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잡썰] 그냥 많이 뽑은(?) 탱크, T-34 얘기 pt.3
FV4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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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7일 PM 11:06 · 수정됨(08. 08.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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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42년 독소전쟁 전황도>


1. 공장을 옮겨라!

위 전황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소련은 1941,42년 어마어마한 땅을 잃었습니다. 지금의 벨라루스, 우크라이나는 모두 독일의 손에 들어갔죠. 이에 따라 T-34를 생산하던 양대 공장 중 하나인 하르코프 공장은 우크라이나 동편의 하르코프에서 우랄산맥 지역의 니즈니 타길로 이전해야 했습니다. 

<하르코프에서 니즈니 타길은 엄청 먼 곳입니다. 여기까지 공장을 옮긴 것도 대단한 거죠> 

그래서 1941년 대부분의 T-34는 스탈린그라드.. 네, 생지옥이 되는 스탈린그라드의 공장에서 생산되었습니다. 자꾸만 전선이 스탈린그라드로 오다보니, 스탈린그라드에서 생산되는 것도 1941년 3분기에 1,121대였던게, 4분기에는 765대로 줄어듭니다. 

열악한 경제 사정에 부속품도 줄어들었고, 너무나 많은 T-34를 잃은 탓에, 급한대로 V-2디젤엔진 대신, 구형 가솔린 엔진을 다는 T-34가 나오질 않나, 주포를 F-34가 아닌, 더 짧은 F-32 주포를 달지 않나, 고무가 부족해지자 궤도휠에 고무를 바르지 않고 강철로만 제조한 물건을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변속기도 구려지고.. 랜드리스가 들어오지 않던 1942년엔 이런 끔찍한 물건이 돌아다니곤 했습니다. 그래도 T-34는 소련 입장에서는 유일하게 신뢰할만한 전차였죠, 예를 들어 KV-1은 40퍼센트 넘는 비전투손실을 본 반면 T-34는 14퍼센트의 비전투손실을 보고 나머지는 전투손실이었죠. 

공장이 이리저리 옮겨다니고 각 지역 공장에서 만들다 보니, T-34는 만든 동네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현상이 있었습니다. 스탈린그라드 공장은 압연용접으로 경사도가 높은 포탑을 달았고, 니즈니타길의 우랄공장에서는 주조포탑을, 또 다른 곳은 6cm 정도 두꺼운 주조 포탑을 T-34에 달았습니다. 


2. 독일 : 어,어, 저 놈의 몸에 생기가 돌아온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렇게 만들면서 그냥 많이 만들다 보니(?) 소련은 전차 전력을 이전보다 더 강력하게 구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 소련은 전차 사단을 대부분 T-26, BT전차에다 소수의 T-34와 KV-1을 섞은 100대로 구성할 때, 1942년 3월 즈음 되면 소련의 새로운 사단은 T-34 40대, KV-1 20대, 경전차 20대로 구성할 수 있었습니다. 1942년 3월에는 150대의 전차로 그 크기가 확장되죠. 그러나 1942년에도 소련의 지휘관들은 이 수많은 탱크를 꼴박해서 숱하게 날려먹고 있었던 건 함정이었습니다 =.=

상황은 1942년 내내 개선되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스탈린그라드도 독일군에게 모두 점령당할 판이었고, 그 와중에도 스탈린그라드 전차공장에서는 1942년 9월까지 T-34를 생산하였고, 색도 안 칠하고 생산완료 즉시 전선으로 보냈다는 썰이 있습니다. 이 공장에서 지금까지 T-34의 약 42퍼센트를 생산하였다는 점에서, 해당 공장의 상실은 소련 입장에서 큰 손실이었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우랄공장에서도 계속해서 T-34를 생산해냈고, 여기서 6각형의 보다 더 넓은 용적을 가지고 더 두꺼운 포탑을 가진 T-34 1943 버전이 만들어집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공장마다 특징이 다르고 소소한 개량이 적용되어, 공기필터, 기어박스가 개선된다든지, 나중에 유명해진 외부 연료통이 달린 물건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부분은 무전기를 장착한 T-34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었고, 탱크 전술의 향상을 가져왔습니다

<위 : T-34 1941/2 스탈린그라드 공장 생산분, 아래 : T-34 1943 우랄 공장 생산분. 차이가 보이시나요?> 

한편, 소련 입장에서도 T-34가 한계를 가지는 것은 명백해보였기 때문에, 당국은 이전보다 방어력에 중점을 두고 개량형을 만드려고 했습니다. 이게 T-43과 KV-13입니다. 둘 다 보다 두꺼운 장갑에, 토션바 서스펜션을 도입한 것이고, 3인용 포탑과 전차장에게 더 좋은 시야를 주기 위해 큐폴라를 장착한 물건이었지요. 하지만 이게 잘못된 선택이라는 것은 곧 드러나게 됩니다.


3. 소련 : 맹..맹수가 나타났다.

초기형 T-34가 아무리 졸전을 거듭했다고 해도, 이 전차가 가져온 쇼크는 매우 컸습니다. 독일은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경사장갑을 다수 도입한 판터를 만들었죠. 그리고 이전 독일 전차의 총집대성 격인 티거 전차도 개발해둔 상황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T-34와 비등하던 4호 전차조차 장포신 75mm포와 증가장갑으로 T-34가 열세에 몰리게 됩니다. 

<장포신 75mm 4호전차>

<판터 탱크>

<티거1 탱크>

이에 대한 소련의 대응은 단순했습니다. 더 많은 탱크로 수적우위를 가져서 상대를 두들긴다는 것이었습니다. 아 물론 다수의 야포와 SU계열 자주포도 함께 하는 것이었죠. 이게 1943년 쿠르스크-오렐 전역까지 이어졌습니다. 지상 최대의 전차전이라던 쿠르스크 전투에서 주력은 76mm포를 단 T-34였다는 거죠. 이렇게 수적 우위로 근접전을 수행한다는 이 전략은 소련 전차가 9000대의 손실을 보게 했고, 독일 전차의 손실은 2,200대였습니다. 하지만, 소련은 그냥 많이 T-34를 만들었고 어쨌건 이기다 보니 파괴된 T-34도 재생해서 다시 전장으로 보낼 수 있었습니다. 승무원의 안위에 대해서는... 뭐 기도나 해줍시다.

소련도 이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방어력에 중점을 뒀던 T-34 개량 방안은 집어 던지고, T-34에 화력을 강화시켜야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게 T-34-85죠. 이 이야기는 4부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4. T-34-76에 대한 정리

-생산량 : T-34-76(여기까지의 T-34를 T-34-85와 구분하기 위해 이렇게 부르겠습니다)의 생산량은 35,120대로 모든 독일 전차 생산량을 압도하는 물건이었습니다. 그리고 소련은 여기에 19,430대의 T-34-85를 1943년부터 더 찍어냈습니다. 독일이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죠. 그걸 소련이 최악의 전쟁 상황에서 해낸 게 정말 대단한 일이고, 그만큼 생산에 유리했다는 것이었습니다

- 구성 : 포탑 바스켓 구조를 채용하지 않았으며 후방에 엔진과 변속기가 있었습니다. 이것은 나중에 많은 전차들이 모방하였고 또 탱크 높이를 낮게 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차체 : 서방제 전차보다 장갑의 마감처리가 거칠었지만, 강도가 떨어진 건 아니었습니다. 경사장갑으로 인해 두께서 45mm여도 75mm의 효과를 봤으며. 3호 전차의 5cm 포는 500m 안에 들어와서야 구멍을 낼 수 있었고, 4호 전차의 단포신 75mm은 이 장갑을 뚫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1943년에는 독일군이 장포신 75mm 대전차포나 전차주포를 도입하면서 다 뚫리죠. 물론 그 전부터 88mm포는... 그 이상의 발언은 생략하겠습니다.

-승무원 구성 : 포탑에는 장전수와 전차장(겸 포수) 2명, 차체에는 조종수와 무전수가 앉았습니다. 아무래도 전차장이 포수 역할을 겸하다 보니, 지휘도 하고 포도 쏘고 해야 했고, 제대로 된 탱크 전술을 구사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또 전차장이 포수를 겸한다는 사실은 독일 탱크가 3번 쏠 때 T-34는 1번 쏜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게 했죠. 이걸 개선하기 위해 A-43,T-34M, T-43, KV-13 등의 개량형이 제안되었지만, 다 불발되고 T-34-85때 3인용 포탑이 도입되어 해결됩니다

또한 변속기가 차체 후방에 있다 보니 변속이든, 브레이크든, 조향이든 다 둔했습니다. 여기서 조종수는 조종을 위해 망치를 상비했다는 썰이 있습니다... 그리고 추운날 디젤 엔진 시동에 도움을 주는 압축공기 봄베가 조종석 앞에 있었습니다. 

- 포탑 :  포탑은 매우 비좁았고, 처음에는 전차장과 장전수 모두에게 조준기가 있었지만, 나중에는 전차장에게만 주어지게 됩니다. 또한 시야 큐폴라가 없어서 전장 파악을 위해 해치를 열어 머리를 내밀고 봐야했는데, 이게 전차장 및 장전수  일체형 해치이고 전면으로 열리는 바람에 전차장의 상체를 노출시켰고, 해치가 열리면 거의 오픈탑이 되다시피했습니다.이 부분은 1943 생산분에서 많은 부분 개선이 됩니다. 

- 주포 : T-34-76은 L-11 76.2mm 포를 썼는데, 관통력이 매우 떨어졌고, 곧 F-34라는 장포신 76.2mm로 대체되었습니다. 그 주포는 Zis-3 76.2mm와 성능이 유사했고, -3도~+30도까지 위아래로 움직였습니다. 이 주포는 4호전차까지는 격파할 수 있었지만, 티거와 판터를 전면에서 격파할 수 없었습니다. 이게 소련이 T-34-85를 개발하는 원인이 되죠. 

-정리하자면, T-34-76은 1941,2년 기준으로는 스펙상 거의 무적이었고, 세세한 부분이 아직 미숙했던 전차라고 볼 수 있죠. 그러나 1943년 기준이 되면 독일군 상대로 물량으로 승부봐야 하는 야라레메카가 되었다고 보면 됩니다.

댓글 (8)

  • 휘소

    휘소 Lv.1

    25.08.07 · 121.♡.21.222

    스펙은 도길 전차가 우월했으나
    미쿡 장비마냥 복잡하기에
    수량도 부족하고, 유지보수도 어렵고...
    단순하고 장갑 관통만 되면서 물량이 많으면 이기는(시즈탱크 vs 저글링)
    그런게 아니였나 싶습니다.
  • FV4030

    FV4030 Lv.1 → 휘소 작성자

    25.08.07 · 1.♡.59.48

    미쿡은 수량도 많고 유지보수도 잘하고... 그저 중전차만 안 뽑은 게 문제긴 했죠..
  • 달짝지근

    달짝지근 Lv.1 → 휘소

    25.08.07 · 49.♡.149.207

    기술력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현재 공업 수준에서 나올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물건을 만드는게 중요한거죠
    단가, 생산성, 정비의 용이 같은 것이 기본이고 성능은 그것을 충족하는 수준에서 최대한 뽑아내는게 현명한데
    독일은 자신들의 기갑 능력을 전쟁 초기에 보여준 전격전과 물량적 우위를 후반에는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걍 싸고 튼튼한거 주구장장 뽑았으면 어땠을까 싶죠
  • FV4030

    FV4030 Lv.1 → 달짝지근 작성자

    25.08.08 · 1.♡.59.48

    판단이 어렵지요. 일단 장포신 4호전차만 대량으로 뽑는다고 해도 이건 지는 싸움이라... 자원과 생산력 차이가 너무 크죠.
  • 하늘기억

    하늘기억 Lv.1

    25.08.07 · 211.♡.227.222

    탱알못이지만 잼나게 보고 있습니다.
    계속 정진해주세요~
  • FV4030

    FV4030 Lv.1 → 하늘기억 작성자

    25.08.07 · 1.♡.59.48

    부족한 것이 많은데.. 감사합니다. ㅜㅜ
  • Java

    Java Lv.1

    25.08.08 · 116.♡.70.94

    전차 장갑의 두께도 중요하지만 재질도 중요한데요.
    유튭에 뾰족한 강철을 프레스로 눌러서 전차 장갑 뚫는거 보니 소련제 장갑(옜날것들)이라고 하는 것들이 대부분 연철인지 쉽게 뚫립니다.
    미국제는 뾰족한 강철이 우그러지고요.
    장갑 재질에 대해서도 한번 다뤄주실수 있을까요?
  • FV4030

    FV4030 Lv.1 → Java 작성자

    25.08.08 · 210.♡.27.130

    잘로가 옹에 따르면, 영국에서 테스트 했을 때, 장갑판은 브리넬 경도로 볼 때, 354~400 정도로 서방 기준으로도 OK 수준이었다고 하네요. 물론 1942년에는 그 수치가 떨어졌겠지만 그래도 지나칠 정도의 품질 하락은 없었다고 합니다. 주조로 만든 포탑의 경우도 기공이 서방제보다는 많은 편이었지만 심각할 정도는 아니었고, 브리넬 경도 측면에서도 370~375라 나쁘지 않았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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