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영혼도 갉아먹히는 기분…
JOYk

Lv.1 JOYk (118.♡.88.53)

2025년 8월 28일 AM 11:53 · 수정됨(16:57)

조회 2,151 공감 0

재작년부터 요양보호사 일을 하고 있어요. 

최근에 돌보던 어르신이 요양원으로 가신다 하여 7월부터 들어간 집이 있는데 

이집 어르신이 말본새랄까… 그런게 그렇게 썩 좋지 않아요

약간 무슨말을 해도 타박히고 트집이나 시비조로 말씀하시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은근히 요양보호사의 업무가 아닌것에 대해서 해달라는 식으로 눈치를 줍니다. 

텃밭의 풀이 너무 자라서 보기 힘들다 라든지

여기 풀만 보면 내 마음이 답답하다 라든지

이런식으로 말하면 네가 해준다거 해야지? 하지만 난 해달라고 한적은 없다? 네가 해준다고 한거지  이런 식입니다. 

저는 이 업계에서는 어린쪽이라 모르는척 하며 적당히 넘겨오고 있었는데 몇주 전에 특히나 되게 빈정상하게 함부로 말씀하시길래 

마음에 안들면 센터에 바꿔달라고 하셔요. 전 괜찮으니까 라고 말했더니

그럼 뒤에서 욕하고 다닐거잖아. 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대략 여기는 오래 다니기 힘들겠구나 싶었어요. 

무슨 말을 해도 청소나 해  쓰레기나 태워 청소기좀 돌려  일이나 해 매일 요청한대로 일을 하는데도 저런식으로 종부리듯 말씀하십니다 

게다가 여름내내 에어컨 한번을 안틀어주는 집이라 아침에 일하면 땀이 푹 젖거든요. 많이 지칩니다  

많이 힘들기도 하고 생각없이 던지는 말들에 마음이 좋지도 않고요. 

두 달밖에 안됐는데 그동안 있었던 일은… 꽤 많네요

센터에서 이번달까지만 그 집 보면 될거같다고 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있었는데

오늘 집에 방문하니 씻고 계셔서 놀라실까 싶어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는데 다 씻고 나오시더니 왜 들어와서 안도와주냐고 호통을 치시네요. 

목욕선생님들은 따로 있고 씻으실때 갑자기 나타나면 욕실에서 미끄러져 넘어지실까 싶어 조심한건데…

그리고 가급적 어르신이 혼자 할 수 있는건 하실수 있게 하는것이 재가요양의 기본 방침이기도 합니다

노인들은 근육이 굳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움직이는게 중요하고 재가요양은 24시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혼자 계실때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죠. 

갑자기 지를 갈아야 한다고 하시길래 무슨말인지 몰라 여쭤봤더니 그것도 못알아듣냐고 호통을 치시네요. 

답답하다고 하면서 뭐라고 하시는데 웃으면서 사투리리서 잘 못알아들었다고 하니 따박따박 말대꾸 한다고 소리치시면서 오늘까지만 하라고 하시네요. 

그래서 알겠다 말씀드리고 센터에 보고한 뒤에 소리지르지 마시고 말도 조심해달라 말씀드렸더니 손주같은게 어디서 저런게 왔냐고 하시길래 말이 심하다 하니 지랄한다고하시며 온갖 폭언이나 막말이 쏟아집니다. 

적당히 대꾸하다가 말을 바꾸면서 그런적 없다 하시길래 녹음한거 들어볼까요?했더니 방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오늘은 무슨 한마디만 해도 트집잡히고 시비거시네요. 

말씀이 점점 과격해지는거 같아 중간부터 녹음했거든요

진짜 예전엔 목걸이형 녹음기를 달고 다닌적도 있어요. 

굳이 저렇게까지는 안해도 될텐데 

거동도 힘들다는 분이 오늘 새벽에 풀뽑고 밭관리 하셨다고 말씀하시던데 제가 그걸 안해드린게 그렇게도 부야가 나신건지…

손주뻘이라고 본인이 말하면서고 막말과 폭언에 그저 웃지요. 

도시능 모르겠지만 시골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건 정말 심신이 다 망가질것 같습니다. 

더 슬픈건 어르신들이 자신들이 한 행동이 잘못된 거라는것을 모른다는거죠. 

너 돈벌려고 온거잖아! 라고 소리를 지르시는데…

저도 참기 힘들어서 조용히 저 여기 안다녀도 괜찮아요  라고 대꾸했네요.  

저는 이일 말고도 다른일도 합니다. 투잡이예요. 돈은 다른일이 더 들어옵니다. 

그냥 돈 벌거면 요양보호사 말고 다른일이 나아요.

생각보다 사회복지 분야나 요양보호사 같은 일들은 나름의 봉사정신과 사명감이 필요합니다. 

큰 돈이 되는것도 아니고 육체적 소모와 정신적 소모가 동시에 되기 때문에 많이 힘들거든요. 

혹여라도 돌봄하던 어르신이 갑자기 돌아가셨을때 그 분들을 처음발견하고 신고하게되는 요양보호사나 센터 사회복지사들에 대한 심리상담 같은것도 없습니다  

그냥 스스로 마음 다스리고 극복하는 방법밖에 없는거죠  

요양보호사도 사람인데… 

사회복지사나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놓고 그 일을 안하는 사람이 많은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앞으로 노인은 더 늘어나고 재가돌봄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텐데… 솔직히 제가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을진 모르겠습니다. 

이제 만 2년 되어가는데 겪은일들이 책으로 쓸 수 있을정도예요. 

무슨일이든 힘들지 않은 일이 없겠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서글퍼지네요

댓글 (44)

  • 에스까르고

    에스까르고 Lv.1

    25.08.28 · 211.♡.99.214

    참 어려운 일 하십니다.
    꽤 오래 전부터 요양보호사에 대한 부당한 요구 - 성희롱, 혹은 폭력을 포함한 - 가 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일로, 돈벌이로만 할 수 없다는 건 개인 경험을 통해서도 잘 알겠더라고요.
    군에 있을 때 요양시설에 단체로 갔는데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나는 봉사할 사람은 못 되는구나, 봉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타고난 성품과 동기가 있어야 가능하겠다"
    이런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더라고요.
    힘 내십시오, 누군가는 회원님의 봉사에 고마워할 겁니다.
  • JOYk

    JOYk Lv.1 → 에스까르고 작성자

    25.08.28 · 118.♡.88.53

    에스까르고님의 덧글에 눈물이 나네요. 위로의 말씀 고맙습니다. 센터엔 괜찮다고 씩씩한척 하고 있었어요. 거기도 속상하실거라.
  • 화신 Lv.1

    25.08.28 · 223.♡.81.173

    기운 내세요.
  • JOYk

    JOYk Lv.1 → 화신 작성자

    25.08.28 · 118.♡.88.209

    위로말씀 고맙습니다.
  • 문샤이너

    문샤이너 Lv.1

    25.08.28 · 175.♡.159.152

    참 어려운 일인 거 같아요.

    요양을 받을 정도의 사람이라면 몸뿐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마음도 아픈 분들이 많을 텐데, 그분들을 상대하면 상처를 많이 받을 수뿐이 없을 거 같네요.
  • JOYk

    JOYk Lv.1 → 문샤이너 작성자

    25.08.28 · 118.♡.88.209

    정말 어렵네요. 그렇게 요양을 받으시면서도 성품이 좋은 분들도 계시긴 합니다. 이 집 전에 돌보던 어르신은 참 예쁜 분이었어요. 인생에 설움이 좀 많긴 했어도 좋은 분이었는데 치매가 급격하게 진행이 되는 바람에 자녀분이 요양원으로 모셨죠.
    다들 아픈분이니까 라고 생각하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는 칼같은 말들에 이러니 저러니 괜찮은척 해도 아프긴 합니다. 저도 일단 사람이라…
  • catopia

    catopia Lv.1

    25.08.28 · 118.♡.172.85

    선생님 너무 고생많으십니다
    사복 요보 자격증 있지만 그래서 한동안 사복쪽 일해볼까
    하면서 먼저 요양원 자봉 다녀보고 전 포기했네요
    저같이 멘탈 약한 사람은 못 버티겠더라구요
    단순봉사도 힘든데 업으로 할려면 몇배는 더 힘들죠

    건강 챙기시고 , 센터 사복사에게 이야기는 해두세요
    그런 거 조정하는거도 사복사의 일입니다
  • JOYk

    JOYk Lv.1 → catopia 작성자

    25.08.28 · 118.♡.88.199

    센터에는 조금씩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보고원칙은 지티는 편이라… 센터에서도 이번달 말까지만 하고 그만하라는 식으로 미리 듣긴 해서 어느정도 그만다니라는 이야기가 나올걸 예상했는데 갑자기 어르신이 저런식으로 행동하실 줄은 몰랐어요. 소중한 조언의 말씀 고맙습니다.
  • 세상여행

    세상여행 Lv.1

    25.08.28 · 211.♡.205.22

    일의 성격 상 어느 정도 희생이 필요해 보이고 마음의 상처도 쉽게 받을 것 같은데, 본문의 집 같은 경우 센터에 먼저 교체 요청을 해 보시죠.

    본인의 자아까지 훼손해 가면서 해야 하나 싶습니다.
  • JOYk

    JOYk Lv.1 → 세상여행 작성자

    25.08.28 · 118.♡.88.199

    이미 그만두기로 되어 있었던 집이예요. 그런데 어르신이 이렇게 과도하게 행동하실줄은 몰랐어요. 속상하긴 한데 제가 사랑하지 않는 사람때문에 상처받는건 싫어서 오늘동안만 생각하고 내일부터는 즐겁세 살아보려고 합니다.
    감정을 많이 가라앉히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생각보다 순간 감정이 올라왔네요.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이게 생각보다 비일비재한 요양보호사의 현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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