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운전사 (39.♡.231.58)
2024년 4월 28일 AM 05:06 · 수정됨(04. 30. 02:00)
주말마다 투잡으로 대리운전을 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평소 주말과 좀 다른것이 몇개 있어
일기 대신 다모앙에 적어봅니다.
1. 귀여운 외국인
대리운전 콜을 잡고, 헐레벌떡 서울역 환승센터 4 정거장에 왔습니다.
그런데 외국인 한 명이 아! 하면서 저에게 와서 여기서 광장시장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냐고 영어로 묻네요.
여긴 4 정거장인데 7 정거장으로 가야한다. 7 정거장은 저~~ 끝이다.
라고 서툰 영어와 손짓발짓으로 알려줬습니다.
근데, 지도앱으로 보니 버스 도착까지는 겨우 3분 남짓 남아서
"Hurry up. 3 minutes." 라는 말을 괜시리 덧붙였지 뭡니까.
그랬더니 캐리어를 끌고 헐레벌떡 7 정거장으로 가더라구요.
잘 가나 싶어서 좀 쳐다보고 있는데, 6 정거장쯤에서 뒤를 돌아보더니
팔을 크게 들어 저에게 안녕~ 하듯이 흔들어주더라구요.
잘 알려준거 같아 기분이 좋았는데, 몇걸음 못가 멈칫하더니 다른 분에게 길을 묻고 있더군요..ㅠㅠ
미안합니다ㅠㅠㅠ 지금은 목적지에 잘 들어가셨겠죠?ㅠㅠ
2. 잠만보
출근길 저리가라 싶게 미어터지는 심야버스를 탔는데,
이상하게 내리는 문 바로 뒷자리에 빈 자리가 하나 있는 것 같더군요.
역한 냄새는 안나는걸로봐서 불쾌한 일은 없는거 같은데 왜 비었나 궁금했다가 나중에 보니
덩치큰 잠만보가 핸드폰도, 마스크도 바닥에 떨어지거나 말거나 냅다 자고 있더군요.
덩치가 굉장히 크니 옆에 빈자리에 앉을 수도, 앉고 싶지도 않은 상황이었던 겁니다.
중간에 아주머니가 핸드폰 떨어졌다며 흔들어깨워도 미동도 없더군요.
그런데.. 어느순간 버스가 크게 좌회전을 도니까 이 분이 순간적으로 기울어서
유리창에 머리를 꽝! 하고 크게 찧은거에요.
유리창은 안깼으니 본인이 깨겠거니 하고 모두들 쳐다보았지만, 손으로 머리를 조금 문질문질 하더니 다시 자더군요ㅋㅋ
종점 전에 한산해질때 즈음 저는 내렸는데, 그 분은 못내린건지 안내린건지.. 여전히 자고있었습니다.
그 분도 지금은 목적지에 잘 들어가셨겠죠?ㅠㅠ
3. 3인승 포르쉐
신림역에서 신호대기를 하는데, 저 멀리서 달려오는 포르쉐 카브리올레.
근데 분명 뚜껑을 열었는데 뒤에 뭐가 있는데..?
하면서 보니.. 와 세상에..
뚜껑 넣는 곳 위에.. 한 명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는
왼손으로는 운전석 시트를, 오른손으로는 조수석 시트를 잡고 있더라구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뒤에는 윙이 있어서 그런 기괴한 행동이 가능하긴 했던거 같은데요.
역시 젊은 친구들이 포르쉐를 타는건 늘 궁금증이 남습니다.
오늘의 궁금증은 좀 다르긴 했지만, 그 가부좌 친구도 지금은 목적지에 잘 들어가셨겠죠?ㅠㅠ
4. 무한 재채기
첫차가 다닐때쯤 일을 마무리합니다. 그때쯤이면 거의 다 집에 가니까요.
그게 한 새벽 4시쯤인데, 오늘은 근처에 맥도날드가 있길래 정~~말 오랜만에 들어가서는
키오스크에서 팬케이크를 주문하고 앉았습니다.
근데 20대 초반 정도 될법한 여자분이 주문을 끝내고는,
제가 앉아있는 테이블 맞은편 자리에 냅다 앉는겁니다.
자리가 없어서 그랬나부다 하면서 그냥 스마트폰으로 웹서핑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에췻!을 세 번 합니다. 그러더니 일어나서 휴지를 찾는데.. 휴지도 없고, 점원도 없고..
포기하더니 다시 제 맞은편 자리에 돌아와 앉았는데요.
아니 그 뒤로 재채기를 하는데 입을 안가립니다?!ㅠㅠㅠ
한 세 번 정도 더 재채기할 때 제가 주문한 팬케이크가 나왔는데,
내 테이블 말고도 비어있는 테이블이 있던 사실을 그 때 알았고..
제가 그 빈 테이블로 가서 음식을 먹었습니다.
그 분은 제가 음식을 먹기 시작할 때 즈음 포장주문한 음식을 받았는데,
그 때에도 재채기를 대여섯번 더 하더니 냅킨을 좀 더 빌려 닦고 맥도날드를 나갔답니다.
왜 제 맞은편에 앉아서 입도 안가리고 재채기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재채기 소녀도 지금은 목적지에 잘 들어가셨겠죠?ㅠㅠ
저도 목적지에 잘 들어왔으니, 이제 물 한잔 마시고 자야겠습니다.
PS. 오늘도 치즈 길냥이를 만났는데, 도망은 안갔지만 쳐다보지도 않더군요..ㅠㅠ
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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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ebirth
24.04.28 · 211.♡.73.107
- 모
모범운전사
→ Rebirth 작성자
24.04.28 · 1.♡.155.28
에피소드 하나가 더 생각나서 쓰러 왔다가 답글을 봤네요.
즐겁게 읽으셨다는 답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빅빅버그
24.04.28 · 1.♡.14.21
작가 하셔도 되겠네요. 그림이 그려집니다. ^^ - 모
모범운전사
→ 빅버그 작성자
24.04.28 · 39.♡.231.53
과찬이지만 그래도 넙죽 받아먹고 싶은 달디단 칭찬 감사합니다^^ -
안안스
24.04.28 · 211.♡.32.4
서울역이 한국인이 쓰기에도 난이도 높은데.. 외국인은 진짜 어려울거 같긴하네요 ㅋㅋ - 모
모범운전사
→ 안스 작성자
24.04.28 · 39.♡.231.53
환승센터는 공사중에.. 택시는 죄다 예약.. 외국분들이 고생이 많겠더라구요. -
엔엔뜨
24.04.28 · 125.♡.47.14
글 되게 자연스레 쭈욱 읽히네요. {emo:comment_2105814798_FGxLQr0n_f2145263b2371afe592f37a092978443d17c738f.gif:50}
목적지에 무사 도착했는지 걱정해주는 쓰니님 덕분에
모두 잘 들어가지 않았을까요?! {emo:onion-007.gif:50}
재밌게 잘 읽었습니당 {emo:comment_2105814798_P54FkA9K_b8a3fb1ac62e99dc2c979a397101a61aa774ea3d.gif:50} - 모
모범운전사
→ 엔뜨 작성자
24.04.28 · 39.♡.231.53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이렇게 댓글까지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인인장선
24.04.28 · 112.♡.224.102
오늘도 게으른 나를 반성합니다.{emo:goodMorning.gif:50} {emo:onion-009.gif:50} - 모
모범운전사
→ 인장선 작성자
24.04.28 · 39.♡.231.53
저도 심히 게으른지라 집에 들어와 있는힘껏 잠을 잤답니다. 모두에게는 부지런한 순간과 게으른 순간들이 교차하고 있으니 반성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게으른 순간에 충실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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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즐겁게 읽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