    FV4030 Lv.1 → RanomA

    25.07.05 · 1.♡.59.48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그 근처에 있나 보네요
  • 부릎뜨니숲이어쓰

    부릎뜨니숲이어쓰 Lv.1

    25.07.05 · 61.♡.66.6

    독초를 맛있게 씹어먹는 한국인들 ㄷㄷㄷ
    고사리 볶음 맛있죠 ㅎㅎ
  • RanomA

    RanomA Lv.1 → 부릎뜨니숲이어쓰 작성자

    25.07.05 · 125.♡.92.52

    츄르릅~~~
  • hunio

    hunio Lv.1

    25.07.05 · 39.♡.230.56

    저도 고사리 잠깐 꺽어봤는데, 눈 앞에 계속 보이기시작하니 정신이 나가서 숲으로 숲으로….
    혼자 하다가는 길 잃기 쉽겠더라고요.
    어머님이랑 재밌으셨겠어요.
  • RanomA

    RanomA Lv.1 → hunio 작성자

    25.07.05 · 125.♡.92.52

    제주도에서 그러다 변을 당하는 분들도 많다고 하더군요. 물리면 마이 아픈 거뜰 나오기 전에 얼른.

    어머니께서 흐뭇한 맘 덕분인지 그날 밤에 구워먹은 고기가 정말 맛있었다고 하시더군요.
  • hunio

    hunio Lv.1

    25.07.05 · 39.♡.230.230

    고사리는 제주도 것이 통통하고 맛있습니다. 제주도에도 행사 있으니 한번 가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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