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만 되면 생각나는 와이프
또비온다

Lv.1 또비온다 (118.♡.201.36)

2025년 7월 19일 PM 04:39 · 수정됨(07. 20.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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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와이프가 죽었다는게 아니고요.. 


저와 와이프는 결혼할 때 정말 아무것도 없이 문자 그대로 맨주먹으로 급하게 결혼했는데요(대충 15 -20년 전에도 그렇게 어렵게 결혼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죠. 너무 살림이 없어서 우리가 그때 뭐가 없었는지도 다 기억이 안 남 )


둘 다 엄청 대단한 직장은 아니지만 오래 다니면서 아껴 쓰면 계산이 나오겠다는 막연한 생각에 덜컥 결혼 했는데,  결혼한 후 바로 큰 아이가 생겼고, 총각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돈 펑펑 쓰다가, 애가 생겼으니 자주 이사를 다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제가 정신 차리고 술자리 안 가고 둘이서 돈을 악착같이 모으기 시작했는데요. 

너무 돈이 없어서 결혼하고 나서는 바로 허름한 빌라촌에 월세로(30인가 35인가) 시작해서 살았습니다. (빌라촌 월세라니 짐작이 가시죠..-_-)


그런데 이게, 여름이 되니까, 

+ 옥탑방 바로 밑에 3층에 사는데 여름만 되면 건물 전체가 상판의 열을 받아서 너무 더운 겁니다. 시원한 회사에 있다가 집에만 가면 더우니까 제가 괜히 와이프에게 짜증을 많이 냈어요.  지금도 마음 속으로 많이 미안 합니다. 

제가 몇 번이나 궁상떨지 말고 에어콘은 놓고 펑펑 쓰자고 했는데도 와이프가 '나 너랑 고생할 거 각오하고 결혼했는데, 참을만 한데. 지금 이것저것 힘들다고 막 사면 내가 세운 금전 계획에 어긋남'  (그래 넌 항상 계획적이었지 기집애야...)

그렇게 더운 것을 참고 만원 단위라도 꼭꼭 저축을 하며 1년을 보내고나서 

그 다음 여름에 첫 애가 태어났는데,  애가 태어났으니 애한테는 더운 걸 참고 자라고 할 수 없어서 중고로 엄청 싸게 업어와서 에어콘을 설치했습니다. 

남들은 다 결혼하자마자 설치하는 에어콘을,  뒤늦게 애 핑계로 설치하고 나서 시원한 바람이 처음 나왔을때 너무 좋았죠.  와이프도 여름에 열 덩어리 첫애를 안고서도 너무 시원하다며 환하게 웃으며 좋아하던 모습.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그 뒤에 몇년 간격으로 운좋게 금전 형편도 좋아지고,  내 집도 사서 몇년 간격으로 계속 늘려 나가고, 둘째도 태어나고, 아파트에 시스템 에어콘도 설치하고  제습기도 사고, 비싼 빨래 건조기도 사고, 스타일러도 사고(다 여름인데 새 거로 샀습니다 한이 맺혀서 ㅠㅠ) , 새차도 두번이나 샀는데  그때마다 항상 미칠듯한 더위의 여름이었는데도  그때마다 만세를 부르고 환하게 웃으며 좋아하던 와이프 모습을 보면 아직도 힘이 납니다. 


오늘은 주말이라 와이프가 친구들 약속 때문에 늦게 온다니 더 힘이 납니다.



댓글 (32)

  • 세상여행

    세상여행 Lv.1

    25.07.19 · 175.♡.69.67

    보통 빈 손이나 맨손으로 결혼하지 않나요.
    맨주먹은 조폭들에게서나... 아닙니다.

    행복하시면 됐죠...
  • 또비온다

    또비온다 Lv.1 → 세상여행 작성자

    25.07.19 · 118.♡.201.36

    지금은 와이프나 조폭이나 뭐 거기서 거기가 아닌가 하고 고맙게 살고 있습니다 ㅠㅠㅠㅠㅠ
  • Eugenestyle

    Eugenestyle Lv.1

    25.07.19 · 118.♡.82.180

    저희도 2009년에 고시원방으로 시작했습니다 ㅋㅋㅋ 착실히도 잘 올라왔네요 요즘도 멍하니 앉아있다 그때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 또비온다

    또비온다 Lv.1 → Eugenestyle 작성자

    25.07.19 · 118.♡.201.36

    저희도 그래요. 싸움이 있을때마다
    아이고 우리가 그때도 견뎠는데..
  • 런던쫄면

    런던쫄면 Lv.1

    25.07.19 · 175.♡.190.124

    에어컨 미리 켜고, 묵욕재계 하고 기다리셔야 하는........아 아임니다.
  • okbari

    okbari Lv.1

    25.07.19 · 118.♡.2.18

    막줄에 따봉드립니다. 👍🏼
  • 누리꾼

    누리꾼 Lv.1

    25.07.19 · 106.♡.200.89

    진짜 두분다 어른이시네요
  • 또비온다

    또비온다 Lv.1 → 누리꾼 작성자

    25.07.19 · 118.♡.201.36

    요즘 조건이 다 충족되지 않아서 결혼 안 한다는 분들 많던데
    충분히 존중합니다만,
    그래도 조건 안보고 '에라 모르겠다 고생하면 뭐라도 되겠지' 하고 어렵게 살면 매일 허튼 생각 없이 살게 되어서 좋은 면도 있지 않냐는 생각도 해 봅니다.
  • Beyond

    Beyond Lv.1

    25.07.19 · 172.♡.122.166

    따뜻한 글이네요,
    항상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 허영군

    허영군 Lv.1

    25.07.19 · 110.♡.83.100

    힘들게 함께 쌓아올리신 만큼 수많은 추억들로 행복함이 느껴져서 부럽움으 한웅큼 생겨납니다.
    👍 이제 제습기랑 에어컨 둘다 돌라시몈서 만킥하셔요~~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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