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eyaArborm (115.♡.148.24)
2025년 7월 6일 AM 11:01 · 수정됨(11:15)
어제 저녁 퇴근하며 양파와 가지, 브로콜리 따위가 들어 제법 무거운 장바구니와 제 가방을 양 어깨에 매고 버스를 탔습니다.
직장과 집이 물리적 거리는 가까운데 서울과 경기도로 행정구역이 다릅니다. 버스로 가려면 2번 갈아타야하죠.
집 근처 정류장에 내려 집으로 가려는데 보니까 제가 어깨에 무거운 장바구니만 매고 있는 겁니다.
가벼운 제 가방, 그렇지만 에어팟 케이스와 업무용 서브폰과 당일 알라딘중고서점에서 읽으려고 산 책이 든 가방이 없더군요. 아이고 이 미친 놈아! 이천원짜리 양파는 꼭 챙기면서 가방은 버렸구나....
물리적인 무게가 얼마나 중요한가, 잠시 생각했습니다.
지도앱으로 내가 탄 버스의 차량번호를 확인하고, 운수회사에 전화를 했지만 주말 밤시간이고 작은 회사라 그런지 전화를 받지 않더군요.
일단 집에 갔습니다. 잠시 고민하다 차를 몰고 차고지로 향했습니다.
나무위키에 나온 차고지는 집에서 가까웠어요. 차로 10분이 안걸리는, 트레이더스 갈 때 자주 지나치는 곳이었습니다.
근데 워낙 넓고 다양한 버스가 대기하는 곳이라 제가 찾는 버스가 대기하는 곳을 찾는데 꽤 걸렸습니다.
마침내 찾았는데, 거기 계신 기사님들이 제가 탄 그 번호의 버스는 이 차고지를 드물게 이용한다.
인근 지하철 역 가까이에 대기하다 회차한다고 알려주시더라요. 그래서 거기로 가보려다가 지도앱을 이용해, 제가 탔던 버스가 운행 중인지 확인했습니다.
조금 전까진 운행을 안하고 있었는데, 보니까 운행을 시작해 근처로 오고 있더라구요!
허겁지겁 버스가 10분 후에 올 정류장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차로 2분 거리의 정류장이었습니다.
10여분 후 반갑게 제가 탄 버스를 다시 만났습니다.
차에 올라 기사님께 양해를 구하고 둘러봤는데, 가방이 없는 게 아닙니까!?
기사님도 회차대기하며 둘러봤는데 가방은 없었다고 합니다. 전화번호를 주면 연락주겠다 합니다.
풀이 죽어 차에서 내렸습니다.
스스로를 욕했습니다. 멍청이! 요즘 일이 잘 안풀려 정신이 나갔나 보다 했습니다.
더 정신차려야할 시기에 이런 멍청한 일을...
문득 제 폰의 '나의 찾기' 기능이 떠오르더군요.
잃어버리자마자 확인했을 땐 장소가 안떴는데 다시 들어가보니 장소가 뜨지 뭡니까!?
아예 무음으로 해서 가방 안쪽에 지퍼로 닫힌 주머니에 있던 업무폰에서 소리가 나게 한 후 전화를 걸었습니다.
첨에 받지 않더군요.
일단 차에 올라 위치를 따라 이동했습니다.
반대방향으로 멀리, 서울 중심으로 이동 중이더라구요.
추격전을 벌이는 심정으로 따라가는데 제 업무폰으로 전화가 옵니다.
당시 업무폰에 분실메시지를 띄우고 연락하도록 나의 찾기에서 설정했거든요.
제가 최초 서울에서 탔던 버스였습니다....
저는 아예 첫 버스에서 가방을 내던지고 왔던 거였습니다.....
기사님이 운행 끝나면 자정이 넘는데, 그 때 차고지 사무실로 오면 찾을 수 있다고 하십니다.
저는 감사를 표하며 내일 아침에 찾아도 되냐고 물었습니다. 된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오늘 아침 일찍 차고지에 들러 무사히 가방을 찾았습니다.
많은 생각이 들게 한 어제 오늘이었습니다.
기술의 발전에 감사하고, 아직 그것을 이용할만큼 늙지 않은 것에 감사하고
가방을 집어가지 않은 우리 사회의 높은 신뢰 자본에 감사하며
앞으로 발전할 기술을 이용하지 못할 만큼 나이듬이 멀지 않았다는 것도 느끼고
사람이 정신을 차리고 살아야 한다는 것도 깨닫는, 참으로 다사다난한 작은 모험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모험을 온전히 느낄만큼 안전한 세상으로 다시 돌아온 것에 기쁨을 느낍니다.
하루 빨리 내란수괴와 잔당, 동조자들이 정리되어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주말 잘 보내세요~~
댓글 (1)
-
JJava
25.07.06 · 116.♡.70.94
다행입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