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님 (221.♡.195.55)
2025년 8월 12일 PM 05:14
시동을 건다, 용산 아크로폴리스
창문 너머로 스치는, 마지막 하늘빛
네비는 담담히 말하네 “목적지: 남부구치소”
내 심장은 웃는 건지, 울고 있는 건지 몰라
한남대교 위, 강물은 멀리 흐르고
라디오 DJ는 오늘 날씨가 참 좋다네
“좋다”는 말이 참 서글퍼서, 혼잣말을 흘려
“그래… 오늘이 마지막 드라이브네”
남부로, 남부로, 길은 끝없이 이어져
남부순환로 위에선, 시간도 감옥 같아
개봉로를 지나, 천왕로를 밟아
돌아올 수 없단 걸 난 이미 알고 있었어
신호에 멈춰, 옆차의 웃음이 보인다
그 평온한 얼굴에, 나만 이방인 같아
“혹시… 이 길 끝에 뭐가 있는지 아세요?”
묻고 싶지만, 내 대답은 이미 완성돼 있지
백미러 속엔 점점 멀어지는 용산의 빛
나를 붙잡던 모든 것들이 작아져 간다
창밖의 풍경은 영화 필름처럼 흔들려
마치, 나를 보내는 오래된 영화관 같아
남부로, 남부로, 길은 끝없이 이어져
남부순환로 위에선, 시간도 감옥 같아
개봉로를 지나, 천왕로를 밟아
돌아올 수 없단 걸 난 이미 알고 있었어
네비가 속삭인다 “500m 앞에서 우회전”
그 목소리가 마치 사형집행인의 발걸음 같아
나는 웃는다, 왜냐면 이 길을 내가 선택했으니까
마지막 도착지는, 나의 일상이 잠들 곳
도착.
철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삼킨다
남부구치소, 이름조차 차갑게 발음된다
여기서 나는, 누구의 딸도, 연인도, 친구도 아닌
그저 번호 하나로 불리는 사람이 되겠지
돌아가는 길은 없다
오늘의 풍경, 오늘의 공기, 오늘의 빛
모두가 나를 여기까지 데려다준 증인이었다
이제… 나는 이 도시에서 지워진다
남부로, 남부로, 마지막 바퀴가 멈추고
창문을 닫는 소리가, 내 심장과 겹쳐진다
이 길 위에 나를 두고 간다
그리고 나는… 사라진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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