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것들
징짱채고

Lv.1 징짱채고 (106.♡.188.58)

2025년 8월 28일 AM 10:41 · 수정됨(13:05)

조회 1,780 공감 0

딩크로 살고자 했던 제가 마음이 변하여

아내와 같이 아이를 갖고 낳아서 키운지 이제 8개월이 넘어

9개월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처음 산부인과에서 조그마하게 보이던 까만 점을 볼 때의 설렘

점점 사람의 모양을 갖추어가는 아이를 보러 가는 기대감

마침내 세상에 나왔을 때의 벅찬 감동은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감정이란게 별로 없어서 어디 고장난거 아닌가 가끔 고민했는데

저도 역시 사람이더군요



아이는 그 자체로 순수하고 옳습니다



처음엔 쥐면 부서질까 안으면 깨질까 노심초사하며 키웠는데

이제는 제법 컸다고 엄마아빠 보면서 방긋방긋 웃고

우다다하면서 배밀이로 기어다니는 모습 보면

너무 귀여우면서도 서운합니다



빨리 컸으면 좋겠다가도 막상 커가는 모습을 보니

언제 이렇게 컸지 싶고

다시는 볼 수 없는 모습들이 지나간다는 점이 서글프더군요




최근 여름휴가를 받아서 열흘 정도 쉬었습니다

사실 말이 쉬었다지 본업만 쉬었고 야간에 뛰는 투잡은 쉬지 않아서

반쪽짜리 휴식이었습니다만



평일에 점심즈음 아내와 아이와 같이 동네 놀이터에 가서

분수에서 아이랑 놀고

카페에 들어가서 조잘대며 놀고

유모차 끌면서 손잡고 걸어다니고


맛있는거 먹고 좋은거 보러 다니고


이 경험들이 너무 소중하더군요


예전에 쌓던 제 추억들은 대개 저 혼자만의 밋밋한 것들이었습니다

집에서 게임하고 영화보고 뭐 거의 그런 거였죠

가끔 친구들 만나서 술을 마시고 노래방가고 당구도 치고 하지만

집을 좋아하는 제 성향상 그런 일이 그다지 많지는 않았고

또 얇고 넓은 인간관계보다는 좁더라도 깊은 인연을 좋아하기 때문에

뭐랄까



그렇게 다양한 경험과 추억을 쌓으며 살아오지는 않았는데

아이가 생기며 조금씩 바뀌어가고 태어난 뒤로는

제 삶의 모습의 완전히 달라져버려서 저도 놀랍기도 합니다



이제는 시간만 있다 하면 아이와 아내 끌고 어디든 나갈 생각을 합니다

여전히 쉬고 싶다는 생각은 합니다

야간에 일하고 새벽 늦게 와서 잠자면 얼마나 자겠습니까

그러고 아침에 일어나면 그래봐야 하루 5시간 자는 건데

저도 피곤하지만 일 나가있는 저 대신 혼자 애 보는 아내도 힘들 것이고

아내는 저와 달리 나가는 걸 좋아하는데 애 때문에 어디 나가지도 못하는 모습도 안쓰럽고

또 아이도 나가면 엄청 좋아하고 밝아지는 모습이 보이는데 저 피곤하다고 집에만 있을 수가 없더군요




그렇게 열흘의 휴가를 보내면서 느낀 점이

정말 인간답게 살고 싶다면

아이를 키우는 환경을 제대로 만들고 싶다면

가정에 충실할 수 있는 시간과 돈을 주면 되는구나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며 느끼고 배운 점들을 미리 알았다면

아이에게 좀 더 많은 것을 잘해줄 수 있었을텐데

아내에게도 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많이 남습니다




요즘은 어떻게든 아득바득(이라곤 하지만 그래도 쉴 건 쉬어가면서) 목돈을 모아서

아내라도 일찍 은퇴시키는게 목표입니다



남들이 볼 때는 별 거 아니겠지만

그래도 종잣돈 한 1억이라도 모아두면 조금은 여유가 생길 것 같고

뭐 이렇게 저렇게 그렇게 잘 살다보면 아내라도 먼저 은퇴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두서없이 썼는데

아무튼 아이 하나가 집안의 분위기를 바꾸고 삶의 모습을 많이 바꿉니다

아이의 힘은 정말 대단하더군요

모든 것이 아이 위주로 돌아갑니다



지금 좀 피곤하긴 해도 제가 열심히 노력하면 가까이는 10년

멀게는 20년 뒤에는 저도 아내도 아이도 좀 더 편하게 여유롭게 살 수 있기를

바라면서 살고 있습니다



근데 이 글 어떻게 마무리하죠?

잘 모르겠으니 이글 투척



댓글 (18)

  • 스리라차 Lv.1

    25.08.28 · 211.♡.140.90

    자상한 아버지시네요 아침부터 좋은글 잘봤습니다
  • DevChoi84

    DevChoi84 Lv.1

    25.08.28 · 121.♡.239.28

    아들 태어났을때 손발 확인하며 안았을때 눈물이 또르르 흘렀는데
    지금은 퇴근하고 오면 태권도에서 배운거 써먹는다고 아빠한테 돌려차기 날라차기하는 초딩아들 보고 있으면
    다른의미로 눈물이 납니다..ㅋㅋ
  • 엘사 Lv.1

    25.08.28 · 220.♡.10.120

    애기 키울땐 힘들더라도 어느날 보면 배밀기 하다 뒤집기 하고 뒤집기 하다 기고 기다가 걷고
    옹알이하다 말문트여 말하고 그런 과정들을 함께하는게 참 기쁘죠.

    그 과정이 단 36개월안에 압축되어 있지만 좋은 시간 보내고 계시네요.
  • 사자바람연꽃

    사자바람연꽃 Lv.1

    25.08.28 · 118.♡.154.176

    나중에 아이 사진 한장 투척해 주세요. ㅎㅎㅎ

    - 랜선 삼촌 -
  • 6미리

    6미리 Lv.1

    25.08.28 · 218.♡.67.124

    돌지나 3살 즈음... 그때가 애가 할 수 있는 효도를 다 합니다.
    요새 아내랑은 예전 애들 사진 찾아 보면서 이 녀석들 지금 다 어디간건가? 한탄하며 사진 보는게 일입니다. ㅎㅎㅎㅎ
    힘드시더라도 지금 아이랑 더 놀아주고 그러세요. 그게 다 추억이더군요.
  • 금도리

    금도리 Lv.1

    25.08.28 · 116.♡.110.54

    둘째 가시죠..
    아들 쌍둥이 고고!
  • 너구리남편

    너구리남편 Lv.1

    25.08.28 · 112.♡.220.208

    곧 17개월되는 아들래미 키우고 있습니다.

    언제 터미타임하나 언제 배밀이 하나 언제 걸어다니나 했는데 벌써 뛰어다니려고 합니다 ㅎㅎ

    저도 가급적 주말엔 나가려고해요. 워낙 집돌이인데 애가 생기니 나가서 놀 생각부터 나네요.
  • gksrjfdma

    gksrjfdma Lv.1

    25.08.28 · 1.♡.216.81

    우리집에 작년 8월에 새 생명 손주가 태어났어요
    딱 돌이 되었는데
    1년 내내 집안이 즐겁습니다
    이제 막 한마디 씩 수다 떨며 뒤뚱 뛰뚱 걷기 시작하는데
    너무 재미있고 감동스럽습니다

    아이들은 보물입니다
  • 아잉훗

    아잉훗 Lv.1

    25.08.28 · 210.♡.225.123

    저도 이제 14개월 딸..키우는데
    진짜 너무 이쁩니다.
    하는행동 하나하나가 너무 사랑스러워요.
    주말에는 비안오는이상 무조건 나가요.
    와이프는 집순이라 ..좀 싫어하긴한데. 애를 위해서 못할건없으니까요.
    항상 계획짜고 알아보는건 제가 다합니다(회사에서..ㅋㅋ)
    지금 해준다고 기억은 다 하진못하겠지만 최대한 이것저것 경험을 많이시켜주고 보여주는게 .. 목표네요
  • Pororo40

    Pororo40 Lv.1

    25.08.28 · 180.♡.180.103

    저랑 비슷하시네요ㅎㅎ 저도 제가 애를 이렇게 좋아하는줄 처음 알았습니다ㅋㅋ 좀있으면 친구들이랑 논다고 아빠 쳐다도 안볼텐데 눈물날것 같아요 ㅠㅠ 그 때 되면 마눌님이랑 놀러다녀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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