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pfverstich (61.♡.80.41)
2025년 8월 12일 AM 11:41 · 수정됨(13:50)
안녕하세요?
저는 출근하는 강아지 봄이입니다.
주 5일 근무 중이구요,
평일에는 주로 송파의 작은 방에서 잠을 자요.
월요일이나 화요일 밤에는 할머니 집에 가고
주말에는 원주집에 가요.
할머니와 아빠가 같이 살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도 하지만, 아빠와 할머니는 너무 안 맞긴해요.
할머니는 엄마의 어머니예요.
우리는 그러니까 할머니 집에서 할머니, 엄마, 아빠, 저 이렇게 네 식구가 의정부 민락에서 살았어요.
그랬는데 엄마는 언제부턴가 안 보이기 시작했어요.
저는 엄마를 제일 좋아했어요.
엄마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번역인가 뭔가를 하긴 했어요.
하루에 한두 시간은 피아노도 치고, 그림도 그리고, 때로는 첼로도 연주해줬어요.
언제부턴가 엄마는 오른쪽 눈의 시력을 잃었고, 그나마 왼쪽 시력도 매우 안 좋아서 커다란 화면에 글자를 크게 해야 볼 수 있을 정도였는데 번역을 했고, 그림은 더 이상 그리지 않았어요.
엄마가 사라지기 한 1년 전부턴가는 엄마가 아빠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주었는데 아빠는 정말 재주가 없었어요.
아빠는 일주일에 두서너 번은 30~40분 씩 혼자 연습을 하기도 했는데, 그걸 들어주는 엄마도 대단했지만, 저는 정말 곤욕스러웠어요.
그래도 그런 아빠와 엄마의 모습을 보는 건 좋았어요.
아빠가 출근하면 엄마는 책을 들었어요. 라디오에서는 언제나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왔어요.
저는 그런 엄마 옆에서 잠을 자는 게 일이었어요.
엄마는 조용한 사람이라 저도 조용하게만 지냈지요.
아빠가 퇴근하고 오면 저는 완전 신이 나서 거실 쇼파에서 엄마의 침대까지 뛰기를 수십 번씩 반복했어요.
엄마도 아빠도 그런 제 모습에 무척 즐거워했어요.
“우리 봄이 잘한다, 잘한다.”
그런 아빠의 응원을 들으면, 저는 발이 막 빨라지고, 그러면 거실과 침대의 거리가 훨씬 짧아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럴수록 발은 더 빨라지면서...
우리는 그렇게 행복했는데, 작년 9월부터였을까요?
엄마는 아빠와 함께 나간 뒤 한 1주일 정도 집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상하다 했지요. 그러고도 잘 지냈지요.
그런데 12월인가 엄마와 아빠는 병원에 다녀오더니 두 분다 무척 심각해보였어요.
병원이야 뭐 매주 한두 번 가는 건데 왜 할머니까지도 심각했을까요?
그러다 1월에 엄마는 아빠와 나간 뒤 딱 한달이 지나서 2월에 집에 돌아왔어요.
엄마는 예전처럼 저랑 놀아주지도 못하고 누워만 있었어요.
목에는 이상한 관 같은 걸 해서 아빠가 거기에 낀 가래를 뽑아 줬고요.
입으로 먹을 수가 없어서 배로 연결된 관으로 밥과 물과 약을 먹었어요.
엄마가 어떤 상태인지는 알지 못했지만, 예전과 다른 건 분명했어요.
누워만 있는 엄마 옆에서 저도 매일 누워 있을 수 있어서 좋긴 했지만, 그 기간이 너무 짧아서 속상했어요.
엄마는 사흘 정도 있더니만 그렇게 훌쩍 가버렸어요.
그리고 그 주 주말에 집에 왔고, 그 다음 주에도 오더니 더는 오지 않았어요.
3월쯤이었을까요? 눈도 오고 비도 오는 이상한 날들이 많았어요.
할머니는 몸이 안 좋아서 3일은 투석인가 뭔가 하는 걸 받았는데, 저는 산책도 못하고 맨날 집에만 있었어요.
그 사이 저는 할머니도 엄마처럼 휙 떠나는 건 아닌지 걱정을 했었어요.
엄마가 없어진 후로 아빠도 가끔 집에 왔어요.
가끔씩 와서 산책을 시켜주긴 했지만, 저는 할머니가 날 버리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 산책을 나가도 소변만 보고는 후딱 들어왔어요.
아빠는 실망한 눈치였지만, 어쩔 수 없었지요.
어느 날은 아빠가 급하게 오더니 저를 차에 태우고는 어디론가 갔어요.
고속도로를 달리더니 시내를 통과해서 산길로 올라갔는데
세상에 그곳에 엄마가 있지 뭐예요.
엄마는 2월에 왔을 때랑 똑같았어요.
침대에 누운 엄마 곁에서 저는 꼬리를 프로펠라 돌리듯 쌩쌩 돌렸어요.
엄마는 얼굴이 빵빵하게 부어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엄마는 더 어려 보였고, 더 예뻐 보였어요.
저는 엄마에게 안겨 찡찡댔어요.
‘엄마 왜 집에 안 와.’
그러면서 엄마 얼굴을 핥아주었어요.
엄마는 평소에 얼굴을 핥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그 날은 어쩐 일인지 피하지 않았어요.
아빠는 자꾸 울면서 누가 올까봐 바깥을 자꾸 살폈어요.
아빠도 참~~~ 제가 깡깡 짖으면 다 도망칠 텐데, 괜한 걱정을 하는 것 같았어요.
아마 30분도 채 있지 못했을걸요.
아빠는 또 저를 후다닥 차에 태워 할머니집에 데려 놓더니 또 후다닥 가버렸어요.
그런 식으로 한두 번 엄마를 본 것 같아요.
엄마의 냄새는 예전의 냄새와 달라서 엄마가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이상한 약 냄새 같은 게 많이 났달까요?
그렇게 3월이 가고, 4월부터 아빠는 거의 집에 오지 않았어요.
그러더니 4월 중순에 아빠가 엄마 보러 가자면서 저를 데리고 갔어요.
민락에서 가까운 곳이었는데, 그때도 아빠는 저를 몰래 숨겨서 데리고 갔어요.
엘러베이트를 타고 올라가서 제일 끝방에 갔어요.
거기에 있는 사람이 엄마라고 했어요.
그런데 엄마 냄새가 나지 않았고 엄마 같지도 않았어요.
그 사람은 자꾸 자기를 자신의 품에 안으려고 했는데, 저는 너무 낯설어서 자꾸 도망쳤어요.
아빠는 저한테 괜히 화를 냈어요.
그렇게 두 번인가 그 병실에 간 뒤로 다시는 엄마를 보지 못했어요.
엄마가 있는 곳이라면서 어떤 낯선 항아리들이 잔뜩 있는 건물에 데리고 가긴 했지만, 거기에 엄마가 있지는 않았어요.
그 건물에 다녀온 게 4월 30일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고 아빠는 할머니와 잘 지내는 듯하더니, 5월 중순쯤에 격렬히 싸우고는 집을 나가버렸어요.
그러다 7월쯤에 할머니가 먼저 전화를 해서 저를 데리고 가라고 하더라구요.
할머니 건강은 정말 눈에 띄게 안 좋아졌어요.
그래서 그런지 아빠는 할머니를 용서한 것도 같았어요.
그렇게 저는 아빠 방에서 살게 되었어요.
처음부터 출근했던 건 아녜요.
아빠는 6시에 일어나서 저를 데리고 산책도 하고, 제가 소변이나 대변을 보게 한 뒤 방 근처에 있는 회사에 데리고 가죠.
그러다 9시쯤이 되어서 사람들이 출근할 때쯤 되면 저를 방에다 데려다 놓아요.
그러면 저는 혼자 있는 게 싫어서, 아빠를 따라가려고 했지만, 아빠는
“봄이 앉아. 아빠 금방 올게”
하고는 나갔어요.
아빠는 점심 때 와서 산책을 시켜주고, 밥을 먹이고, 저녁에는 또 저를 회사에 데리고 갔어요.
아침과 저녁에 있는 사람은 주로 소장 아저씨와 아빠밖에 없어서 그랬나 봐요.
아빠가 두 시간에 한 번씩 바깥에 데리고 나가는 것외에, 전 아빠가 다리를 얹어두는 보조 의자에 앉아서 잠을 자죠.
그런 생활을 한 1주일 정도 했을까요?
아침에 회사에 왔다가 저를 방에 데려 놓으러 가며 아빠가 탕비실에 들렀는데 소장 아저씨가 어디 가냐고 아빠한테 묻더라구요.
저를 데려다 놓으려 방에 간다고 하니까, 소장 아저씨가 제가 얌전하다고 칭찬을 하더니
“오늘은 한 번 시범 삼아 데리고 있어보지?”
아빠는 “진짜요?”라며 연신 고맙다며 머리를 조아렸어요.
저는 본능적으로 알았어요. 저 아저씨가 대장이라는 걸 말이죠.
그래서 소장 아저씨한테는 짖는 대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주죠.
그러면 소장 아저씨는 엄청 좋아한답니다.
그래서 그 후부터 저는 ‘봄 부장’이 되었어요.
아빠랑 8시까지 회사에 출근해서, 5시에 퇴근해요.
아빠가 운동하는 사이 저는 2시간 정도 방에 혼자 있는 게 외롭지만 어쩔 수 없지요.
그렇게 저녁 9시쯤에 회사에 다시 왔다가 자정 무렵에 돌아가곤 합니다.
엄마가 왜 안 오는지는 몰라요.
엄마가 오지 않는 동안 아빠랑 할머니한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암, 재발, 죽다 뭐 이런 말들이었던 같아요.
말은 들었지만, 그 말의 의미는 몰라서, 전 여전히 엄마가 오지 않아 뭔가 버림받은 느낌예요.
아빠가 아무리 잘해줘도 엄마의 빈 자리는 채울 수 없죠.
아빠는 엄마 이름을 부르고 울곤 해요.
원주집에는 아빠가 엄마가 있을 때랑 똑같이 엄마 방을 만들어놨어요.
엄마 피아노, 엄마가 쓰던 장, 엄마 침대가 있어요. 그 방에는 엄마 사진들이 온 곳에 걸려 있어요.
안방에는 엄청 큰 침대가 있는데도 아빠는 꼭 엄마 방에서 울면서 잠을 자요.
또 며칠 전에는 엄마를 옮긴다면서 예전에 갔던 건물에서 항아리를 들고 와서는 한참 차로 가더니 잔디밭도 넓고 소나무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는 곳 어디쯤에 그 항아리에 꺼낸 하얀 가루를 묻었어요.
할아버지와 함께요.
왜 원주에 갔냐고요?
아무 연고도 없는 곳에 있고 싶다나~
그러면서도 아빠는 주말마다 친구들을 불러 술을 마시더니
요 몇 주는 저랑 둘만 있었어요.
또 이번 주는 친구가 온다나 봐요.
저는 그렇게 지내고 있어요.
말이 너무 길었네요.
그럼 안녕.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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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늘파랑
25.08.12 · 183.♡.207.34
세라피나 자매님의 영원한 안식을 빕니다. -
돼돼지꿀벌
25.08.12 · 211.♡.196.247
ㅠㅠ 너무 담담하게 쓰셔서 더욱 마음이 아프네요.
힘내십시요 -
Mmetalkid
25.08.12 · 125.♡.232.82
똘망똘망 봄부장님, 씩씩하게 잘 지내셔요. 엄마가 항상 지켜보니까요.
가끔 근황도 알려 주시고요. -
나나그네
25.08.12 · 106.♡.68.58
봄이야~ 너가 아빠 옆에서 잘 지켜주고, 가끔은 아빠를 안아주기도 해줘요~
그리고 아빠한테 힘내시라고 전해주세요~ - 카
카뤼
25.08.12 · 121.♡.18.233
봄이랑 같이 행복하세요!!!
부인분도 그곳에서 봄이와 남편분을 지켜보고 계실겁니다.
그리고 소장님 넘 좋은 분 같아요 ^^ - 귀
귀찮아서
25.08.12 · 211.♡.140.199
아빠가 이제는 안 울고 씩씩하게 잘 지내시면 좋겠네 봄이 너도 그렇지? 아빠랑 건강하게 잘 지내야 엄마도 좋아하실거야. 행복하고 씩씩하게 잘 지내!! - 마
마스터재다이
25.08.12 · 211.♡.204.202
ㅜ ㅜ - 마
마음13
25.08.12 · 59.♡.4.46
{emo:moon-emo-005.gif:120} -
레레베카미니
25.08.12 · 221.♡.25.227
덤덤하게 쓰셔서 더 마음 이프네요 ㅠ
봄이랑 함께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세라피나 자매님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드릴게요 - A
avecnous
25.08.12 · 203.♡.142.69
하...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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