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름휴가 독서 : 곤충기
C

Lv.1 concept (223.♡.73.128)

2025년 8월 22일 PM 09:48 · 수정됨(08. 23.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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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이번 여름휴가 독서물로 선택했던 책은 파브르의 '곤충기' 입니다. 요즘은 동물보호 때문에 곤충채집을 방학숙제로 내주지 않지만(학원 때문에 방학이나 방학숙제같은 개념 자쳬가 무의미해지기도 했죠) 제가 어렸을 때는 곤충채집이 필수 숙제였습니다. 당시 외갓집이 서울외곽이었는데 여름방학때 외갓집으로 놀러가서 사촌형제들과 사마귀, 메뚜기, 방아깨비 등을 채집했죠. 그때는 여름이 지금처럼 덥지 않았습니다. 곤충채집하러 아침에 산에 가면 청량한 여름아침의 느낌이 아주 좋았습니다.

  파브르 곤충기는 뛰어난  과학책이지만 동시에 높은 수준의 문학적 묘사와 철학적 내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과학과 문학 그리고 철학을 아우르는 것이 프랑스 지식인의 특징이죠. 곤충과 자연에 대한 문학적 묘사를 읽으면 어린 시절 곤충을 채집하던 청량한 여름아침의 정경을 느낄수 있습니다. 

  방법론적으로 곤충기는 대단히 세련된 추론을 구사합니다. 관측기구와 실험도구가 아직 발달하지 못한 19세기에는 인간의 관찰과 추론이 최고의 도구였죠. 파브르는 놀라운 끈기로 장시간 곤충을 관찰해 패턴을 발견하고 이를 다시 곤충 행동에 적용해 의미를 도출합니다. 이 정도 수준의 귀납과 연역추리는 다윈의 종의 기원이나 마르크스의 자본론에서 볼 수 있는 최고 수준입니다.

  다만 곤충기는 어디까지나 19세기의 과학이라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파브르가 워낙 장수를 해서(1823-1915) 20세기 초까지 살았지만, 그는 다윈이나 파스퇴르와 동시대인이죠. 19세기 말 물리학은 거의 현대적인 수준에 도달했지만 생물학은 아직도 18세기 박물학적인 성격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죠. 현대 분자생물학이 밝혀낸  사실을 19세기 과학자는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알아보는 것도 매우 흥미롭죠.

  곤충기 원서는 2200페이지 10권의 방대한 양입니다. 또한 파브르의 수준높은 시적 문장은 번역하기 까다롭죠. 그래서 번역자는 불어와 곤충학에 동시에  전문가여야 합니다. 그때문인지 영어로도 완역이 되지 못했죠. 그런데 한국에는 수준높은 완역본이 출판되어 있습니다. 번역자는 젊은 시절부터 곤충기 번역에 뜻을 두고 파브르의 모교인 몽펠리에 대학교에서 곤충학 박사를 취득했습니다. 파브르가 곤충을 관찰했던 그 자연환경에서 곤충을 연구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거죠. 

  모두 10권이나 되니까 한번에 읽을 것 없이 매년 여름마다 몇 권씩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가을 독서로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읽어도 좋을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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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S

    someshine Lv.1

    25.08.22 · 61.♡.87.225

    정말 흥미롭네요!
    4학년 때 전집으로 나온 책 중에 한권인 파브르 곤충기를 읽고 나중에 커서
    그 책이 분량이 어마어마하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사실 4학년 떄 한권으로도 정말 재미 있게
    읽었습니다.
    한국어로 잘 완역이 되었다니 반드시 읽어 봐야 겠습니다. 나이 드니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의 무지를
    발견하는 것이 또 나름 신선하고 재미 있고 그렇습니다 ㅎ
  • 독사소

    독사소 Lv.1

    25.08.22 · 125.♡.39.153

    파브르 곤충기 원저가 10권이란 걸 처음 알았습니다.

    번역하신 분이 뜻을 이뤄가는 시간도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멋있는 책 소개 잘 읽고 감사합니다.
  • 핑크연합

    핑크연합 Lv.1

    25.08.23 · 221.♡.214.31

    소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mo:damoang-lala-005.web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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