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 만에 기어이 먹게 된 돼지갈비
여름숲1

Lv.1 여름숲1 (58.♡.71.151)

2025년 7월 19일 AM 09:20 · 수정됨(07. 20.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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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약속이 있어 구로쪽을 나갈 일이 있었어요. 

버스를 타고 지나는데 어? 저기.. 엄마랑 고기 먹었던.. 생각이 나며 예전 구도심에 썼던 글이 떠올랐습니다.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아이디 비번을 떠올려 오랜만에 로그인해봤습니다.(그렇습니다. 저는 다리를 불사르고 오지 않았습니다 ㅠㅜ)

글을 쓴 날이 2011년 6월 8일 

엄마가 발병하시기 딱 한달쯤 전이네요. 

이후 코로나의 엄혹한 시기 보호자 면회도 되지 않는 수술 두 번, 화학항암 면역항암 표적항암 방사선치료를 수없이 반복하다가 결국 올초 먼길을 떠나버리셨네요. 

저 날짜를 보니 엄마 말씀 한마디에 바로 가서 갈비 먹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시 한번 엄마를 떠올리며 옛글을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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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학원을 다니게 됐습니다. 

학원을 등록하고 와서 학원위치를 설명하다 보니 엄마 말씀이 우리가 처음 서울 올라와 살던 바로 그 근처인거 같다며 살던 집 바로 옆에 OO옥이라고 오래된 갈비집이 있었지. 그 갈비집이 아마도 아직 있다지? 하시더군요.

검색해보니 정말 55년 전통의 돼지갈비집이 학원에서 5분 거리에 있더군요. 

이러저러한 말끝에 "그래서 거기 갈비는 맛이 있나요?" 여쭈어보니 

"몰라 먹어봤어야지.."


아~~ 그랬어요.. 저 낳기 전에 이사와서 제가 돌이 지나도록 사셨다는데 바로 옆에서 올라오는 냄새(옆건물 2층에 사셨다고)를 매일 맡으면서도 그 집서 돼지갈비 한번을 못사드실 형편이었던거죠. 제 백일인가 돌인가에 미역 살 돈이 없어 미역국도 못끓였다고 했었으니..


"거 우리 그럼 고기 먹으러 갑시다. 제가 학원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식당으로 오세요!" 

그리하여 주말에 엄마만의(저는 기억이 없을 나이니..) 추억여행을 했습니다. 우리가 가게하며 귀퉁이에 방하나 들여 살던 그 건물이 아직 재건축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었고, 40여년전 그 미칠듯한 고기 냄새를 올려보냈던 그 갈빗집 또한 그자리에서 그대로 단층 건물에서 당시 사장님의 자식대에 이어 손녀분께서 운영하고 계셨습니다. 당연히 그분들은 엄마를 기억하지 못하시겠지만 예전 할머님 사장님의 단아했던 용모를 기억하시며 가게분들과 인사를 나누셨습니다.


우린 돼지갈비를 시키고 소주를 한병 곁들이고 나중엔 비냉까지 시켜 고기에 말아 먹으며 한껏 사치(?)를 부렸습니다. 

눈가가 촉촉해지는건 그저 숯불이 좀 매웠던 이유였던거 같습니다. 



댓글 (50)

  • 마이너스아이

    마이너스아이 Lv.1

    25.07.19 · 104.♡.68.24

    아침에 읽어나니 눈에 뭐가 많이 끼내요
    갈비 먹고 싶다 엄마
  • 여름숲

    여름숲 Lv.1 → 마이너스아이 작성자

    25.07.19 · 58.♡.71.151

    엄마표 갈비찜도 참 맛있었는데요 ㅠㅜ
  • S

    sojs Lv.1

    25.07.19 · 223.♡.214.191

    눈물이 납니다. 부모님과는 '다음에 가지'를 하면 안되는것 같아요. 갈 수 있을 때가고 할 수 있을 때 하는게 좋죠
  • 여름숲

    여름숲 Lv.1 → sojs 작성자

    25.07.19 · 58.♡.71.151

    맞아요.
    다음은 없어요.
    항암중에 제주도여행 예약했다가 컨디션땜에 담에 가자고 취소했었는데
    결국은 못가고 말았어요 ㅠㅜ
  • 비포선라이즈

    비포선라이즈 Lv.1

    25.07.19 · 118.♡.10.56

    2003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지금도 가끔 꿈에 나옵니다. 지금은 엄마 좋아하는거 맘껏 사줄 수 있는데 엄마가 없네요. 엄마랑 영화보고 밥 한끼 먹고 싶네요. 손주 얼굴도 보여주고 싶고... 이 글을 읽다보니 엄마 보고 싶네요. 엄마 나 잘 살고 있어요. 거기선 너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 여름숲

    여름숲 Lv.1 → 비포선라이즈 작성자

    25.07.19 · 58.♡.71.151

    아프지않은 곳으로 가셔서 다행이다 여기고 삽시다 ㅠㅜ
  • demon

    demon Lv.1

    25.07.19 · 112.♡.159.23

    저도 어머니 생각에 눈물이… ㅜㅜ
  • 여름숲

    여름숲 Lv.1 → demon 작성자

    25.07.19 · 58.♡.71.151

    계실때 잘해야하는데요 ㅠㅜ
  • 급시우

    급시우 Lv.1

    25.07.19 · 223.♡.45.117

    아침부터 ㅠㅠㅠㅠㅠㅠㅠㅠ 하늘도 울고 ㅜㅜㅜㅜㅜ
  • 여름숲

    여름숲 Lv.1 → 급시우 작성자

    25.07.19 · 58.♡.71.151

    며칠째 하늘이 울고 있습니다.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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